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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
이길상 지음 / 푸른숲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중고등학교 시절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과목 중의 하나가 바로 국사와 세계사였다. 수능에서 둘의 비중이 엄청나게 적었기 때문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아마 내 대학 진학에도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나는 역사라는 과목에 심각하게 약하다. 그 복잡한 연도를 외우는 것도 힘들 뿐더러, 사실 역사라는 것 자체에 흥미를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많은 아이들이 국사 과목은 싫어해도 사극은 재밌게 보더만(또한 그것이 결국 국사라는 교과 과정의 과목의 실력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계가 되기도 하지만), 드라마에도 흥미가 없던 나는 그것마져도 흥미를 갖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사극은 내가 보고 싶어하는 멋진 언니 오빠들 나오는 드라마를 볼 수 없도록 만드는 것, 채널 결정권을 지닌 아빠가 사수하는 것으로만 내게 이식되어 있었다.(사극과 중국 무협 드라마와 같은 비중으로, 아니 거의 같은 쟝르로서 내게는 인식되어 있었다.) 하지만 국사 시험이 다가올 때 마다 나는 사극이라도 어릴 때 부터 열심히 보아둘 것을...하고 후회하곤 했다.
그리고 그러한 후회가 고등학교를 졸업함으로서 끝나는 것인 줄 알았건만, 왠 걸. 오히려 대학에서의 공부,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의 모든 정보와 지식들이 은근슬쩍 모두 역사적 시직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그와 덧붙여 해외에 나가거나 외국인이라도 만날 일이 있으면 언젠가는 한국에 대해서 소개를 하여야 할 일이 크건 적건 생겼으니, 한국의 현재만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역사란 역사 교과서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딛고 살아가는 현실에 있어서도 생생히 숨쉬고 있는 문제였다.
위에서 길게 배경 설명을 하였다시피, 역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평균 이하로 심하게 낮은 내게 있어서는 이 책은 꼭 읽어둬야만 할 책 같았고, 또한 그만큼 읽기 힘든 책이었다. 뭐가 옳은 지를 알아야지, 뭐가 틀린지도 알텐데, 그것을 구분하기가 내게는 쉽지 않았다. 그렇다. 나 같은 독자들이 바로 틀린 교과서는 붙들고 그것이 진리라고 달달 외어버릴 수 있는, 잘못된 교과서의 잠정적 피해자인 것이다. 그렇기 떄문에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저자가 꾸준하게 실천하고 있는 외국 교과서 내의 한국 역사 바로 잡기 활동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나는 사실 전세계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역사 자체가 외국 교과서에 실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게만 느껴졌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서, 한국을 한 번 도 방문해볼 일 없을 듯한 아이들이 한국에 대해서 수업 시간에 아주 짧게나마 배우는 것이다. 그들이 자랐을 때에는 아마도 세계는 지금 보다도 더욱 가깝고 긴밀한 관계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 틀렸고, 역사가 어떤 식으로 강대국에게 유리한 방면으로 해석되어 가는지를 누군가는 꾸준히 일깨우는 일은 멈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나는 이 책이 시리즈로서 계속 개정판이 나왔으면 한다. 저자의 노력이, 그리고 다른 역사학자들의 노력으로 인해서 세계 속의 한국이, 최소한 교과서내의 한국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꾸준히 지켜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 진정 내 욕심이라고 하여도, 이러한 작업은 분명 우리나라만이 아닌 세계의 모든 잠정 수요학생들을 위해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