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투명한 평화의 땅, 스페인 EBS 세계테마기행 1
이상은 지음 / 지식채널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EBS의 세계테마기행 그 첫번째 책, Hola Spain('안녕, 스페인' 이라는 뜻이란다.)

사실 EBS 프로그램을 책으로 만든 책이라고 하기에, 방송 화면 캡춰와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책이려나 싶었다.

(마치 도서판 '지식채널 E' 처럼 말이다.)

그런데 웬걸? 이 책의 처음부분은 스페인이라는 날 것의 열정이 살아있는 나라에 두려움에 떠는 이상은이 모습이 가득 펼쳐진다. 여행 책자의 소개글만으로도 부담에 꽉 차서 당장 비행기에서 내리고 싶어하는 마음이라던지, 같은 유럽이라도 열정 가득한 나라 스페인보다는   파리에서 전시보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여행을 좋아하는 나약한 현대인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이상은의 모습에, 이거 스페인에 대한 여행 에세이책 맞어?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는 법. 결국 이상은은 한여름의 태양처럼 마냥  느긋하고 밝기만 한 이 나라에 (비록 시간이 한참 걸렸지만) 완전히 중독되고 만다. 그것도 마치 그동안의 자아가 철저히 깨지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 내는 듯한 격한 감정으로 말이다. 그그는 결국 스페인에 푹 빠지고, 스페인만의 색깔에 완전 동화되고 만다. 모든 것이 바쁘면서 편리한 현대 사회도 좋지만, 스페인처럼 자연과 가까이 하고, 햇볕을 듬뿍 받으며 마냥 긍정적인 마음으로 조금 더디가는 삶도 나쁘지 않다고, 어쩌면 오히려 그러한 삶 속에 진정한 행복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 처럼 이 책은 여느 여행책자와 다르게, 이 곳에 갔던 이러저러한 것이 참 멋지더라, 여기서 이 메뉴를 시켜 먹으니 참 맛있더라 같은 소개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정작 EBS 취재진과 했던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대충 책을 훌훌 넘기듯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만 보듯이 기술되어 있고, 그 이후 이상은과 이상은의 친구 찐빵이 함께 한 자유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책의 대부분을 꽉 채우고 있다. 그리고 그 자유 여행은 너무나도 게으른 여행으로 호텔에서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고 밤에서야 겨우 좀비처럼 일어나 호텔 앞을 산책하거나 하는 식인 것이다. 참 불친절한 여행 에세이이다. 하지만 그렇게 스페인에서의 호흡이 익숙해지면서 서서히 변화해가는 이상은의 스페인에 대한 감정은 오히려 독자를 스페인의 마력으로 끌어 당기는 힘이 있다. 역설적으로 과연 어떤 나라길래 그렇게나 싫어했던 사람이 이렇게 반하게 되는 걸까? 라고 궁금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EBS 프로그램의 여행은 책의 뒷 부분에 사진과 프로그램의 대사를 정리하는 형식으로 몰아져 있다. )   

 

게으른 여행자의 느긋한 여행같은 여행 에세이, 여행 정보에 지치는 여행 에세이가 아닌 느긋한 여행을 함께 떠나시고 싶으시다면, 이상은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듯한 느낌으로 함께 여행을 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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