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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뜨는 여자
파스칼 레네 지음, 이재형 옮김 / 부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세련된 표지와 다르게 이미 출간된지 한창 된 소설인 듯 하다. 영화로 만들어 진 것도 벌써 한참 전.
그래서인지 현대의 가벼운 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어려운 주제도 쉽고 재밌게만 풀어가는 것이 미덕이 된 듯한 요즘 소설계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나름 이제 고전의 반열에 들어선 책이, 새로운 장정으로 재출간되다니 출판사의 모험이라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 이 소설, 꽤나 매니아층의 팬이 많은 모양이다. 사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 부터가 출판사 사람들이 꽤 자신을 갖고 있는 증거라는 느낌이 들며, 책 뒤의 추천사로 미루어 짐작하여 보아도 절판되었던 이 소설의 재출간을 기다리는 숨어있는 꾸준한 팬이 많은 듯 했다. 특히 작가분들 중에 그 팬이 많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 책이 보여주는 구성과 글솜씨를 높히 평가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하지만 사실 난 그런 어려운(?) 측면에서의 이 책의 진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그런 평범한 독자에 불과하기에 내가 느낀 이 책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자면 그것은 바로 캐릭터의 매력이다. 평범하지만, 누구보다도 생명력을 뿜어내던 한 조그만 마을의 처녀, 뽐므. 특별히 내세울 게 없으면서도 그녀는 스스로가 스스로 인것에 대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그러하기에 언제나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지낼 수 있으며, 그런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은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른채 매료되고는 한다.
현대 사회에서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매스컴에서 유명인과 연예인들의 가쉽과 그들의 패션 등등에 노출되면서, 한없이 자신을 초라하게 보게 된다. 그로 인해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란 무척 가혹한 일이 된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멋진 사람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얼마나 그에 비해 부질없이 하잘것 없어 보이는지 한숨 폭폭 쉬면서 또 하루를 사는 일이 빈번하다. 뽐므처럼 자신에 대해서 그대로 100%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나의 삶이 어떻게 바뀔지 생각해본다.
그러나 이러한 뽐므의 삶이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면서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둘은 서로의 다른 모습에 끌렸으나, 남자는 뽐므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바꿔나가려고 한다. 뽐므 역시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에, 그리고 어쩌면 그가 더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그가 바라는 대로 맞춰가려고 하며, 진정한 자신을 억누르는 생활을 지속하며 동거에 까지 들어가지만, 결국 그 생활은 오래 가지 못한다. 어찌보면 자신을 속이는 삶에 면역력이 없었던 뽐므가, 갑자기 그와는 180도 다른 삶을 살아가야 했을 때. 그리고 그러한 연애의 끝에 그녀가 갖게 된 것은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었기에 그녀의 삶은 결국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결국 이것은 뽐므의 자아가 가진 힘이 그것을 방해하는 힘을 맞받아칠만큼 강하지 못했다는 것일까, 아니면 그 바깥의 힘이 그만큼 너무나 강했다는 것일까? 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 역시 그 위태위태한 줄다리기 속에서 겨우 자신을 붙들어가며 삶을 영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