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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평점 :
▶ 천공의 벌 - ★★★★ - 천공에 떠있는 벌은 어떤 메세지를 주려는 것일까? 원전을 둘러싼 이야기. |
현재 한국도 지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잇따라 지진이 나고 있고, 여진이 일어나고 있으며 대지진의 전조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대지진이 일어나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글을 읽은 후론, 지진에, 지진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은 왜 지진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했으며,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생기는 또 다른 문제들에는 관심을 가지지 못했을까? <천공의 벌> 또한 그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천공의 벌>을 읽고나니 그동안의 나의 태도, 나의 생각의 안일한 부분을 쿡 찔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작품이 나온지 16년이 지난 때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뜨거운 관심을 받은 <천공의 벌>! 꽤 두꺼운 이 책은 단 10시간에 걸친 이야기다.
그가 알게 된 사실은, 일반인들 대부분이 원전이라는 것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전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도 몰랐고, 원전이 가동을 멈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상상조차 못했다. - p176
10시간에 걸쳐 펼쳐지는 이야기는 '원전'에 관련되어 있다. '빅 B' 헬리콥터를 탈취하여 원전에 추락시키겠다고 하는 범인들. 그들의 요구는 '원전'을 모두 파괴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펼쳐져도 원전이 가동을 멈추면 어떤일이 벌어질지 조금이라도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들은 몇 없다. 대부분 원전이 가동을 멈춘다 해도 자신과는 상관이 없을거라 생각하고,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나 또한 그랬을 것 같다. 과학을 배우면서 조금씩은 알아갔지만, 원전에 대해 아직은 자세히 모르다보니 그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천공의 벌>은 원전의 위험성, 안일한 사람들의 태도를 경고하고, 침묵하는 군중이 아닌 생각하는 군중이 되야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에너지 자립도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우리 나라는 아직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상태이며 블랙 아웃이 일어났을 경우, 대처를 하지 못했던 사례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전기를 사용하는 기기들을 무수히 많이 사용하고 있는 현재로서는 '전기'는 매우 중요하며, 이 전기를 공급하는 일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전기를 원전에서 많이 생산해낸다. 그러다보니 원전은 필요하면서도 그 위험성을 잘 생각해야한다. 이러한 점은 <천공의 벌>에서 원전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이들을 통해 잘 보여지고 있다. 원전으로 인해 백혈병과 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여 반원전을 외치는 사람들과 전기 생산 등을 위해 원전은 필요하다는 사람들. 그들의 대립은 원전을 잘 보여주고, 원전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번 시도는 우리의 충고였다.
침묵하는 군중이 원자로라는 존재를 잊게 해서는 안 된다. 그 존재를 모르는 척하게 해서도 안된다. 자신들 바로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의미를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의 길을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한다.
…
원자로는 다양한 얼굴을 지녔다. 인류에게 미소를 보내는가 하면 송곳니를 드러낼 수도 있다. 미소만을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침묵하는 군중이 원자로의 존재를 잊도록 해서는 안된다. 항상 의식하고,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도록 하라. - p673~674
마지막으로 범인이 보낸 팩스는 참 많은 생각이 들게끔 한다. 자신의 아들이 사고로 죽고, 그 이면에 있었던 일을 알게된 후로 벌어진 이 범죄. 그들이 한 일은 범죄이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려고, 복수, 혹은 아픔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닌 경각심을 일깨우고, 침묵하는 관중에게 경고를 날리기 위한 일이었다. 가면을 쓰고 침묵하는 이들이 계속 존재하다보면, 어느 곳에든 위험이 있고, 그 위험은 수많은 사람을 집어 삼킬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한것이다.
뜻밖의 변수가 된 아이의 헬기 탑승. 저 멀리 천공에 떠있는 헬기에 갇혀 있는 아이는 어떻게 구해낼 것인가? 과연 범인의 요구대로 국가는 원전을 중단하고, 파괴할 것인가? 범인들이 진짜 성취하고자 했던 목표는 무엇인가? 하늘 저 높이 떠있는 헬기의 행방은 어떻게 될것인가? 원전을 가동시키고자 하는 이들은 헬기를 멈추고 원전을 지속적으로 가동할 것인가? 이 책은 범인을 추리하거나 극적으로 범인을 잡아가는 내용은 아니다. 이미 초반부터 범인은 알 수 있고, 그들을 추적하는 내용은 그리 많지 않다. 범인을 알아내는 것보다 범인이 무엇을 의도하고 이러한 일을 벌였는지를 알고, 생각해보는 것이 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원자로에 대한 생각, 침묵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한번쯤은 벌에 쏘여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 p658
한 번 벌에 쏘이면, 벌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된다. 한번 쏘여봤던 그 경험이 벌을 경계하게 만들고, 다시는 그런일이 없도록 노력하게 한다. 범인인 그는 한번쯤 벌에 쏘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경험을 해보면 경각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상황에 대해, 그 상황이 벌어진 원인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직접 느끼고, 생각하고, 스스로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제목도 <천공의 벌>인가보다. 책을 다 읽고난 뒤, 책의 제목에 대해서도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어떠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채 그저 침묵하며, 생각하지 않으며, 의식하지 않으며 살다 스스로의 길은 선택도 하지 못한채 위험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의식하고, 스스로 길을 선택하여 걸어나갈 것인가? 한번 쯤 생각해보고, 앞으로 어떤 관중이 될지 떠올려보면, 행동해보면 좋을 것 같다.
침묵하는 관중인가? 항상 의식하고, 스스로 길을 선택하는 관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