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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평점 :
▶ 다윈 영의 악의 기원 - ★★★★★ - 추리 속에 숨겨져 있는 많은 이야기. |
책의 두께가 상당하다. 800페이지가 넘는 이 책, 두꺼운 책을 좋아하는 내가 봐도 참 두꺼운 책이다. 그래서 더 좋긴 했지만... 분권이 되지 않고 한 권의 책이라 더 좋았던 점도 있었다. 하나의 이야기를 나눠진 책이 아닌 한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참 좋은 일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은 막대한 분량이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몇 백 페이지를 읽고 있는데도 지루하지가 않다. 분명 내용 전개가 급속도로 빠른 것도 아니다. 분량이 분량인만큼 내용 전개는 천천히 흘러간다. 그런데 지루하지 않다. 심지어 초 중반쯤 가면 범인이 누구인지 스리슬쩍 머리에 떠오르고, 중반쯤 가면 '아 그렇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막대한 분량의 책에서 중반에 범인을 안다니 그럼 지루해지지 않을까? 신기하게도 지루하지 않았다. 참으로 신기하다.
더딘 진행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지루하지 않은 이 책 속 세계는 1지구부터 9지구까지 나누어져 있다. 1지구부터 9지구까지는 차원이 다른 생활을 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나눠져 각각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그 속에는 경쟁도 있고, 서로에 대한 부러움도 있으며, 어떠한 대상을 시기하고 질투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분 상승? 참으로 어려운 사회가 바로 이 사회다. 결국 자신이 사는 지구, 자신이 사는 계급에서 두루두루 생활을 하게 되는 사회.
이 사회에는 프라임 스쿨과 프리메라 학교가 존재한다. 상위계급에 속한 사람들 중에서도 극히 소수만 들어갈 수 있는, 들어가기만 하면 탑 클래스임을 인정받을 수 있는 프라임 스쿨. 들어가지 못한 자는 상위 계급임에도 자신이 그곳에 가지 못했다는 패배감을 가지고 살게 되는 바로 그 프라임 스쿨. 그리고 최고의 여학생만이 간다는 프리메라 학교. 프라임스쿨은 남학생들만 가는 곳이기에 생겨난 곳이 바로 프리메라 학교인데, 프라임스쿨에 여학생이 들어가는 것이 아닌 그 아류 학교로 새로이 프리메라 학교가 지어진 것도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이러한 프라임 스쿨에는 다윈 영과 레오 마샬이 다니고 있으며, 프리메라 학교에는 루미가 있다. 이 책의 중심에는 다윈 영과 루미의 추리와 감정이 있으며, 이 추리의 중심에는 루미의 삼촌인 제인의 의문의 살인사건이 있다.

이 두꺼운 책에서 범인은 중요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중반쯤 가면 범인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생각을 하다보면 초중반쯤만 읽어도 '이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라는 추측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추측이 딱 맞아 떨어짐은 중반에 가서 알 수 있게 된다. 그러기에 범인을 찾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도대체 왜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는가라고 생각한다. 범인의 동기, 사회의 모습 등이 이 책의 진짜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초반에 나오는 9지구의 생활 모습, 그리고 각 지구의, 아니 상위 지구의 사람들의 생각, 행동 들을 보다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악의 기원은 무엇일까? 책속의 범인을 덮어버린 그 악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무엇을 지키기 위함이었을까? 참으로 많은 생각이, 참으로 많은 것들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선택을 해야하는, 어떠한 한 길을 선택해야하는 상황. 그리고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 그 선택으로 인해 주어지는 책임. 이 책임의 무게가 어떤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 바로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다. 참 많은 내용을, 많은 생각을 이끌어 내는 내용을 이리 스토리 있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따라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는 것에 놀랐고, 감탄했다. 그만큼 푸욱 빠져서 읽어 갔고, 8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재미있게, 그리고 몇일이 걸리지 않고 금방 읽어낼 수 있었다.
책 속에 있는 상황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면, 앞으로 이렇 사회가 온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을 하게 될까?
※ 이 리뷰는 몽실서평단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