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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 앵무새 죽이기 - ★★★★★ - 당신은 지금까지 한번도 앵무새를 죽여본 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
얼마전 비정상회담에서 박준형씨가 미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당시 인종차별을 겪었던 이야기를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는 미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당시, 미묘한 차이와 같은 인종차별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차라리 로봇상사가 있었더라면 모두에게 평등하게 대했을 것이라는 그의 말을 보고, 한동한 멍하게 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가 1980년대라고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인종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인종차별 외에도 남녀차별과 같이 수많은 차별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 이런 차별을 인식하고 있기도 하지만,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그저 습관처럼 차별을 행하기도 한다. 우리가 해결해나가야할 수 많은 차별 중 인종차별을 다루고 있는 책이 바로 <앵무새 죽이기>이다.
| 무성한 소문을 가진 ' 부 래들리 '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 | |
부 래들리는 과거의 사건 이후로, 집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집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에게는 흉흉한 소문이 붙기 시작한다. '부 래들리 집에 있는 나무에서 떨어진 것을 먹으면 죽는다.', '부 래들리의 집에 가면 안된다.', '부 래들리의 상태가 좋지 않다.' 등 수많은 소문이 생겨났다. 이런 소문을 듣고 자란 스카웃(진루이즈)과 그의 오빠 젬은 부 래들리에 관한 무한한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하여 그들은 친구인 딜과 함께 '부래들리 집 밖으로 나오게 하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어릴 적에는 호기심과 궁금증 그리고 두려움이 많은 것 같다. 사소한 것에도 호기심을 가지고 궁금해하며, 약간 무서우면 두려움을 가지곤 한다. 스카웃과 젬은 어린이의 모습을 완벽히 갖추고 있다. 부래들리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았지만, 그에 대한 두려움도 많았던 것이다. 이런저런 일을 하는 과정에서 두려움이 많지만, 결과를 보며 '부 래들리 아저씨'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져간다. 결국, 스카웃은 위기의 상황에서 오빠를 구해준 부 래들리 아저씨를 만나게 되면서 '두려움의 대상'에서 '친근한, 감사한 아저씨'임을 확실히 인식하게 된다.
무성한 소문만으로 무서운 존재, 두려운 존재가 되어버린 부 래들리는 < 앵무새 >라고 할 수 있다. 그 소문을 만들어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지만, 부정적인 대상으로 겨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해를 가하지 않았는데도 무서운 소문으로 두려움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앵무새 죽이기'가 아닐까? 무고한 사람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칭호를 입혀버린 것은 무고한 앵무새를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성한 소문이 붙은 부 래들리의 일화를 보면서, 요즘에도 < 진실이 아닌 소문 >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진실이 아닌 소문을 내는 것은 무고한 앵무새를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두가 이런 < 소문을 내고 퍼뜨리는 사람 >이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무고하게 '두려움의 대상'으로 자리잡았던 부 래들리는 '관심'을 가지고 이웃을 지켜본 사람이었다. 아이들의 호기심에서 발생한 이 이야기는 '부 래들리 아저씨'를 통해 <안타까운 앵무새 죽이기>를 보여주고 있다.

| '무죄'임이 보이지만 '유죄'를 선고 받은 <톰 로빈슨 재판> | |
톰 로빈슨은 강간을 했다는 명목으로 재판장에 서게 된다. 그는 흑인으로, 흑인인 그를 변호하게 된 백인 '애티커스 핀치'는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산다. 흑인을 변호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비난을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톰 로빈슨의 재판과 관련된 이 일화에서 바로 인종차별이 보여진다. 스카웃의 아버지인 애티커스가 내민 모든 증거는 < 톰 로빈슨의 무죄 >를 가리키고 있다. 모든 정황이 톰 로빈슨은 죄를 짓지 않았을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긴 회의를 거치고도 배심원들은 ' 톰 로빈슨은 유죄 '라는 결정을 내렸다. 모두가 무죄임을 알지만, 무언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결국 유죄판결을 받고 도망치던 톰 로빈슨은 죽게되었다.
아직은 어린 스카웃과 딜 그리고 젬이 보기에 이 재판은 옳지 않았다. 그들은 무죄인 톰 로빈슨이 유죄를 받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분노하고, 억울한 마음을 가진다. 그들에게는 아직 순수한 양심이 있었던 것이다. 재판 중, 딜은 "구역질 난다"라는 말을 한다. 그것은 순수한 양심에서부터 나온 말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한 시선을 가지고 있던 그들은 이 재판과정이 구역질났던 것이다. 약자와 강자, 그리고 차별이라는 안경을 쓰지 않는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바라 본 톰 로빈슨의 재판은 불합리한 재판이었고, 이는 우리가 해결해나가야 할 하나의 문제이기도 했다.

「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거야. 」- p174
사소한 일이라도 억울한 누명을 쓴 적이 한번 쯤 있을 것이다. 그 때의 기분을 생각해보자. 내가 한 일이 아닌데도 의심을 받는다면, 정말 화가나고 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 것이다. 이는 본인이 무고한 앵무새가 된 느낌일 것이다. 해를 가한 적이 없는 앵무새를 죽이는 것이 죄가 되듯이, 무고한 앵무새와 마찬가지인 사람을 몰아세우는 것도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자. 무고한 앵무새를 < 단 한마리도 > 해한적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근거없는 소문을 믿고 누군가를 오해해 본 적은 없는가? 무고한 앵무새를 몰아 세우는 일을 목격한 적이 없는가? |
나 또한 이 모두를 자신할 수 없다. 앵무새를 죽인 적이 없다고, 털 끝 하나라도 해한 적이 없다고 자신할 수 없다면.. 반성하고, 후회하고, 앞으로는 앵무새를 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자. 노력하자. 한 사람의 노력은 여러사람의 노력이 되고, 무고한 앵무새는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순수한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 본 <앵무새 죽이기>는 나에게 씌워진 <차별의 안경>을 벗겨 주었다. 우리는 셩격, 피부, 가치관 등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다름이 틀림이 되는 것은 아니다.
「 스카웃, 결국 우리가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멋지단다.」- p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