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루 10분 100일의 명화
이윤서 지음 / 더블:엔 / 2025년 8월
평점 :
그림이 좋아지는 나이, 마흔이 넘어 만난 명화는 더없이 비밀스럽고 흥미롭다. 그저 '좋다'라는 서술어로 표현될 수 없는 농밀한 그 무언가를 알아가는 재미, 어쩌면 예술과 관련 없는 삶을 살아오며 그동안은 굳이 알지도 못했고 알 생각도 하지 못했던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에 조시스레 다가가는 맛을 알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흔히들 말한다. 알고 보아야 더 잘 보인다고. 애써 무시했던 그 말이 어느 순간 가슴에 담겼고, 부담없이 명화에 관한 이야기들을 쌓는다면 이보다 좋은 상식이 어디있을까? 때로는 화가의 시선을 따라 때로는 그림속 질문들을 따라 정답없는 인생을 마주하게 된다. 저자 이윤서 아트 연구소 소장은 전통 아카데믹 미술부터 감정을 표출하는 20세기 미술까지의 이야기들을 <하루 10분 100일의 명화> 책에 풀어 놓았다. 그렇게 이번에도 명화를 만나게 되었다.
"빛나는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의 삶도 한 폭의 명화가 됩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가 말하는 프롤로그가 가만히 마음에 담긴다. 가장 첫 그림으로 읽은 존 에버렛 밀레이(영국)의 <눈 먼 소녀>를 가만히 생각하게 된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머리 위로 붉은 천을 동생과 나누어 쓴 언니, 소녀들 뒤로 펼쳐진 쌍무지개, 그리고 언니에게 속삭이는 동생. 아마도 동생은 무지개를 이야기했을 것이고 눈 먼 소녀는 한번도 보지 못한 무지개를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 그림의 소제목을 "언니! 우리처럼 무지개가 둘이야~"라고 지었다. 화가의 시선을 따라 만나지는 이야기들, 우리의 생각이 화가가 숨겨놓은 그림 속 장치와 일치하는지를 유추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1장은 바로 '화가의 시선'이다. 이 장에서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부터 벨라스케스의 <시녀들>까지 눈에 익은 많은 명화들이 등장한다.
7080세대인 내게는 여전히 비디오보다 사진이 더 익숙하고,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추억을 아직까지 박제된 사진의 앨범으로 간직하곤 한다. 사진 한장을 바라보면 그 앞과 뒤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고 당시 내가 누른 셔터가 담은 찰나의 빛, 찰나의 표정, 그 '순간'을 더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모네의 <인상>을 바라보며 저자는 "내일은 안 돼! 바로 지금 그려!" 라는 소제목을 담았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관찰하고 그 찰나를 표현한 모네의 그림에서 오로지 우리는 이 순간 만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듯, 책 2장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라는 주제로 조르주 쇠라의 작품부터 피사로의 작품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3장은 '인생의 파도'. 라는 주제로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그림들을 모아 이야기를 들려준다. 쿠르베의 그림들에 관한 설명과 더불어 작가는 '보이는 것만 그리겠소.' 라는 소제목을 붙였다. 가난한 사람의 비참한 현실을 과장하지 않고, 또한 미화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그린 그림, 하지만 이 그림은 불편할 수 밖에 없어 실제로는 불경스럽다는 비난을 받았던 쿠르베. <화가의 아뜰리에> 그림에서 보여지는 양면의 대조를 보며 가운데에 선 아이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그림그리는 화가를 바라보는 아이는 과연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정답이 없는 질문들'이라는 제목의 4장에서는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한 칸딘스키의 <푸른 하늘>이 가장 먼저 소개된다. 살아서는 비록 이해받지 못하였지만, 색이 가진 강렬한 음과 리듬을 화폭에 담은 그의 시도는 예술사에 큰 발자취가 된다. 아마도 내게 그림이 어려웠던 것은 그림 속에서 정답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알면 많이 보이는 것이 맞지만 한편으로는 꼭 알지 않아도 내 마음의 울림을 고스란히 안고 오롯이 감상만을 하는 태도가 중요하기도 하다.
마지막장에서 만난 앙리 마티스의 <춤>, 상상 속의 낙원에서 사람들이 역동적으로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을 본다. 색이 주는 강렬함으로 기쁨과 환희가 드러난다. 이 환상의 세계는 어쩌면 힘든 지금의 현실에서 화가가 상상해 낸 안전한 공간인지도 모른다. 남들의 비난과 비판을 관심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때, 어쩌면 우리는 더욱 비상할 수 있을지 모른다. 마지막장은 당신이라는 우주라는 테마로 삶을 응원하는 작품들을 감상했다.
하루 한개의 명화를 쉽게 풀어 이야기하고 각각의 명화마다 작은 소제목으로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던 이 책에서 나는 그림을 보기도 했지만, 어쩌면 화가의 삶을, 그리고 그 삶 안에 담긴 메세지를 새롭게 알아가며 마음 한구석을 채워나갔다. 다양한 색채로 채워진 나의 마음 안에서 감정들이 제각각 자신의 이야기들을 외칠 때, 그림을 꺼내 본다. 고요히 그림을 응시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그림 안에서 보면 볼 수록 새롭게 보이는 관찰력 안에 담긴 통찰력들이 언젠가 삶의 지혜가 될거라 믿으며, 오늘도 책장을 넘긴다.
*도서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