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 - 제2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100
김지완 지음, 김지형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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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이들 역시 어느덧 많이 컸다. 작은 용돈을 가지고 편의점을 드나들며 간식꺼리를 친구들과 함께 나누어 먹게 된 나이가 되었다. 아이들이 늘 궁금해하던 편의점 라면, 그 라면을 소재로 한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 라는 강렬한 제목의 책이 눈에 띈다. 이 책에는 26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 김지완 작가님의 여섯편의 단편 소설이 모아져 있다.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들의 조용한 마음이 꾹꾹 눌러 담겨진 책, 각각의 이야기 안에서 느껴지는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관심이 마음을 울린다.


이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단편인 가장 마지막 이야기인 <점박이 우산귀신>을 위주로 리뷰를 작성해 보고자 한다. 갱년기 근처의 어미의 마음으로 어린나이에 어미를 잃은 아이에게 해주었던 우산귀신의 말들이 그저 고마워서 넙죽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저는 엄마를 사랑해요. 모래 사장의 모래알처럼 셀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하죠. 하지만 아픈 엄마랑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가끔씩 소홀해 진거예요. 엄마 생일을 축하해주러 병원에 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친구랑 더 놀고 싶어서 몸이 안 좋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고요...(중략)"<p.118>


어린이 소정이의 솔직한 마음, 소정이는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논다는 이유로 한 할아버지에게 철 없다고 구박을 받고 자신의 잘못을 우산귀신에게 줄줄이 고백한다. 묵묵히 듣고 있던 우산귀신은 소정이에게 그것은 잘 못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린이가 행복하기 위해 노력한 일, 슬프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일은 잘못이 아닙니다." <p.119>


아이다움으로 바라본 세상, 그 안에서 아이가 큰 일을 겪고 그 슬픔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오롯이 알아채주는 일, 그것을 '잘했다, 괜찮다' 해주는 어른이 소정이 주변에 없었음에 마음이 무너진다. 어쩌면 그래서 작가는 소정이에게 우산귀신을 만나게 해주었는지도 모른다. 우산귀신이 들은 어린이들의 잘못은 어린 마음에 어린이는 그것을 잘못이라 여기나 사실은 그 마음은 어른의 잣대로 채워진 잘못일 뿐이다. 귀신은 그 '귀중한' 잘못을 점으로 만들어 우산에 새겨 넣고 대신 기억해준다.


어린이가 지나간 잘못으로 영원히 후회하지 않도록 나누어 들어준다는 귀신의 마음이 오래도록 뭉클하다. 소정이는 이제 엄마가 슬픔도 아픔도 없는 아름다운 모래사장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음을 믿고, 자신이 친구들과 뛰놀 때, 큰소리로 하하하 웃을 때, 엄마역시도 똑같은 기쁨을 느낌을 알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내가 아이들 곁을 떠나게 되는 그 날에 해주고 싶은 많은 말들을 이 단편에서 우산귀신이 대신 해주었다. 진실되고 축약된 형태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알 수 없는 감정의 파도에서 허우적이는 소정이를 향한 다정한 위로로 그렇게 알아채고 괜찮다 이야기해주는 힘은 결국 사랑이 아닐까? 우산귀신과 같은 어른들이 조금 더 많은 세상이었으면...그리고, 이미 마음 속의 마법이 사라진 어른들에게 스스로 창조해낼 수 있는 이런 상상 속 이야기들이 더 많이 존재했으면 조심스레 바래본다. 그렇다면 우리안에 아직도 울고 있고 후회하고 있을 내면아이들에게 이야기가 다가와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하고 위로해줄 수도 있을 테니까.


이 외에도 책에는 <친환경 방수 종이 우주선>,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 <개미맨과 엔젤>, <우리가 티티새라면>, <벌새처럼>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각각마다 곰곰히 고요히 오랜시간 사랑으로 어린이를 그리고 그를 둘러싼 상황을 지켜본 작가의 조용한 응원이 신선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조용하지만 다정한 시선으로 지어낸 이야기들이 아이들의 삶에 작은 마법의 가루 같이 스며들길 바라며 책장을 덮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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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부자의 조건 꿈터 어린이 52
박현숙 지음, 노은주 그림 / 꿈터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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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아껴 아껴 모은 용돈을 들고 나가더니 집 앞 분식집에서 홀라당 다 쓰고 오더니 누구누구가 사달라고해서 사줬다며 텅 빈 지갑을 아쉬워하기도 하고, 꾸역 꾸역 모은 돈을 식탁에 모아두더니 "엄마, 화상입어 아픈데 병원비 이 돈으로 하세요. 제 용돈이예요." 하고 감동을 주기도 한다.
"엄마, 저 통장에 얼마 들어있어요?"
묻기 바쁜 우리집 10살의 최대 관심사, 바로 돈이다.

박현숙 작가의 완벽한 부자의 조건 동화책 속에는 10살 주인공 호철이가 소개된다. 호철이의 꿈은 지구에 사는 열 살 중 가장 부자가 되는 것!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은 귀여운 호철이가 가진 선한 마음, 돈을 벌고 싶은 동기는 이토록 어린이답게 순수하고 예쁘다.

호철이는 돈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살피기 시작한다. 아르바이트는 어려서 하지 못하지만 집안일을 하고 돈을 버는 일들을 맡고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중고 물건을 중고시장에 내어놓는다. 야무지게 공책을 꺼내 할 수 있는 일들과 가격을 매기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몸소 경험하게 되는 우리의 주인공.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참아가며 "아프리카에 사는 아기 도와주기"라는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기특한 호철이. 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 하지 않다.

"부자가 되는 조건 중의 하나가 뭔지 아나? 바로 돈을 잘 관리하는 거야. (중략) 돈은 물과 같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는 거야."<p.55>

"완벽한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거든. 지금 나에게 있는 거에서 나눌 줄 알면 부자인 거지."<p.82>

그렇게 참고 절약하던 호철이는 이제 조금씩 자신의 돈을 의미있는 곳에 소비할 줄도 알게 되고, 자기가 벌어 쓴 돈이 주는 소중함과 기쁨을 누린다. 때마침, 들어간 소극장의 수익금은 모두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기부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일등을 해서 기념품을 받아 기부할 생각으로 기쁜 호철이의 모습으로 책이 마무리 된다.

부자라는 개념은 참으로 상대적이다. 돈이 많다고 하여 과연 부자라 할 수 있을까? 돈이 많아야만 나눌 수 있을까? 물질주의가 만능한 사회에 살며, 돈과 행복은 떼기 어려운 관계가 되기도 하였지만 그럴수록 더 본질적인 '마음의 넉넉함'을 잃지 않도록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때마침 만난 <완벽한 부자의 조건>이란 동화로 아이들에게 지금 이 순간을 '나만의 완벽한 부자'로 살아가며 기쁠 수 있음을 알려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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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600년의 기억
정명림 지음, 장선환 그림, 이지수 기획 / 해와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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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광화문 앞 길을 지나갈 때마다 뻥 뚫린 광장과 터에 감사한 마음이 올라온다. 어린 시절 나의 사진 속에 존재했던 조선 총독부 건물은 사라지고, 국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열린 광장이 되고 다양한 이벤트로 더욱 우리들의 삶과 가까워진 그곳! 간혹 광화문광장 앞에 서, 광화문을 바라볼 때면 지금의 내가 꼭 과거의 내가 아닐까? 하는 신비로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놀러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지나다니던 광화문 앞에서 어느 날, 아이가 질문을 하였다. "엄마, 일본 사람들이 우리 기를 끊어버리려고 총독부도 여기에 세우고 그랬다는데 지금 그건 다 없어진 거예요?" 총독부의 볼썽사나운 건물을 배경으로 본 세대와 아닌 세대가 또 이렇게 나뉘는구나, 우리 아이들 세대를 위해 이 거리를 지나가며 지난날들의 이야기들을 해주어야겠다 다짐하게 되었다.

역사를 공부하고 어린이에게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역사 이야기를 쓰는 정명림 작가의 <광화문 600년의 기억>은  앞선 나의 고민을 채워주기에 만족스러운 역사책이었다.  조선부터 현대에 이르는 광화문의 역사를 멋진 삽화와 함께 연도별로 굵직굵직하게 설명해준다. 1294년 새 도읍으로 한양을 고르고, 조선 최고의 장인들을 모아 궁궐을 짓는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1395년 새 궁궐인 경복궁이 완성, 궁궐 정문인 남문에는 임금의 큰 덕이 온 나라를 비춘다는 뜻으로 광화문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임진왜란과 함께 불타버린 광화문, 다시 지은 경복궁, 일제 식민지 시대, 조선 총독부 건물, 한국전쟁, 콘크리트로 복원된 광화문, 그리고 무너지는 조선총독부 건물까지 숨 가쁘게 진행되는 우리의 역사 속 광화문을 살펴본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안에서 어떻게 지금의 자리가 되었는지 그러기 위한 희로애락 안에 우리는 가만히 놓아진다. 책의 마지막에는 삽화로 설명한 연도별 광화문의 사진과 사건이 실사 사진과 함께 요약되어 나오고 서울의 사대문과 사소문, 대한문, 돈화문, 숭례문, 광화문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진다. 광화문 그림책을 읽듯, 동화를 보듯 읽어 내려가는 이 이야기는 결국 우리의 역사. 2010년 광장과 함께 재탄생한 광화문, 국민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이곳에서 아이들은 그동안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게 되겠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책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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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100일의 명화
이윤서 지음 / 더블:엔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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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좋아지는 나이, 마흔이 넘어 만난 명화는 더없이 비밀스럽고 흥미롭다. 그저 '좋다'라는 서술어로 표현될 수 없는 농밀한 그 무언가를 알아가는 재미, 어쩌면 예술과 관련 없는 삶을 살아오며 그동안은 굳이 알지도 못했고 알 생각도 하지 못했던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에 조시스레 다가가는 맛을 알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흔히들 말한다. 알고 보아야 더 잘 보인다고. 애써 무시했던 그 말이 어느 순간 가슴에 담겼고, 부담없이 명화에 관한 이야기들을 쌓는다면 이보다 좋은 상식이 어디있을까? 때로는 화가의 시선을 따라 때로는 그림속 질문들을 따라 정답없는 인생을 마주하게 된다. 저자 이윤서 아트 연구소 소장은 전통 아카데믹 미술부터 감정을 표출하는 20세기 미술까지의 이야기들을 <하루 10분 100일의 명화> 책에 풀어 놓았다. 그렇게 이번에도 명화를 만나게 되었다.


"빛나는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의 삶도 한 폭의 명화가 됩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가 말하는 프롤로그가 가만히 마음에 담긴다. 가장 첫 그림으로 읽은 존 에버렛 밀레이(영국)의 <눈 먼 소녀>를 가만히 생각하게 된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머리 위로 붉은 천을 동생과 나누어 쓴 언니, 소녀들 뒤로 펼쳐진 쌍무지개, 그리고 언니에게 속삭이는 동생. 아마도 동생은 무지개를 이야기했을 것이고 눈 먼 소녀는 한번도 보지 못한 무지개를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 그림의 소제목을 "언니! 우리처럼 무지개가 둘이야~"라고 지었다. 화가의 시선을 따라 만나지는 이야기들, 우리의 생각이 화가가 숨겨놓은 그림 속 장치와 일치하는지를 유추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1장은 바로 '화가의 시선'이다. 이 장에서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부터 벨라스케스의 <시녀들>까지 눈에 익은 많은 명화들이 등장한다. 


7080세대인 내게는 여전히 비디오보다 사진이 더 익숙하고,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추억을 아직까지 박제된 사진의 앨범으로 간직하곤 한다. 사진 한장을 바라보면 그 앞과 뒤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고 당시 내가 누른 셔터가 담은 찰나의 빛, 찰나의 표정, 그 '순간'을 더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모네의 <인상>을 바라보며 저자는 "내일은 안 돼! 바로 지금 그려!" 라는 소제목을 담았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관찰하고 그 찰나를 표현한 모네의 그림에서 오로지 우리는 이 순간 만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듯, 책 2장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라는 주제로 조르주 쇠라의 작품부터 피사로의 작품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3장은 '인생의 파도'. 라는 주제로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그림들을 모아 이야기를 들려준다. 쿠르베의 그림들에 관한 설명과 더불어 작가는 '보이는 것만 그리겠소.' 라는 소제목을 붙였다. 가난한 사람의 비참한 현실을 과장하지 않고, 또한 미화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그린 그림, 하지만 이 그림은 불편할 수 밖에 없어 실제로는 불경스럽다는 비난을 받았던 쿠르베. <화가의 아뜰리에> 그림에서 보여지는 양면의 대조를 보며 가운데에 선 아이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그림그리는 화가를 바라보는 아이는 과연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정답이 없는 질문들'이라는 제목의 4장에서는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한 칸딘스키의 <푸른 하늘>이 가장 먼저 소개된다. 살아서는 비록 이해받지 못하였지만, 색이 가진 강렬한 음과 리듬을 화폭에 담은 그의 시도는 예술사에 큰 발자취가 된다. 아마도 내게 그림이 어려웠던 것은 그림 속에서 정답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알면 많이 보이는 것이 맞지만 한편으로는 꼭 알지 않아도 내 마음의 울림을 고스란히 안고 오롯이 감상만을 하는 태도가 중요하기도 하다.


마지막장에서 만난 앙리 마티스의 <춤>, 상상 속의 낙원에서 사람들이 역동적으로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을 본다. 색이 주는 강렬함으로 기쁨과 환희가 드러난다. 이 환상의 세계는 어쩌면 힘든 지금의 현실에서 화가가 상상해 낸 안전한 공간인지도 모른다. 남들의 비난과 비판을 관심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때, 어쩌면 우리는 더욱 비상할 수 있을지 모른다. 마지막장은 당신이라는 우주라는 테마로 삶을 응원하는 작품들을 감상했다. 


하루 한개의 명화를 쉽게 풀어 이야기하고 각각의 명화마다 작은 소제목으로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던 이 책에서 나는 그림을 보기도 했지만, 어쩌면 화가의 삶을, 그리고 그 삶 안에 담긴 메세지를 새롭게 알아가며 마음 한구석을 채워나갔다. 다양한 색채로 채워진 나의 마음 안에서 감정들이 제각각 자신의 이야기들을 외칠 때, 그림을 꺼내 본다. 고요히 그림을 응시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그림 안에서 보면 볼 수록 새롭게 보이는 관찰력 안에 담긴 통찰력들이 언젠가 삶의 지혜가 될거라 믿으며, 오늘도 책장을 넘긴다.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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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할머니 약국
히루마 에이코 지음, 이정미 옮김 / 윌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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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은 깊어지는 줄 알았다. 깊으면 고요해지니까. 나이를 먹을 수록 사람은 지혜로워 지는 줄 알았다. 첩첩이 쌓인 모든 경험안에서 배운 교훈이 몸 안에 쌓이니까. 그러나, 나이가 들 수록 알게 되었다. 고요해지고 깊어지고 지혜로워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나이값을 하지 못한 채 더욱 요란해지고 초라해지는 경우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생 100년차 약사 할머니가 현생에 치인 우리에게 들려주는 인생이야기,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삶이 조금 더 따뜻하고 행복할까에 대한 다정한 조언이 가득한 책, 히루마 에이코의 <100세 할머니 약국>이다. 백 세가 넘도록 약국 문을 열며, 사람들의 마음을 들어준 할머니, 함께 그리고 다정하게 이 두가지의 가치를 꾸준히 삶에서 보여준 저자의 삶에 잔잔한 감동을 받는다.


"마음을 담아 밝은 목소리로 고개를 숙이는 기분 좋은 인사는 상대방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공경하는 마음을 전달해 줍니다."<p.51>

공경하는 마음을 담은 인사는 좋은 하루를 선물해준다. 어디를 가든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잘 하려고 노력하며 지내왔다. 그런 생활 습관은 내성적인 우리집 아이들에게 '엄마, 저 사람 모르잖아. 엄마, 부끄러워.' 라는 말을 하게도 했지만, 육아 십여년이 훅 넘어간 지금 이제는 아이들 역시 전혀 모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늘 밝게 인사를 한다. 아이 엄마로 살아오며 수 많은 아이들을 만날 때 마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자 늘 노력했다. 눈으로 인사하고 말로 인사하고, 내가 한 그 밝은 말 한마디가 언젠가 나를 살리고 우리 아이들을 살릴거라 믿으며... 쌩 하며 지나가는 현대인들을 볼 때 마다 가끔씩 이렇게 정을 주며 하루를 담는 내 자신이 바보같게 여겨질 때도 있지만, 인생 백년차 할머니의 조언으로 마음안에 확신을 갖게 된다. '그래! 잘 하고 있어.' 하며 말이다.


"울어도 웃어도, 누구에게나 인생은 단 한 번 뿐입니다. 큰 맘 먹고 지금까지 해 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에 도전해 보세요. 그게 바로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비법입니다." <p.68>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 슈퍼에서 장을 보거나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할 때, 주섬주섬 앱을 꺼내 예약을 하고 확인을 하며,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가끔은 아날로그 시대를 회상하며 진한 향수에 잠기며, 애써 기술을 배우고 겨우겨우 생존형으로 활용법을 익히곤 한다. 그런 나에게 인생 백년차 약사 할머니께서는 말씀하신다. 제2의 인생이 40여년이나 된다고, 지금부터 무언가를 시작해도 괜찮다고. 그 다정한 격려에 가슴 깊은 곳이 찌릿해진다.


"정작 자기 자신의 돌봄을 소홀히 하면서 다른 누군가를 걱정한다면, 이는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그렇게 해 주길 바라는, 그 사람을 향한 기대일 수도 있어요. " <p.83>

아이를 키우며 어쩔 수 없이 내 자신은 늘 뒷전이 되곤 했다. 그동안 몰랐을 부모님의 노고를 새롭게 알게 되고, 또 그동안 몰랐던 내 자신의 욕구와 내면을 성찰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크게 배운 점은 결국 누군가를 돌보는 일에 앞서 내 자신을 챙겨야 한다는 것, 나 자신이 무너지고 나면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나를 찾는 여정' 그리고 그 안에서 '나와 타인이 함께 상생하며 성장'하는 과정에 대해 무게를 싣고 하루하루를 사는 요즘,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어쩌면 저자가 말한대로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이제는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아이들을 향한 내 개인적인 욕심 혹은 기대를 내려놓고 온전히 그 시간을 나를 위한 귀한 시간으로 채워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살며 누군가 내게 해주었으면 하는 다정한 조언들을 요즘 책 안에서 많이 건져내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러하다. 사실 차분히 들여다보면 어디에선가 한번쯤 들어보았던 조언들, 이미 알고 있는 말들이긴 하지만, 인생 백년차의 내공으로 단정하고 차분히 설명해주시는 저자의 목소리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미래는 늘 불안하다. 어찌될지 한치 앞을 모르는 미래, 그렇지만 우리에게 펼쳐진 무한한 미래를 마주하며 이제는 조금 더 '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시이 진시으로 전해지던 책, 나는 이 책을 청소년기를 향할 우리 아이에게 살포시 건네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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