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할머니 약국
히루마 에이코 지음, 이정미 옮김 / 윌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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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은 깊어지는 줄 알았다. 깊으면 고요해지니까. 나이를 먹을 수록 사람은 지혜로워 지는 줄 알았다. 첩첩이 쌓인 모든 경험안에서 배운 교훈이 몸 안에 쌓이니까. 그러나, 나이가 들 수록 알게 되었다. 고요해지고 깊어지고 지혜로워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나이값을 하지 못한 채 더욱 요란해지고 초라해지는 경우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생 100년차 약사 할머니가 현생에 치인 우리에게 들려주는 인생이야기,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삶이 조금 더 따뜻하고 행복할까에 대한 다정한 조언이 가득한 책, 히루마 에이코의 <100세 할머니 약국>이다. 백 세가 넘도록 약국 문을 열며, 사람들의 마음을 들어준 할머니, 함께 그리고 다정하게 이 두가지의 가치를 꾸준히 삶에서 보여준 저자의 삶에 잔잔한 감동을 받는다.


"마음을 담아 밝은 목소리로 고개를 숙이는 기분 좋은 인사는 상대방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공경하는 마음을 전달해 줍니다."<p.51>

공경하는 마음을 담은 인사는 좋은 하루를 선물해준다. 어디를 가든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잘 하려고 노력하며 지내왔다. 그런 생활 습관은 내성적인 우리집 아이들에게 '엄마, 저 사람 모르잖아. 엄마, 부끄러워.' 라는 말을 하게도 했지만, 육아 십여년이 훅 넘어간 지금 이제는 아이들 역시 전혀 모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늘 밝게 인사를 한다. 아이 엄마로 살아오며 수 많은 아이들을 만날 때 마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자 늘 노력했다. 눈으로 인사하고 말로 인사하고, 내가 한 그 밝은 말 한마디가 언젠가 나를 살리고 우리 아이들을 살릴거라 믿으며... 쌩 하며 지나가는 현대인들을 볼 때 마다 가끔씩 이렇게 정을 주며 하루를 담는 내 자신이 바보같게 여겨질 때도 있지만, 인생 백년차 할머니의 조언으로 마음안에 확신을 갖게 된다. '그래! 잘 하고 있어.' 하며 말이다.


"울어도 웃어도, 누구에게나 인생은 단 한 번 뿐입니다. 큰 맘 먹고 지금까지 해 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에 도전해 보세요. 그게 바로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비법입니다." <p.68>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 슈퍼에서 장을 보거나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할 때, 주섬주섬 앱을 꺼내 예약을 하고 확인을 하며,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가끔은 아날로그 시대를 회상하며 진한 향수에 잠기며, 애써 기술을 배우고 겨우겨우 생존형으로 활용법을 익히곤 한다. 그런 나에게 인생 백년차 약사 할머니께서는 말씀하신다. 제2의 인생이 40여년이나 된다고, 지금부터 무언가를 시작해도 괜찮다고. 그 다정한 격려에 가슴 깊은 곳이 찌릿해진다.


"정작 자기 자신의 돌봄을 소홀히 하면서 다른 누군가를 걱정한다면, 이는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그렇게 해 주길 바라는, 그 사람을 향한 기대일 수도 있어요. " <p.83>

아이를 키우며 어쩔 수 없이 내 자신은 늘 뒷전이 되곤 했다. 그동안 몰랐을 부모님의 노고를 새롭게 알게 되고, 또 그동안 몰랐던 내 자신의 욕구와 내면을 성찰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크게 배운 점은 결국 누군가를 돌보는 일에 앞서 내 자신을 챙겨야 한다는 것, 나 자신이 무너지고 나면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나를 찾는 여정' 그리고 그 안에서 '나와 타인이 함께 상생하며 성장'하는 과정에 대해 무게를 싣고 하루하루를 사는 요즘,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어쩌면 저자가 말한대로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이제는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아이들을 향한 내 개인적인 욕심 혹은 기대를 내려놓고 온전히 그 시간을 나를 위한 귀한 시간으로 채워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살며 누군가 내게 해주었으면 하는 다정한 조언들을 요즘 책 안에서 많이 건져내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러하다. 사실 차분히 들여다보면 어디에선가 한번쯤 들어보았던 조언들, 이미 알고 있는 말들이긴 하지만, 인생 백년차의 내공으로 단정하고 차분히 설명해주시는 저자의 목소리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미래는 늘 불안하다. 어찌될지 한치 앞을 모르는 미래, 그렇지만 우리에게 펼쳐진 무한한 미래를 마주하며 이제는 조금 더 '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시이 진시으로 전해지던 책, 나는 이 책을 청소년기를 향할 우리 아이에게 살포시 건네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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