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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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더할나위 없고, 일면식이 없는 사람의 소식을 뉴스로 전해받는 입장 또한 마찬가지이다. 병원에서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아닌 경우에 대하여도 사실상 생각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은 특수청소 유품정리사의 이야기다. 특수청소란 죽은 인간이 남긴 오물, 냄새, 흔적을 소멸시키는 일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 사사가와와 아사이가 고독사, 자살, 동반자살, 사고의 죽음 등 다양한 형태의 죽음 현장을 찾으며 흔적을 지우는 작업과 연관한 인간 내면의 변화를 섬세하게 풀어나간다. 섬세하게, 적나라하게 기술된 사체 현장 묘사에서는, 만약 영화라면 눈을 질끈 감았을 장면이 글자로 살아나 생생히 눈앞에 펼쳐져 몹시 괴로웠다. 그러나, 결국 그 괴로운 현장을 마주하며 흔적을 지우는 과정에서 누군가를 기억하고, 소중한 삶의 일면을 일깨우고, 죽음을 통해 삶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죽은 사람은 쉽게 오해된다. 그러나, 특수청소와 유품정리를 하는 데드모닝 회사의 직원들은 죽은자들 앞에서 예의를 갖추고, 그들의 삶을 단편으로 보지 않고 함부로 단정짓지 않는다. 그들의 삶에서 죽음을 생각하고, 삶을 생각하고, 인간에 대한 존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말이야, 이 일을 시작하고 한번도 쓰레기를 운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누군가의 단 하나밖에 없는 삶의 단편을 운반한다고 생각하지." <흔적을 지워 드립니다. P, 246>
"남은 흔적은 지울 수 있죠. 하지만 누군가 살았던 나날은 지울 수 없어요."<흔적을 지워드립니다.P.322>

죽음 앞의 삶의 진실이란 무엇일까? 나의 죽음은 어떤 흔적으로 남아 어떤 의미가 될까? 결국 잘 죽기 위해 잘 살고 싶어지며, 소설의 마지막에 사사가와씨가 암막 커튼을 환히 젖히듯 환히 새어나오는 햇빛같은 순간들을 마음에 담아 뜨거운 삶을 살고 싶다. 또한, 세상의 많은 죽음들이 소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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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슈 하이라이트 Vol.04 퓨처 모빌리티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4
김정훈 지음 / 동아엠앤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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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의미는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다가온다. 나에게는 그저 내가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운송수단의 하나일 뿐이지만, 우리 둘째 남자아이에게는 가장 좋아하는 '빠방놀이'를 할 수 있는 유희의 대상이며 지금도 스포츠카 보는 것을 좋아하여 순전히 스포츠카를 보기위해 '도산대로' '강남대로'를 가기도 하는 하나의 로망이기도 하다. 이러한 다양한 속성과 목적을 맞춰야 하는 이유 때문에 참 보수적인 시장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최근에 이 자동차 시장에 대격변이 이뤄지고 있다. IT산업의 발전과 함께 친환경이 시대의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이 요소들이 자동차에 접목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테슬라'로 대변되어지는 미래자동차가 부상하고 있다.
나는 자동차에 큰 관심은 없지만, 아이의 관심과 보수적시장이 격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눈에 들어온 이 책에 관심이 생겨 집어들었다.

이 책에서는 미래자동차의 세가지 키워드를 '친환경' '자율주행' '공유'로 보고 있다.
'친환경'
예전에는 날씨를 볼 때 맑은지 비가오는지 정도를 봤다면 지금은 자연스레 미세먼지가 어떤지 찾아보게 된다. 그 정도로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따라서 대기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에게도 자연스레 비난의 눈총이 쏟아진다. 그래서 최근 전기자동차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동차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과정을 아주 구체적이면서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전기자동차의 핵심기술과 향후 해결해야할 과제와 전기자동차의 대안기술들도 쉽게 설명하고 있어, 나 같이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

'자율주행'
운전이 부담스러운 나는 항상 자율주행자동차가 언제 나오는지 궁금했다. AI, IT 및 전자 기술의 발달이 자율주행 자동차를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의 수준을 단계별로 설명하면서 단시간에 이뤄질 수 없는 이유를 잘 나타내주었다. 단순히 기술적인 허들뿐만 아니라 관련 법규, 윤리적 딜레마, 사람들의 심리적 장벽, 인프라 구축같은 거대한 사회적 비용 등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이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나열한 자율주행의 많은 장점과 나의 개인적 니즈를 위해 빨리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대가 다가오길 바란다.

'공유'
나는 자동차야말로 '공유'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수재이지만 사치재로서의 자동차의 가치가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동차의 '하차감'이라는 단어가 있을만큼 무슨 자동차를 타느냐가 그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는 판단기준 중의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금도 우리 생활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는 '우버', '카카오택시'도 공유자동차의 첫걸음이라는 이 책의 설명을 보면서 언젠가는 '자율주행'기술이 발달함과 동시에 자동차도 '공유', '커넥티드'라는 개념에 어느새 젖어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공유 자동차가 가져올 세상을 잠깐이나마 엿보면서 이제 모든 운송수단이 '대중교통'이면서 '개인교통수단'이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자동차 기술의 혁신과 그 핵심키워드를 글자로나마 느끼면서 미래의 자동차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술의 변화가 야기시키는 사회적 변혁과 합의, 윤리적 논의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가 미래 자동차에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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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을 위한 선물 피카 그림책 3
프란체스카 피로네 지음, 오현지 옮김 / FIKAJUNIOR(피카주니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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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계절이 한 차례 바뀌어 짧고 청량한 가을이 왔다. 이 짧은 시기는 어느 순간 사라질 것이며 곧이어 매서운 추위가 닥칠 터이다. 옷장의 옷들을 여름옷에서 가을옷으로 또 겨울옷으로 정리하기가 귀찮아진 나는 꼼수를 부린다. 겨울 옷가지에서 가을 옷으로 입을 수 있어 보이는 긴 팔 몇개만 꺼내 일단 여름옷 위에 켜켜이 쌓아둔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의 구미에 따라 긴팔과 반팔을 번갈아 입으며 지금의 계절을 난다.

겨울 옷을 모아둔 서랍 깊숙한 곳에는 폭신폭신한 털 스웨터들이 보인다. 그 중 이웃할머니께서 직접 털실로 짠 조끼 하나는 아이가 가장 아끼는 옷 중 하나다. 털실, 털옷, 이것들이 주는 포근포근함은 우리를 한순간에 어느 특정 시간, 공간으로 데려다 놓기도 한다. 털옷을 보며 뜨게질을 하는 상상을 해보다 한코 한코 옷을 뜨며 만나는 소중한 마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 마음은 따뜻하고 진심이 담겨있고 정성이 어린 마음이다.

이번에 만난 그림책은 그런 뜨게질을 하는 마음으로 나눈 우정의 가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프란체스카 피로네의 <너만을 위한 선물>에서는 주인공 꼬마돼지가 추운 겨울, 자신의 스웨터를 짜고자 한다. 그러다, 함께 노는 친구들에게도 따뜻한 옷이 필요할텐데...싶어 자신의 털실을 친구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준다. 그러나, 예쁜 색색의 털실 뭉치는 이내 동이 나버리고, 당장 꼬마 돼지가 쓸 털실은 없다. 슬픔에 빠진 꼬마 돼지는 말한다.
"나는 이제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견디지?"

이 책의 절정은 이 이후의 이야기이다.다른 친구들이 모두 자신의 몸에 맞는 스웨터를 짜고 남은 실을 가지고 돼지에게 스웨터를 만들어준다. 색색의 알록한 아름다운 스웨터를 입은 꼬마돼지. 친구들이 선물해 준 스웨터를 입고 펑펑 눈이 오는 날 즐겁게 함께 노는 아이들로 책은 마무리 된다.

때로는 내가 마음을 다해 나누어주는 일들에 대해 나도 모르게 대가를 생각하게 되거나 나의 희생이라 여기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삶안에서 나의 선의는 늘 다른 선의로 되돌아오곤 했다. 꼬마 돼지가 친구들을 위해 털실을 나누어준 마음이 결국, 색색의 스웨터가 되어 선물로 돌아왔듯이 말이다. 선은 선순환이 되고 그렇게 우정도 사랑도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일 것이다. 꼬마 돼지와 친구들의 귀엽고 아름다운 아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남기며 삶의 진리 한 부분을 일깨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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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 - 탐식이 괴로운 이들을 위한 음식 철학
안광복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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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라는 말을 듣자마자 두가지가 나의 머리속을 지나갔다. 미식가를 뜻하는 말인 epicure그리고 '쾌락주의'였다. 이 두가지가 식탁에 쓰인다면 어떤 글들이 오갈까? <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 책은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쾌락주의를 처음 배웠을 때 나는 자칫 오해를 했었던 것 같다. 마치 YOLO처럼 인생은 한번이니 뒷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을 즐겨라 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쾌락이 아닐까 오해할 수 있으나,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쾌락은 <계산적 쾌락주의>를 뜻한다.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쾌락은 인생을 즐기되, 숙고하며 즐겨야한다는 것이고,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즐거움을 추구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그런 계산적 쾌락주의였던 것이다.

그런 그의 이름이 있는 이 책에서는 무엇을 우리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일까? 궁금증을 안고 책을 만난다. 책의 부제는 <탐식이 괴로운 이들을 위한 음식 철학>이다.

책에서는 철학자들마다 주장하는 섭생과 식사법이 소개되고 우리에게 마음을 다스르고 생활을 올바르게 하는 데 필요한 식습관이 무엇인지, 탐식이 왜 위험한지, 건강한 맛이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고찰해 본다. 특히 음식과 사회문화, 철학자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연결하여 현 우리 사회. 우리 가정, 나의 식사 습관을 되돌아 본다.

"삼시 세끼를 어떻게 장만하여 어떻게 먹는지는 나의 삶을 가꾸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매번 사료 먹듯 끼니를 해치운다면, 내 삶 또한 가축의 그것과 비슷해질 것이다. 반면에 식사를 나의 몸과 생활을 보듬는 수단으로 여기며 매번 의식을 치르듯 한다면 삶은 어떻게 바뀔까?"<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 p.44>

육아중이라는 핑계를 대며 매일같이 급하게 꾸역꾸역 쑤셔넣어 폭식을 하는 나의 잘못된 식습관이 부끄러워진다. 지식과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 여기며 살아왔던 삶은 어쩌면 허영으로 이루어진 껍데기였는지도 모른다. 과연 나의 음식들은 나의 몸과 생활을 보듬고 있을까? 그마저도 요리하기 귀찮고 설거지가 귀찮다는 이유로 떼우고 마는 식사로 채워지는 나의 삶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먹는 음식 만큼이나 중요한 먹는 방식에 대해 고찰해보며, 우리가 먹는 음식들을 하나씩 살펴보니 현대 문명의 문제점이 드러난다는 것을 깨닫는다.

"신분제를 당연하게 여겼던 과거에는 품이 많이 드는 '전통'음식 속에 차별이 숨겨져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먹는자들이 만드는 사람의 수고를 헤아릴 이유가 없었던 탓이다.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 먹는자들은 언제나 만드는 사람의 고생과 노력을 떠올리며 감사해야 한다. 때로는 먹고 싶어도 요리하는 이의 고생이 너무 크다면 욕구를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훌륭한 미식가는 입맛에도 배려를 담을 줄 안다."<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 p.51>

명성왕후가 사랑했던 약고추장, 고추장에 꿀과 다진 쇠고기를 넣어 하루종일 볶아 쇠고기가 고추장 속에 완전히 녹아 들어간 고추장이다. 이렇게 품이 많이 드는 음식을 보며 작가가 한 이야기는 자연스레 제사 음식을 생각해보게 된다. 요리하는 이의 고통, 요리하는 자를 갈아만든 음식, 만드는 이 따로 있고 먹는 이 따로 있는 관습은 현대 사회에서는 점차 사라져야 할 관습이라 생각된다.

"인간에게 있어 먹거리를 둘러싼 고민은 단순히 혀를 즐겁게 하고 건강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국의 침팬지 연구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에 따르면, 뭘 먹을지 선택하는 일은 나와 세상을 바꾸는 중요한 결정이다."<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 p.70>

언젠가 구어져 나온 생선을 보고 아이가 생선의 벌린 입 앞에 밥알을 소복히 쌓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물고기야, 맘마먹자."

그리고나서 젓가락으로 해체된 생선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물고기가 부서졌어. 나는 물고기가 물 속에 있었으면 좋겠어."

아이의 눈으로 본 생선구이에서 본능적으로 아이들이 알고 있는 생명의 연결성을 생각하며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매끼 채식은 할 수 없더라도 하루 한끼라도 고기 없는 밥상을 꼭 내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우리는 결국 다른 생명을 먹어야 삶을 지탱할 수 있고, 그렇게 생명들은 또 서로 다 연결이 되어 있는 바, 지구 공동체의 엄연한 일원으로서 받아들이고 싶은 나의 작은 노력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채식에 대한 나의 가치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생명을 존중하는 식사는 내 앞에 있는 음식이 한때는 살아있는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데서 출발한다."<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p.83>

그 외에도 식탁이 비추어주는 시대정신, 갈수록 맥도날드화 되어가는 패스트푸드를 향한 인식, 모더니즘이 지배하던 정신 안에서 과연 음식은 디스토피아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신선하고 무섭도록 와닿았다.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감성과 개성을 중시한다. 합리성과 효율성이 중시되던 시대는 갔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식탁을 바람직하게 만들까 고민하며 음식이 주는 다방면의 가치를 찾아야만 한다.

*이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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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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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의 SF소설은 가히 매력적이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세계로 우리를 데려가주며, 그곳에서 얻는 새로운 감각은 이 현실에 무뎌져 잊고 있던 어떤 본능같은 것을 깨워준다. 그녀의 소설은 인간이라는 종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끊임없는 자기확신에 차있으나 그 확신이 이르는 길이 이르는 곳이 어딘지 길을 잃은 것 같은 인간, 그런 인간을 새로이 바라보게 만들어준다. 인간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우리의 세계가 전부인냥 착각하며 살고 있는 우리네들에게 그녀가 데려가주는 세계 앞에서서, 우리가 가진 문제들을 지구위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아, 어쩌면 나는 확신과 도전에 열광하는 현대사회의 추세에서 끊임없이 자기 의심을 하며 되돌아보고 깊어지고 싶어지는 소심한 사람이기에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책과 우연들>은 김초엽 작가의 첫 에세이이다. 작가가 그동안의 소설을 쓰며 겪었던 일들, 만났던 책들, 그녀가 확장한 세계의 이야기, 우연히 그녀의 삶에 스며들어 이야기의 불씨가 되어준 책들, 작법서와 서평등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있다. SF라는 장르 자체가 생소하기도 했고, 어쩜 이런 이야기들을 펼쳐내는지 그저 감탄스럽기만 했던 내게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같은 작가의 에세이는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그동안 궁금했던 내용들이 담겨있기도 하고 그 안에 녹아있는 작가의 학문과 삶에 대한 철학 역시 존경스러웠다. 젊은 나이에 자신의 삶 안에서 본인이 가진 재능을 이렇게 나눌수도 있구나, 놀랍기도하고 부럽기도 했다.

과다하게 부풀려진 인간의 중요성을 조심스레 축소해서 제자리에 돌려놓는다는 점에서 SF장르가 가진 매력을 강하게 느낀다. 책 속에 소개된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책을 다시한번 대여하여 보았다. 이 에세이집을 읽은 후 다시 보는 소설 속 인물과 배경에 좀 더 집중하여 읽었고, 아름답고 슬프고 질문을 던져주던 각각의 소설 안에서 조금더 '이해하며 다가가는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었다.

"살아가는 동안 이 행성의 이웃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빚지고 있기에, 우리가 지닌 좁은 이해의 영역을 계속해서 넓히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방법을, 상상하고 또 읽는다." <책과 우연들, P.38>

"인간이 인간 바깥의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그리고 불완전한 이해 과정을 통해 재해석한 자연과 우주는 매력적이다." <책과 우연들, P.279>

우리가 가진 최선의 도구, 과학을 기술하며 표현했던 작가의 문구가 너무나 멋있었고, 글을 쓰며 고군분투하는 작가의 모습이 너무나 인간적이었고, 자료를 조사하고 과학적 지식과 접목하는 작가의 모습은 너무나 프로페셔널했다.
소설가의 에세이를 읽는 묘미 중에 하나는, 소설 속에서 감춰져 잘 보이지 않게 꽁꽁 숨겨둔 작가의 면모들을 대놓고 보여주어 작가의 삶에 한층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앞으로 김초엽 작가가 쓸 많은 이야기들, 그녀의 시선으로 쓰여질 세계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이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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