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날 대신해 소설, 잇다 5
김명순.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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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날대신해 , 김명순과 박민정 #작가정신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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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만남, #소설잇다 시리즈를 다섯 번째 이번 작품에 이르기까지 읽어 오고 있다.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근대 여성 작가의 소설을 현대의 여성 작가가 어떻게 풀어내어 자신의 세계를 보여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김명순 작가는 ‘첩의 딸’이라는 이유로 사회와 문단에서 ‘나쁜 피’가 흐르는 여성으로 극심하게 부정 당하는 학대를 받았다고 한다. 이 책에는 김명순 작가의 소설 세 편이 실려 있는데 조선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이 받았던 고통이 모두 드러난다. 아내를 두고도 외도를 밥먹듯이 하는 남편들이나, 학대와 괴로움을 겪다가 마침내 죽음을 맞이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여성들의 비극을 극대화한다.

등단작이기도 한 <의심의 소녀>에서는 꽃처럼 어여쁜 팔구세의 ‘범네’라는 소녀가 등장한다. 동네의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는 범네 가족의 정체를 두고 사람들은 의심을 하는데, 사실 범네는 바람둥이 그 자체인 아비와 그 틈에서 고통 받던 어머니가 자살에 이른 안타까운 사정을 남몰래 숨기며 사는 ‘불쌍한 소녀’이다. 소설 <돌아볼 때>에서도 주인공 ‘소련’은 여자를 끊임없이 만나고 갈아치우는 아버지와 첩이었던 어머니가 끝내 죽음에 이르른 사연을 품고 있다. 그런 ‘소련’이 ‘송효순’이란 남자를 사랑하지만 그에게는 아내가 있다. 원치 않았던 ‘최병서’와 급히 혼례를 치루지만 남편과 그의 모친은 ‘소련’을 학대하고 그럼에도 소련은 자기 삶을 게을리하지 않고 힘쓰는 여성이다.

호흡이 가장 길었던 <외로운 사람들>은 최씨 가문의 네 남매가 등장하는데 ‘순희’와 ‘순철’에 집중되어 있고 점차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순철’이다.
어머니를 버리고 새로운 삶을 꾸리는 아버지, 그 이유를 딸의 실패한 결혼 때문이라 변명하는데.. 순희도 순철도 모두 원하는 사랑을 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고민한다. 그러나 역시 이 소설의 비극은 소외된 여성들의 죽음이다.

역시는 역시였던 박민정 작가의 <천사가 날 대신해>는 김명순 작가의 외로움을 공포로 구체화한다. 남편과의 불행한 결혼 생활, 알고 믿고 지냈던 관계 속에서 공격을 당하는 여성. 친구였던 ‘나’조차 ‘세윤’의 죽음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자기 직면,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조차 이해 받을 수 없는 여성의 현실, 그것은 다름아닌현대 여성들의 공포였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말을 꾸준히 반복했던 나 또한 온전히 누군가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자꾸만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했다. 박민정 작가의 소설을 빠져들듯 읽었으나 그것을 단지 재미라고만 말할 수 없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나와 우리를 돌아보는 과정이 절실하게 다가온 작품이었으니까.

이 시리즈에서 또 반드시 주목할 것은 현대 여성 작가의 소회를 밝힌 ‘에세이’다. 김명순 작가의 글을 어떻게 이해하게 되었는지는 물론 작가로서 스스로 감회를 밝히고 대면하는 일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기가 믿어온 어떤 부분을 수정하면서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되기도 한다. 작품이 여성 작가의 인생과 결부되어 해석되는 것을 경계해 온 박민정 작가에게, 김명순 작가의 서술 방식은, 그녀가 외부의 시선과 편견을 감내하고서라고 취해야만 하는 전략이었다고 인정하게 만든다. 그렇게 해서라도 시대와 사람들의 부정과 그름을 드러내고자 하는 김명순 작가를 온전히 이해하고 수용하며 그의 작품이 꾸준히 읽히기를 바라는 박민정 작가의 마음을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문학이 문학을 만날 때 안되는 일이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 본다. 우리를 살려내는 일에 문학이 있다고도 믿는 순간이다.


<292p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선 선역도 악역도 여자야. 우리가 남자들이랑 깊은 관계 맺을 일 있어? 너나 나나 조심해야 하는 건 이제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고. >


<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후기를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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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소설, 향
조경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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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조경란 #작가정신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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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무엇일까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어떻게 가족이 되는 걸까, 새삼 멍한 마음이었다. 혈연의 방식으로 가족이 된 우리는 선택지가 없다. 바꿀 수 없고, 없던 것처럼 될 수 없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그 방식이 참으로 가혹하다 생각한 적도 많았다. 행복한 가정이 부럽기도 했지만 들여다보면 각각의 이유로 불행한 가족들도 많았다. 뜻하지 않게 결합된 가족이란 애당초 그런 것일까, 가족이란 이름 아래 뭉쳐졌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삶의 결을 타고난 사람들.. 우리는 가족일까, 타인일까.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스무살의 ‘신이경’이다. 엄마를 잃고 할아버지를 따라 기차를 타고 내려왔다. 할아버지, 이모, 외삼촌이 새 가족이 되었지만 밥상 앞에 다같이 모여 밥을 먹는 것조차 불가능할 만큼 서로 각각의 시간을 살아간다. ‘나’는 새로운 가족 안에서 외롭다. 할아버지나 외삼촌의 도시락을 싸거나, 세들어 사는 목욕탕집 앞에 있는, 누구도 돌보지 않는 화단을 돌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러나 그런 일을 이곳에서 찾을리 만무하다. 집 안에서 떠돌거나, 가끔 집 밖으로 할아버지와 삼촌 도시락을 챙겨 나가거나, 하루 두번 기차가 들어오는 역사안에 가 앉아 있을 뿐이다. 이곳을 떠나고 싶다. 그럼에도 ‘이경’은 다시 목욕탕집 세 사는 방으로 돌아온다.

혼자인 것만 같은 감정 때문에 인간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인간은 결국 혼자가 되지만 중간 중간의 삶의 여정에는 타인과 관계를 맺고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제 스무살이 된 이경이 엄마를 여의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 내려온 마음은 혼자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타인 같은 가족 안에서 이경의 외로움은 극에 달한다. 내가 문득 문득 정말 이 세상은 혼자구나, 라고 느끼는 외로움과 같은 걸까. 우리는 어쩌면 완벽한 타인일지도 몰라, 하고 깊이 생각하게도 되는 건 혼자라고 느끼는 그 외로운 순간 때문일 것이다.

이경에게는 목욕탕집 화단이나, 우편물 하나 오지 않아 타지 사람임이 분명하다 확신하는 맞은편 남자의 존재와 그 남자가 머무르는 ‘방’이 유일한 위안이자 안식처다. ‘나’의 정체성을 확인 받고 새로운 미래를 꿈꿔볼 수도 있는 것. 그러나 삶의 좌절은 시시때때로 예고없이 찾아오는 법. ‘이경’에게 무감했던 이모와 맞은편 방의 그 남자는 한날한시에 떠나버린다.

제목 ‘움직임’ 속에서 ‘가족’의 존재와 의미를 더듬어 본다. 바꿀 수 없고 버릴 수도 없으며 없던 것처럼 될 수도 없는 가족. 사고로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어느날 갑자기 집을 떠나버린 이모. 떠나고 싶었으나 결국 떠나지 않고 남게된 ’이경‘은 ‘삼촌’과 새로운 가족이 된 삼촌의 그녀와 그녀 뱃속의 아기와 새로운 가족이 된다.

소설은 떠나버린다고 해서 새로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맞춰가면서, 내가 조금씩 변화하기도 하면서, 틀이 생기고 형태가 갖춰지기도 하다는 것을 ‘가족’의 변화로 보여준다. 다시 화단에 꽃씨를 뿌리기로 결심한 ‘이경’이 외로움과 두려움의 시간을 딛고 가족을 향해 뻗어나가는 그 움직임이 움츠러들었던 나의 외로움을 일으켜 세웠다. 할아버지의 생신날에 밥상을 중심으로 다같이 모인 새로운 가족이 조금씩 서로에게 움직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좀 더 불행이 비껴가고 행복이 그 자리를 채우기를 바라는 응원의 마음으로. 다시 우리는 외로워질테지만 그것만이 끝이 아님을 소설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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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 전면 개역판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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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허먼멜빌 #작가정신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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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이슈메일 이라고 해두자‘. 이 소설의 인상적인 첫 문장이다. 기존판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손보면서 새로이 탄생된 김석희 번역가의 전면 개역판인 이번 <모비딕>은 8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독자의 이해를 위해 150여개나 주석을 더 추가하기도 하고, 지도나 포경선의 구조, 작가 연보, 옮긴 이의 덧붙임 등 풍부한 자료들이 더해진 탓이다. 이 방대한 책 속에 길고 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항해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설이라는 이 여정 곳곳에 고래와 포경에 대한 다채로운 지식이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실제 작가 ‘하먼 멜빌’이 포경선의 선원이었고 이 글을 쓰기 위해 도서관에서 엄청난 자료를 찾아 모두 기록으로 실어낸 것이라 한다.

방대한 분량만큼 <모비딕>은 때로는 아득한 어려움이기도 했고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이기도 했다. 작가 하먼 멜빌이나 이 책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번역해 낸 김석희 번역가의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노동을 생각하면서 문장을 음미하고 헤아려 보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었다. 김석희 번역가의 말처럼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과 의미를 준다는 것은, 다른 말로는 책이 상징과 은유가 다양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결코 쉽게만 읽히지 않은 모비딕이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소설의 내용적으로는 흥미진진하다. 소설의 등장인물은 다양하지만 크게 셋으로 요약된다. 흰 고래 모비딕과, 과거에 모비딕으로부터 한쪽 다리를 잃은 에이해브 선장, 작가 멜빌의 대변자이자 화자인 이슈메일. 거대하고 신비로운 고래를 보고 싶어 포경선 ‘피쿼드 호’에 올라타게 된 이슈메일이 복수를 하기 위해 흰 고래 모비딕을 쫓아 대서양으로, 인도양으로, 태평양으로 추적에 추적을 거듭하는 에이해브 선장과 그의 선원들과 함께하며 지켜보고 서술해 나가는 이야기다. 고래가 보고 싶었던 이슈메일과 고래에게 복수한다는 일념으로 항해를 놓지 않았던 에이해브 선장의 고래에 대한 다른 노선 또한 이 소설의 다양한 즐거움 중 하나다. 그리고 그것은 고스란히 소설의 결말과 맞닿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소설은 누구도 원치 않았던 비극으로 치닫는다. 에이해브 선장의 복수의 심장은 물거품이 되고야 만다. 거대한 바다의 한 가운데서 모비딕은 모든 것을 삼켜버린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슈메일을 통해 그 비극을 곰곰 더듬어 보면 인생이란 참으로 씁쓸하고 참담한 것이었다. 에이해브 선장이 ‘악‘이라 증오시했던 모비딕과의 처절한 결투를 지켜보며 과연 선과 악을 명확히 가를 수 있을까 하는 허무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인간의 욕망과 광기, 집착은 얼마나 나약하게 스러지고 마는가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겸허함을 느꼈다. 이 <모비딕>이 ‘미국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있다는 해석 또한 이 작품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범상치 않은 <모비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있어 김석희 번역가의 주석이나 옮긴 이의 덧붙임, 부록 등이 참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모비딕 번역에 혼이 담겼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고 한 김석희 번역가의 노고가 너무나도 느껴지는 책. 모비딕을 항해하는 일은 인간이란 존재와 자연의 섭리를 다시 한번 마주하는 일이었다.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는 바다 같은 소설 <모비딕>. 다시 또 다시 읽을 날을 기다린다. 인생의 항해 또한 계속될 것이니.


<120p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긴 항해가 끝난다는 것은 두 번째 항해가 시작된다는 뜻이니, 두 번째가 끝나면 세 번째가 시작되고, 그렇게 영원히 계속된다.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것, 그것이 바로 견딜 수 없는 세상의 노고인 것이다.>

<760p 지나간 내 생애의 거센 파도여, 저 아득한 곳에서 밀려와 내 죽음의 높은 물결을 더욱 높게 일게 하라! 모든 것을 파괴할 뿐 정복하지 않는 고래여! 나는 너에게 달려간다. 너와 끝까지 맞붙어 싸우겠다. 지옥의 한복판에서 너를 찌르고, 내 마지막 입김을 너에게 증오를 담아서 뱉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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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랑한 예술가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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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사랑한예술가 #조성준 #작가정신 <도서 협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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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미술, 음악, 건축, 음악 등 예술가 25인의 삶과 그들이 이룬 예술이 한데 어우러진다. 파란만장했고, 위기와 악조건 속에서 살아나간 치열한 삶이었다. 부모에게 버림 받거나, 타인에 의해 상처 받거나, 이념 등 시대나 주류에 희생당한 이름도 많았다. 삶은 당연하게도 녹록지 않았던 것이다. 반드시 사라지고 마는 삶과 존재는 새삼 가혹함의 절정으로 다가왔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삶의 끝, 순탄치 않게 맞이할 어떤 과정의 연속들.
그들의 삶으로, 죽음으로 다시금 유한한 인생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인간이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그들을 가로막는 갖가지 장애와 위기의 순간에서도 그들은 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더 잘하기 위해, 자신을 위해, 삶을 위해 치열해졌다. 그들의 삶을 응시하면서, 한발짝씩 걸어나가면서, 살아가는 일의 아름다움을 더 끌어안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삶에 대한 그들의 집념이자 신념, 예술로 끌어올린 성취들이었다. 삶은 종결되어도 예술은 남았다. 그리고 그 예술은 다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이 되기도 했다.

서양과 동양의 절묘한 조합을 보여주는 화가 ‘이쾌대’의 매력적인 인물화를 실제로 보고 싶었다. 블랙리스트에 올랐지만 하루 18시간씩 글을 써대며 상처 가득한 승리를 보여준 작가 트럼보의 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며 그의 삶을 생각하고 싶었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그 아름다운 음악들이 흐르는 영화를 보면서 그가 남긴 영원에 녹아들고 싶었다. ‘빌리 홀리데이’의 슬픈 목소리를 들으며 재즈에 취하고도 싶었다. 그들이 남긴 그림, 음악, 영화, 작품을 마주하면서 유한한 삶의 위대함을 다시금 성찰할 수 있었다. 삶이 예술로 남는다는 것, 다시 그것이 삶이 된다는 것. 그렇게 삶을 사랑하는 방법 하나를,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이기도 했다.

조성준 저자의 전작들을 읽었던 터라 이번 신간이 반가웠다. 반가운 만큼 재미도 있었다. 모르고 있있었던 예술가들도 많았기에 값진 만남이었다. 그들의 삶을 배경으로 예술을 조명하는 저자의 깊이 있는 통찰력은 이 책의 가장 큰 ‘멋짐’이다. 그의 예술을 향한 감상이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더 잘 보고 잘 느끼고 사색하고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의 축복 하나는 예술일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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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p 재즈는 인생이고 열정이며, 자유로움이자 슬픔이라면 결국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빌리 홀리데이가 재즈 그 자체라고. >

<110p 케이지의 [4분 30초]는 우연이 전부일지도 모르는 우리의 삶을 담은 음악이다. >

<132p 많은 관객은 김환기 추상화 앞에서만큼은 어떤 설명을 듣지 않고도 스르르 무장해제된다. 서글픈 푸른색 점들은 관객을 저마다의 추억 열차에 태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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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위하여 소설, 잇다 4
김말봉.박솔뫼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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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위하여 #김말봉 #박솔뫼 #작가정신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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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왜 쓰냐는 질문에 돈 벌려고 쓴다고 당당하게 밝힌 김말봉 작가는, 한국 최초의 여성 장로이자 공부에 매진한 여성이었으며, 공창 폐지 운동이나 박애원을 경영하는 등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사람이었다. ‘소설, 잇다’의 네번째 시리즈 ‘기도를 위하여’에는 김말봉 작가의 소설이 3편 실려 있는데 그 모두를 읽으며 마음이 사로잡혔다. 읽는 이를 끌어당기는 마력이랄까. 난해한 그 어떤 것도 없이 재미있었는데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또 너무나도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첫 작품이기도 한 <망명녀>는 기생이었던 순애가 옛날의 벗인 윤숙의 도움으로 그곳을 빠져나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 보려는데 그 과정에서 윤숙의 연인 윤을 만나 사회주의에 눈을 뜨며 새로운 삶과 인간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그려낸다.

<고행>은 단연 압권이었다. 아내와 첩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진퇴양난의 위기를 겪는 남성은 비겁하고 모순적이며 자기 합리화에 찌든 가부장의 전형이었다. 그의 반복되는 갈팡질팡의 태도, 남성이 벽장에 들어가면서부터 펼쳐지는 상황의 긴박함과 잇따르는 곤경한 처지의 묘사는 압권이었다. 다음이 얼마나 궁금해지던지.. 남성의 희화화를 눈여겨볼만하다. 제목 <고행>의 의미가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이다.

짧지만 결말에 큰 여운을 남긴 <편지>또한 인상깊었다. 믿었던 사랑에 대한 배신이 인간이라는 스스스로의 수치심으로 이어지는 서사가 참신했다. 이 세 작품 모두 작가의 개인적인 이력이 말해주듯 기독교적 세계관이 스미고, 그 ‘구원’의 서사와 의미가 각기 다른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

<망명녀>를 이어 쓴 박솔뫼 작가의 <기도를 위하여>를 박솔뫼의 정신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까. 두 이야기가 교차되는 서술 방식 안에 담긴 내용하며, 죽은 이가 산 자들의 옆에 함께 하는 그 경계 없음은 역시 박솔뫼의 실험적인 문학 정신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사람인지 영혼인지 무어라 확신할 수 없는 그 존재의 등장이, 그 경계 없음이, 되려 기도의 의미를 더 공고히 한다. 작가 김말봉의 생애를 추적하며, 그녀가 걸었을, 존재했을 그 공간을 걷는 것, 그렇게 시간은 다를지언정 공간만은 역시 그곳인 공간에서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만나보는 일은, 내내 담담히 생각해 보는 일은, 문학의 영역을 확장하는 또다른 시도일 것이다. 박솔뫼 작가는 그 모든 것을 해낸다.

김말봉과 박솔뫼의 세계를 걷고 걸으며 경계 없음이 주는 풍요로움을 만끽했다. 그렇게 연결되는 일은 문학이 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그들의 세계를 걸으며 새로운 행복감을 맛보았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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