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위하여 소설, 잇다 4
김말봉.박솔뫼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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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위하여 #김말봉 #박솔뫼 #작가정신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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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왜 쓰냐는 질문에 돈 벌려고 쓴다고 당당하게 밝힌 김말봉 작가는, 한국 최초의 여성 장로이자 공부에 매진한 여성이었으며, 공창 폐지 운동이나 박애원을 경영하는 등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사람이었다. ‘소설, 잇다’의 네번째 시리즈 ‘기도를 위하여’에는 김말봉 작가의 소설이 3편 실려 있는데 그 모두를 읽으며 마음이 사로잡혔다. 읽는 이를 끌어당기는 마력이랄까. 난해한 그 어떤 것도 없이 재미있었는데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또 너무나도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첫 작품이기도 한 <망명녀>는 기생이었던 순애가 옛날의 벗인 윤숙의 도움으로 그곳을 빠져나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 보려는데 그 과정에서 윤숙의 연인 윤을 만나 사회주의에 눈을 뜨며 새로운 삶과 인간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그려낸다.

<고행>은 단연 압권이었다. 아내와 첩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진퇴양난의 위기를 겪는 남성은 비겁하고 모순적이며 자기 합리화에 찌든 가부장의 전형이었다. 그의 반복되는 갈팡질팡의 태도, 남성이 벽장에 들어가면서부터 펼쳐지는 상황의 긴박함과 잇따르는 곤경한 처지의 묘사는 압권이었다. 다음이 얼마나 궁금해지던지.. 남성의 희화화를 눈여겨볼만하다. 제목 <고행>의 의미가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이다.

짧지만 결말에 큰 여운을 남긴 <편지>또한 인상깊었다. 믿었던 사랑에 대한 배신이 인간이라는 스스스로의 수치심으로 이어지는 서사가 참신했다. 이 세 작품 모두 작가의 개인적인 이력이 말해주듯 기독교적 세계관이 스미고, 그 ‘구원’의 서사와 의미가 각기 다른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

<망명녀>를 이어 쓴 박솔뫼 작가의 <기도를 위하여>를 박솔뫼의 정신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까. 두 이야기가 교차되는 서술 방식 안에 담긴 내용하며, 죽은 이가 산 자들의 옆에 함께 하는 그 경계 없음은 역시 박솔뫼의 실험적인 문학 정신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사람인지 영혼인지 무어라 확신할 수 없는 그 존재의 등장이, 그 경계 없음이, 되려 기도의 의미를 더 공고히 한다. 작가 김말봉의 생애를 추적하며, 그녀가 걸었을, 존재했을 그 공간을 걷는 것, 그렇게 시간은 다를지언정 공간만은 역시 그곳인 공간에서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만나보는 일은, 내내 담담히 생각해 보는 일은, 문학의 영역을 확장하는 또다른 시도일 것이다. 박솔뫼 작가는 그 모든 것을 해낸다.

김말봉과 박솔뫼의 세계를 걷고 걸으며 경계 없음이 주는 풍요로움을 만끽했다. 그렇게 연결되는 일은 문학이 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그들의 세계를 걸으며 새로운 행복감을 맛보았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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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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