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레이첼 카슨 외 지음, 스튜어트 케스텐바움 엮음, 민승남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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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자연에기대어 #작가정신 <도서 협찬>

랠프 월도 에머슨의 에세이 <자연>이 촉발한, 경험도 직업도 다양한 작가들의 ‘자연’에 관한 스무편의 에세이들. 자연에 대한 각양각색의 목소리들, 그들의 특별한 자연 체험과 사유가 깃든 자연에 관한 기록들은 읽는 이를 다방면으로 뒤흔든다. 아찔해졌다, 두려워졌다, 경이로운 풍광에 대한 상상 속에서 희망을 품다가, 인간 책임감의 무게를 가늠해 보는.

묵묵히 존재해 주었고, 여전히 그럴 것이라는 전제 하에, 자연의 영원성을 확신하는 과오는 지금도 세계 곳곳 자연을 정복하고 훼손하기를 서슴치 않는 행위들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삶의 영원성에 대한 착각, 자연은 언제나 여기 우리 곁에 자리할 것이라는 그 무한의 신뢰가 자연에 대한 정복욕을 부추기고 있는지 모른다. 자연의 묵묵함을 영원성으로 치환하는 인간들의 무시무시한 오해의 늪, 착각과 무지는 진실 이상으로 섬칫하다.

이 책을 쓴 작가들은 그러한 사실들을 인지한 사람들이다. 자연이 주는 것들,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진실, 자연의 풍요와 기쁨, 변화해야 할 인간들의 의무, 언제까지고 자연이 기다려주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미래의 위기까지도 그들은 모두 안다. 인간의 마구잡이식 자연 정복의 대가가 인류의 파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첫 시작의 에세이부터 두들겨 맞는 듯 했다. 기후 위기, 인류 멸종이 현 시대의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는 현재에도 변함없이 자연이 주는 경고를 무시하고 질주할 것만 같은 인간의 본능을 잘 알기에 희망보다는 비관이 앞서는 마음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연을 이야기하는 이 책으로부터 자연을더 사랑하게 됐다. 자연에 대한 그들의 특별한 체험을 읽으며 자연의 경이를 느꼈고 인간의 시간 틀에만 살았던 내게 자연의 시간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덧대졌다. 우리는 왜 인간의 시간만을 절대시하며 흘러 왔을까. 책에 등장하는 ‘브리슬콘 소나무’의 느긋한 성장을 읽으며 다른 시간을 사는 ‘자연의 시간’을 상상하며 그 경이에 흠뻑 취했다.
사소할 때조차 놀랍도록 아름다운 자연을 더 사랑할 이유들을, 이 책의 자연을 향한 외침 속에서 발견하고 또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이의 체험처럼 연못 수영을 상상하고, 하늘 높은 곳을 날아가는 새들의 시간과 움직임을 생각하며 그 시간을 사는 존재의 ‘살아있음’을 생각했다. 오크나무의 생명력에 아찔했다가, 든든한 버팀목으로 많은 종들을 되살리는 그 나무에 고마움 얽힌 사랑을 느꼈다.

자연에 대한 진실의 서사를 담아낸 책. 이 진실 속에서 우리는 좀 더 정직한 삶을 꿈꾸게 될 것 같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응시하고 흠뻑 사랑하기.
우리의 사랑이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을, 하루 하루 계속 받고 있는 것을 돌려주는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쩌면 자연에 대한 답은 하나일테지.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한 걸음 물러서는 겸허함으로 삶을 대할 것. 무책임의 굴레를 벗어 던져 지리멸렬에서 자유로워질 것.
우리는 자연에게 권리의 목소리보다 의무를 다져나갈 할 책임이 있다. 이 책에서 발견한 답은 무엇보다 이것이다.

<본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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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인간경영
도몬 후유지 지음, 이정환 옮김 / 경영정신(작가정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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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이에야스인간경영 , 도몬 후유지, #작가정신 <도서 협찬>

시대 상황에 따라 몇 번이나 되살아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 책은 그러한 도쿠가와의 복잡성을 분석하며 그를 다각도로 살펴보는 책이라는 점에서 재미있다.

천하의 지배자로 군림했던 세 사람, 오부 노부가나,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야기가 맞물리는 가운데 그들의 인물됨과 특성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와 동시에 그들을 통해 오늘날 주요하게 짚어보기도 하는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살펴보게 된다. 인물들의 일화, 말, 생각, 대화를 중심으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형식이다 보니 제목 ‘인간경영’에서 느꼈던 어려움과는 다르게 가독성 좋은 소설같이 읽어나갈 수 있는 것도 장점. 절대 어렵지 않음!

오부 노부가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뒤를 이어 천하통일을 완성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무려 260여 년간 막부의 평화를 유지한 발판을 마련한 인물이라는데, 그래서인지 일본의 최고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다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손꼽는다는 점. 그렇다면 일본의 경영자들에게 추앙 받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어떤 경영 방식을 갖추고 어떤 인간성을 가지고 있었을까? 바로 이 책에 천하의 지배자로 군림했던 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신뢰, 인내, 덕망, 냉철에 기반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경영 전략에는 머리와 몸을 분리시키는 분단법, 한 사람에게 꽃과 열매를 함께 주지 않는 전략,
도쿠가와의 인생 철학이기도 한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것, 상인의 검소한 생활, 계산 능력, 재능 등의 원칙들이 있었다.

도쿠가야 이에야스가 했던 그의 말이나 일화를 통해 그의 인간성을 파악할 수 있고 안정된 조직 위에 군림 하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이어나갔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의 경영 철학을 살피는 일. 나도 직장인이다 보니 내가 바라보는 리더에 대해서 줄곧 생각하고 새삼 리더의 역할을 떠올려 보고는 하는데 …리더라면 자신의 세계를 넘어 좀 더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 그런 의미에서 특히 리더쉽을 발휘해야 하는 리더들이 읽어 보았으면.

——————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물은 배를 띄워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배를 뒤집기도 한다. “
“나는 무력으로 천하를 손에 넣었지만 문장으로 다스릴 것이다. “
“여론을 무시하면 반드시 패한다. “
“제가 가지고 있는 보물은 부하들입니다. “

<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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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가 놓인 방 소설, 향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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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가놓인방 #이승우 #작가정신 <도서 협찬>

<76p “저 달빛이 만든 길 위에 올라서면 어딘가로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77p 당신은 그 목소리 안쪽에 도사린 슬픔을 만진 것 같았다.>

이렇게 이야기 되어지는 사랑도 좋다. 동시에 이런 소설은 어떻게 쓸 수 있는 걸까 새삼 쓰는 사람이 경이로웠다. 읽기는 쉽지만 이 글 안에 도사리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 여운을 드리워서 책 속 문장 중 차마 헤어나올 수 없었던 ‘달빛이 만든 길’ , 그 길 위에 올라서서 다른 세상으로 발을 한걸음씩 들여놓는 기분이었다.

이 책을 읽노라면 다른 세계로 침잠해 들어간다. 달빛이 만든 흰 길. 어딘가로 나를 안내할 것 같은 그 길. 바다에 부서지는 달빛, 그 달빛이 물 위에 만든 그 흰 길을 상상하고 염원하는, 바다와 달빛이 성과를 만드는 그 길 위에 서게 된다. 달빛이 만든 흰 길이 안내하는 그 어딘가는 가만히 응시하는 여자의 슬픔이지만 그것을 넘어서고 싶은 의지로도 읽혔다. 여자는 ‘물’에 얽힌 슬픔이 있다. 슬픔은 의지를 만드는 것일까. 그래서 줄곧 아름다운 은유와 상징은 빛을 발한다.

달빛이 서린 바다는 방에 놓인 욕조와 중첩되며 욕조는 어느새 드넓은 바다가 되고, 바다는 거대한 욕조가 된다. 작가가 연결시키는 바다와 욕조는 몸에 물이 닿는 생생함의 감촉을 만든다. 물이 닿았다가, 멀어졌다가, 물이 잠들었다가, 깨어났다가, 그래서 벗은 몸을 감싸 물이 또 하나의 몸이 되는 감각에 도취되어 나는 물 안에 잠기는 것 같았다.

작가가 그려내는 섬세한 이미지에, 소설이 해내는 일과 어쩌면 쓰는 사람이 해낸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 소설이 더 좋아졌다.

<55p 사랑에 빠져 있다는 오해, 즉 환상이 사랑을 시작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인 오해의 정체를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

<91p 누군가를 기다리기 시작한 순간 우리의 자유는 차압당한다. >

그러나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것이다. 연애소설로 읽히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처럼 남녀의 서사를 따라가며 사랑의 속성을 다시금 일깨우게 된다. 우리가 사랑을 하며 내내 살아왔듯이, 소설 속에서 사랑을 만나고 사랑을 구하고 사랑을 좇아간다. 사랑이 존재를 증명한다는 듯이 우리는 사랑이라는 옷을 입고 갈아 입고 또 벗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사랑의 속성을 하나씩 열어나가며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고 어디를 향해 가는가. 그러나 사랑은 오해에서 시작된다는 전제. 그렇다면 사랑이란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라는 질문에 봉착하는 소설. 사랑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사랑에 대한 탐구, 이승우식 사랑은 끊임없이 사랑의 가능성에 질문을 던진다.

<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후기를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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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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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건의완벽한살인 #피터스완슨 #푸른숲 <도서 협찬>

(19p “당신이 이 서점 블로그에 썼던 리스트, 기억하세요?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리스트였죠. “)

추리소설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나’에게 어느 날 찾아온 FBI는 의문에 싸인 몇 가지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내’가 몇년 전에 쓴 서점 블로그 리스트를 묻는다. 그 서점 블로그 리스트는 범죄 소설에 등장하는 완벽한 살인 리스트를 ‘나’가 8가지로 추려내 올린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그 리스트를 따라 완벽한 살인을 하고 있다고 알려오는 FBI. 당신이 완벽한 살인 리스트를 쓴 당사자이고 추리소설 전문가니까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에 어떤 유사점이 있는지 자문을 구하는데...!

사건에 들어갈수록 의심스러워지는 일 투성이다. 범인은 분명 ‘나’를 아는 사람 같다. 누구일까?
‘나’의 완벽한 살인 리스트를 향해 달려가는 살인자. ‘나’는 살인에서 과연 정말 자유로울까?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가운데 독자의 심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피터 스완슨!

피터 스완슨의 <312호에는 302호 여자가 보인다>를 스릴 넘치게 재미있게 읽었었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좀 차분한 느낌이었다. 재미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차분하게 진행되다 보니까 점점 더 이야기에 기대하게 되는 맛이 있다.
‘나’의 관점으로 서술되는 이야기다 보니까 ‘나’의 말을 믿으면서도 읽는 이는 또 ‘나’를 의심하게 된다. 뭔가 숨기는 듯, 아닌 듯한 ‘나’의 진실 찾기에 동행하며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책. 내내 마음을 졸이며 읽었는데 그 궁금증이 싫지 않았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범죄 소설과 영화 이야기에도 눈이 뜨인다. 이들과 연결되는 이 책의 서사가 자못 흥미진진하고 또 기발했다. ‘나’가 올린 완벽한 살인 리스트대로 정말 살인은 완벽할 수도 있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면서. 그래서 끝내 범인은 누구일까 궁금하다면 바로 이 책이다. 새로운 서사에 몰입하고 싶은 사람에게, 신선한 재미를 찾는 사람에게, 그러나 무엇보다 진실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315p 하지만 때때로 진실은 진부한 법이다. )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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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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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이야기 #얀마텔 #작가정신 _<도서 협찬>

영화를 볼 때는 고난적 상황을 바라봄에도 황홀경에 빠졌었다. 소설은 삶과 죽음이 향하는 무수한 것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이런 이야기에서 나는 삶을 본다. 희망과 절망이 바다의 잔물결처럼 떠다니고 그 망망대해 속 작은 구명보트에서 삶과 죽음은 헤아릴 수 없는 물고기떼처럼 서로를 스친다. 나에게 살 수 있는 희망이 있을까? 나의 이 절망들이 결국 나를 살게 할까? 무수히 터지는 삶을 향한 파이의 의문 속에서 움츠러든다. 나는 파이보다 더 많은 가능성의 길 위에서 할 수 있고 해 볼 수 있는 일이 많으므로, 무엇에 그토록 절망하고 있었나 싶은 것이다.

태평양 그 넓은 바다에서 하염없이 펼쳐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다의 작은 점에 불과한 구명보트에서 파이는 살기 위한 희망을 길들인다. 갑자기 난파된 배로 가족을 한꺼번에 잃고 인간으로서는 혼자 살아남은 파이는 그 작은 구명보트에서 가족이 운영하던 동물원의 가족이었던 뱅골 호랑이 ‘리처드파커’를 가족 삼아, 벗 삼아, 무엇보다 자신을 살게 하는 삶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느리고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삶이라는 바다로 나아간다.

이 소설 속 한 인간의 절망과 위기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게 한다. 한발짝 나아가면 죽게 될 수도, 한발짝 물러서도 죽을 수 있는 고난의 상황 속에서도 삶을 일으켜 세우는 파이 이야기는 삶으로 향하는 우리에게 삶을 그토록 갈구하게 한다. 한순간에 잃어버린 가족들을 향하는 그리움 절절한 사랑으로 익숙해서 희미해지는 사랑을 응시하게 하고, 절망의 구덩이 속에서 희망의 손을 거듭해서 뻗는 파이의 삶을 향한 열망 속에서 열정을 다하는 삶의 아름다움에 전율한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살게 된 이상, 마치 최대한으로 그리고 최선으로 살아내는 것이 의무이기도 하다는 듯이.
사랑, 죽음, 절망, 희망, 믿음, 삶, 그리고 다시 또 삶...이 소설이 너무나 강력하게 좋았던 이유들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한, 우리에게 삶은 그 무엇에도 불구하고 우선한다는 것.

요즘 소설보다는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것들을 취하고 싶어서 소설 읽기를 미루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음으로 소설만이 가진, 소설만이 주는, 소설만이 남기는 것들을 다시 취하며 소설이 우리 삶의 동기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아차 싶었다. 소설은 그런 것이었지, 하고. 모든 소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런 소설을 만나면 가슴이 뛴다. 삶이 삶으로 향하게 하는 이야기, 삶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삶이 원점이 되는 그런 이야기, 우리는 절망하지만 다시 또 희망으로 삶을 바라보는 이야기, ‘파이 이야기’ 가 그렇다.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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