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가 놓인 방 소설, 향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욕조가놓인방 #이승우 #작가정신 <도서 협찬>

<76p “저 달빛이 만든 길 위에 올라서면 어딘가로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77p 당신은 그 목소리 안쪽에 도사린 슬픔을 만진 것 같았다.>

이렇게 이야기 되어지는 사랑도 좋다. 동시에 이런 소설은 어떻게 쓸 수 있는 걸까 새삼 쓰는 사람이 경이로웠다. 읽기는 쉽지만 이 글 안에 도사리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 여운을 드리워서 책 속 문장 중 차마 헤어나올 수 없었던 ‘달빛이 만든 길’ , 그 길 위에 올라서서 다른 세상으로 발을 한걸음씩 들여놓는 기분이었다.

이 책을 읽노라면 다른 세계로 침잠해 들어간다. 달빛이 만든 흰 길. 어딘가로 나를 안내할 것 같은 그 길. 바다에 부서지는 달빛, 그 달빛이 물 위에 만든 그 흰 길을 상상하고 염원하는, 바다와 달빛이 성과를 만드는 그 길 위에 서게 된다. 달빛이 만든 흰 길이 안내하는 그 어딘가는 가만히 응시하는 여자의 슬픔이지만 그것을 넘어서고 싶은 의지로도 읽혔다. 여자는 ‘물’에 얽힌 슬픔이 있다. 슬픔은 의지를 만드는 것일까. 그래서 줄곧 아름다운 은유와 상징은 빛을 발한다.

달빛이 서린 바다는 방에 놓인 욕조와 중첩되며 욕조는 어느새 드넓은 바다가 되고, 바다는 거대한 욕조가 된다. 작가가 연결시키는 바다와 욕조는 몸에 물이 닿는 생생함의 감촉을 만든다. 물이 닿았다가, 멀어졌다가, 물이 잠들었다가, 깨어났다가, 그래서 벗은 몸을 감싸 물이 또 하나의 몸이 되는 감각에 도취되어 나는 물 안에 잠기는 것 같았다.

작가가 그려내는 섬세한 이미지에, 소설이 해내는 일과 어쩌면 쓰는 사람이 해낸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 소설이 더 좋아졌다.

<55p 사랑에 빠져 있다는 오해, 즉 환상이 사랑을 시작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인 오해의 정체를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

<91p 누군가를 기다리기 시작한 순간 우리의 자유는 차압당한다. >

그러나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것이다. 연애소설로 읽히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처럼 남녀의 서사를 따라가며 사랑의 속성을 다시금 일깨우게 된다. 우리가 사랑을 하며 내내 살아왔듯이, 소설 속에서 사랑을 만나고 사랑을 구하고 사랑을 좇아간다. 사랑이 존재를 증명한다는 듯이 우리는 사랑이라는 옷을 입고 갈아 입고 또 벗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사랑의 속성을 하나씩 열어나가며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고 어디를 향해 가는가. 그러나 사랑은 오해에서 시작된다는 전제. 그렇다면 사랑이란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라는 질문에 봉착하는 소설. 사랑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사랑에 대한 탐구, 이승우식 사랑은 끊임없이 사랑의 가능성에 질문을 던진다.

<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후기를 썼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