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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리허설 -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보기 ㅣ 세계척학전집 8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는 말을 미루기 쉽다. 고맙다는 말은 다음에 해도 될 것 같고 오래 연락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한가해지면 전화하려고 한다. 지금 어색하게 말을 꺼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관계가 계속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말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알고 있을까?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던 질문이다.
이클립스의 <죽음 리허설>은 끝이 있다는 사실을 통해 지금의 삶을 바라보게 한다. 부제는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보기’이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관한 여러 생각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생활에도 질문을 던진다. 제목은 무겁지만 읽는 동안 떠오르는 것은 거창한 마지막 장면만이 아니다. 연락하지 않은 사람과 하지 못한 말처럼 가까운 일들이 남는다.
죽음을 연습한다는 표현은 낯설다. 한 번도 겪지 않은 일을 미리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끝난다고 생각했을 때 무엇이 아쉬울지 돌아볼 수는 있다. 하루 종일 신경 쓰던 평가보다 가족과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일이 더 마음에 걸릴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현실의 걱정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무엇을 계속 뒤로 미루고 있었는지는 보인다.
특히 가까운 관계에서는 편안함이 무심함으로 바뀌기도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약속을 바꿔도 이해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밖에서는 조심하던 말을 집에서는 쉽게 한다. 나중에 풀면 된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함께할 시간이 많다고 느낄수록 지금 시간을 가볍게 쓰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고맙다는 마음이 있는 것과 그 마음을 전한 것은 다르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도 생각하게 된다. 시작하지 못한 이유는 그때마다 있다. 돈이 부족했고 실패가 걱정되었고 다른 사람의 반응도 신경 쓰였다. 실제로 기다려야 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같은 이유만 반복하고 있다면 다시 봐야 할 것이다. 중요하지 않아서 미룬 것인지 중요하지만 두려워서 미룬 것인지에 따라 마음에 남는 것도 다를 수 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일을 그만두고 원하는 것만 해야 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책의 질문을 그렇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내일을 준비하고 맡은 일을 하는 생활도 소중한 사람과 계속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는 잊지 않아야 한다. 가족을 위해 바쁘게 살았는데 함께 나눌 이야기가 없어졌다면 노력의 방향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책을 읽었다고 평범한 하루가 갑자기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시 일정에 쫓기고 사소한 일에 기분이 상할 것이다. 그래도 시간을 계속 미룰 수 있다는 믿음에는 조금 틈이 생긴다. 관계가 나빠서 하지 않은 말보다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하지 않은 말이 더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리허설은 미리 해보는 일인데 정작 이 책에서 떠오른 일들은 지금도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전화하고 약속을 잡고 마음을 전하는 데 마지막 순간을 상상해야 했던 셈이다. 죽음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 전하지 않은 마음이 무엇인지는 조금 분명해졌다. 이 책을 읽고 오래 남은 것도 죽음에 대한 설명보다 그 사람들에게 할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