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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걸어온 길 나아갈 길 - 대한민국에 다시 묻다
최영한 지음 / 미어캣북스 / 2026년 9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룬 성장은 자랑스럽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거쳤고 한국의 기업과 문화가 해외에서도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나라가 잘살게 되었다는 말에 각자의 생활도 그만큼 좋아졌다고 답할 수 있을까? 일자리를 구하고 집을 마련하고 자녀를 교육하는 일은 여전히 부담이다. 성장하면 해결될 것 같았던 문제들이 계속 남아 있다.
최영한의 <우리가 걸어온 길 나아갈 길>은 대한민국이 지나온 과정을 정치·경제·교육·문화·사회라는 다섯 영역에서 돌아본다. 성취를 인정하면서 그 안에 남은 문제와 앞으로의 방향을 살펴본다. 과거에 잘했던 방식이라고 지금도 같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공한 경험이 강할수록 다른 방법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교육에 대한 문제 제기가 특히 그렇다.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좋은 성적과 대학 진학이 여전히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그 안에서 학생들은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정답을 빨리 찾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필자는 생각하는 힘보다 답을 고르는 요령에 치우친 교육을 비판한다. 다르게 생각하라고 말하면서 정해진 답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평가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책은 교육과 지역 간 격차를 부동산 문제와도 연결한다. 사람들이 특정 지역에 살고 싶어 하는 이유에는 자녀의 교육과 일자리, 생활의 기회가 함께 들어 있다. 집값이 비싸다고 말하면서도 그곳으로 가야 한다고 느낀다면 가격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교육 때문에 이사하고 주거비를 감당하기 위해 더 일하는 생활을 개인의 욕심만으로 설명할 수도 없다.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 자체를 살펴야 한다는 관점이다.
성장의 결과를 누구의 자리에서 보느냐도 중요하다. 경제 규모가 커졌다는 사실과 내가 앞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은 다르다. 기회가 있다고 해도 그 기회에 접근하는 비용이 크면 체감하기 어렵다. 책에서 다루는 양극화와 사회적 격차도 이런 차이로 읽힌다. 더 노력하면 된다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격려가 되지만 이미 버티고 있는 사람에게는 답이 되지 못할 수 있다.

문화에 대해서는 우리만의 철학을 묻는다. K-컬처가 알려지는 것에서 더 나아가 어떤 생각을 담을 것인지 고민하자는 것이다. 해외에서 많이 소비된다는 사실 외에 무엇으로 기억될지도 생각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철학을 정하는 것보다 서로 다른 삶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의 이야기 안에 어떤 사람은 자주 등장하고 어떤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필자는 ‘향기 나는 선진국’을 이야기한다. 경제적 성취 다음에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한 표현으로 느껴진다. 높은 성적과 많은 소득을 얻은 사람 외에도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중받아야 한다. 창의성을 강조하는 것도 정해진 길을 잘 따라가는 것 외에 다른 가능성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선택을 하려는 사람에게 제도와 기회가 얼마나 열려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걸어온 길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마음과 앞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은 함께 가질 수 있다. 현재의 문제를 말한다고 이전 세대의 노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노력이 만든 사회에서 이제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책 제목의 두 길은 그렇게 이어진다. 우리가 이룬 성장을 다음 세대에게 설명할 때 그 위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게 했는지도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