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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워크아웃 - 조직, 리더, 개인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법
정도희 지음 / CRETA(크레타) / 2026년 10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AI로 보고서를 만드는 시간이 줄었다면 일도 줄어야 하지 않을까? 자료를 정리하고 초안을 쓰는 것은 빨라졌는데 여전히 바쁘다. 검토하는 사람이 있고 수정 요청이 오고 결재를 기다려야 한다. 빨리 만들 수 있으니 자료를 더 요구할 수도 있다. 도구를 바꿨는데 오히려 처리할 일이 늘어난다면 무엇부터 살펴야 할까?
정도희의 <AI 워크아웃>은 조직의 운영 체제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AI를 사용하는 직원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조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일을 나누고 평가하고 결정하는 방식도 함께 변해야 한다. 그래서 책은 AI 사용법에 머무르지 않고 연간 사업계획과 KPI, 결재와 예산, 리더의 역할까지 다룬다. 익숙해서 의심하지 않았던 일들이 질문의 대상이 된다.
보고서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누군가의 결정을 돕기 위해 만드는 자료라면 무엇을 결정할지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런데 매주 제출하던 것이니 이번 주에도 만들고 있다면 작성 속도만 높여서는 부족하다. 회의록도 마찬가지이다. 정리는 잘되어 있는데 다음 회의에서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기록의 문제가 아니다. 그 자리에서 누가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
KPI를 다루는 부분도 현실적이다. 성과를 확인하려고 만든 지표가 어느 순간 일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처리 건수를 늘리는 일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동료를 도와 문제가 커지는 것을 막은 일은 숫자에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필자는 이런 기여를 어떻게 평가할지 묻는다. AI로 실적을 정확하게 집계해도 우리가 잘못된 것을 측정하고 있다면 평가는 달라지지 않는다.
책은 고정된 팀을 넘어 문제에 따라 필요한 사람들이 모이는 ‘액체 조직’을 이야기한다. 여러 부서가 관련된 일에서 각자 자기 몫을 끝냈다고 해도 전체 문제는 남을 수 있다. 담당을 확인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동안 시간이 지나간다. 문제를 해결할 사람들이 모였다면 그들에게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있어야 한다. 조직도만 유연하게 바꿔놓고 승인은 예전처럼 받아야 한다면 달라질 것이 많지 않을 것이다.

리더를 오케스트레이터로 설명하는 것도 이와 연결된다. 모든 업무를 직접 아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AI의 역할을 조율하는 사람이다. 특히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리더에 대한 내용이 남는다. 답을 정해놓고 의견을 물으면 구성원은 그 답을 뒷받침할 자료를 찾는다. 다른 의견이 필요하다면서 예상과 다른 답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질문은 형식이 된다. 리더가 듣는 방식도 일하는 방식의 일부이다.
개인에게는 자신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는 일이 남는다. 자료를 정리하는 데 쓰던 시간이 줄었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객을 더 알아볼 수도 있고 여러 대안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검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직이 그 시간을 다시 보고서로 채운다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바꾸기 어렵다. AI를 배우라고 요구하는 것만큼 관리하는 쪽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새 도구를 도입하는 것보다 하던 일을 없애는 결정이 더 어려울 수 있겠다고 느꼈다. 익숙한 보고를 줄이고 권한을 나누려면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직원은 AI를 쓰는데 보고와 결재는 그대로라면 바뀐 것은 문서를 만드는 속도뿐이다. 업무시간을 줄였다는 성과를 이야기하기 전에 그 시간이 어디에 다시 쓰이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