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상황이 좋아지면 시작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준비하고, 누군가 알아주고, 실패할 가능성이 줄어들면 움직이겠다고 기다린다. 신중하게 판단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건이 달라져도 또 다른 이유로 미루고 있다면 언제 시작할 수 있을까? 기다림이 준비가 아니라 결정을 피하는 방법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클래시카에서 출간한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모든 것을 걸지 않은 자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는다>는 제목부터 강하다. 현실 직시와 통제, 지략과 권력, 군주의 마음가짐을 다룬다.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읽히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 선의와 성실함만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에 상당히 거친 질문을 던진다.
내가 옳다고 상대가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노력했다고 그만큼 보상받는 것도 아니다. 이런 말을 받아들이기는 불편하지만 현실에서 겪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억울해하는 것만으로 상황이 바뀔 수 있을까? 책의 현실주의는 내가 바라는 모습과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구분하게 한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지금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 살펴야 다음 행동도 정할 수 있다.
운명에 관한 관점은 모든 것을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와는 다르다. 개인이 결정할 수 없는 조건이 있지만 그 안에도 행동할 여지는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그 이후의 대응까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외부의 조건을 인정하는 것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반면 사람을 두려움으로 다루거나 용서를 경계하는 강한 표현들은 그대로 따르기 어렵다. 권력을 둘러싼 판단을 모든 관계에 적용하면 사람을 믿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다만 반복해서 약속을 어기는 사람에게 계속 기대하는 태도는 돌아볼 만하다. 상대를 배려하는 것인지 갈등을 만들기 싫어서 넘어가는 것인지 구분해야 할 때가 있다. 이 책의 불편한 문장들은 그런 부분을 건드린다.
다른 사람의 힘에만 기대지 말라는 내용도 현실적으로 읽힌다. 도움을 받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사람이 없을 때 자신에게 무엇이 남는지 생각해야 한다. 조직의 이름이나 누군가의 지원으로 할 수 있었던 일을 자신의 능력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해 본 경험이 있어야 조건이 달라져도 움직일 수 있다.
모든 것을 걸라는 제목에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지켜야 할 것을 남겨두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은 채 결과가 달라지기를 기다리는 태도에는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감수할 것은 무엇이고, 끝까지 지킬 것은 무엇인가? 그 판단까지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면 자신의 삶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