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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대통령
신용대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8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이보다 더 비참하고 극적인 인물이 있었을까? 미국의 대통령 중에는 위대한 인품과 업적으로 여전히 칭송받는 인물이 많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서는 몇이나 될까? 아마도 거의 없지 않을까? 정치 이념과 별도로 한 인간의 성품과 업적만 두고 봤을 때 김대중 대통령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바다로 간 대통령>은 위대한 정치인의 정치적 업적을 정리한 평전이 아니다. 물론 현대사의 굴곡을 세세하게 해설하는 역사서도 아니다. 한 인간이 대통령으로서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보여주기보다 시대의 폭력 속에서 어떻게 살아 남았는가에 포커스를 맞춘다.
어떤 자리에 올랐고, 어떤 성과를 남겼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어떤 두려움이 있었고, 절망과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을 어떻게 이겨 왔는지를 보여준다. 1973년 도쿄에서 납치되어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이후 감옥 생활, 광주 역사의 현장, 사형 선고와 청주교도소 독방, 그리고 가족의 고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프롤로그를 '죽음의 바다'로 시작한다. 현대사의 어떤 정치인보다 죽음의 순간을 많이 경험한 인물이 처음부터 완성된 영웅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성장하면서 선택해야 했고, 때로는 실패하고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많은 정치적 시련 중에서도 죽음과 마주한 경험은 이후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이 책에서 '바다'는 죽음의 공간이면서 다시 살아 돌아온 사람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경계가 된다.

대통령이 살아온 인생은 겉으로 보기에 강인함의 표상이다. 하지만 필자는 단순히 강한 사람의 이야기로 서술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 많이 흔들렸고, 두려워했으며, 절망했고, 사람을 원망하기도 한 평범한 인간으로서 그의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적인 면모를 다룬다.
강한 사람은 절대 흔들리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흔들리면서 화도 내고 두려워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실패에 주저앉지 않았고, 두려워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줄 알았다. 절망하면서도 다시 일어나고, 분노하면서도 다른 선택을 하는 인간 김대중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끼면서 인간적인 존경이 생겨난다.
대통령은 그의 인생을 통해서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 번 넘어지면 두 번 일어나고, 넘어진 뒤에도 다시 자신의 길을 찾아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뒤에도 변함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을 말한다.
그의 인생은 전반부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었으며, 후반부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결국 그는 용서와 화해를 통해 인생 후반부의 답을 찾은 듯 하다. 대통령이지만 그 단어보다 오히려 '사람'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60개의 장면을 통해 이어지는 한 인간의 성장과 시련의 과정은 정치 이념과 무관하게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