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기록법 - 평범한 생각을 가장 강력한 지적 자산으로 바꾸는 힘
조윤제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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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나는 기록을 정말 잘한다. 마치 기록을 위해 태어난 사람같다. 하지만 지금은 기록을 하지 않는다. 한번쯤 청소를 할 때마다 발견하는 기록물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거니와 한 번도 도움이 된 적이 없다. 청소하거나 이사할 때마다 거대한 마음의 짐으로 다가온 적이 많았다. 그래서 때때로 기록은 하지만 기록을 해야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 다산 정약용 선생의 <다산 기록법>이 내게 왔다. 나는 기록을 단순한 메모로 생각했다. 모든 것을 적고 붙이고 저장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이후에 어떤 사후 작업도 없었다. 그래서 내게는 늘 기록이 짐이 된 건지도 모르겠다. 다산은 자신의 기록을 기록물로 연결시켰다. 하지만 내가 남긴 기록은 실제 어떠한 결과물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절실했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메모를 잘하는 법이 아니라, 정약용의 삶을 통해 평범한 생각을 어떻게 지식으로 축적하고, 체계화해서,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초서부터 관찰, 축적, 차록, 분류, 편집, 퇴고, 확장 등 현대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다산만의 18가지 지식경영법이 담겨 있다. 기록만 하다가 메모의 흥미를 잃은 나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다.


다산은 기록이란 단순한 저장이 아니라 생각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흔히 기록은 많은 생각들을 정리해서 잊어버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단 복잡한 머리에서 기록으로 옮기면 그 생각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수시로 기록을 보면 그 기록은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 다산에게 기록이란 정보를 쌓는 일을 넘어, 관찰하고 기록하고 축적하고 분류하고 편집하고 퇴고하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좋은 문장을 발견하고 단순히 옮겨 적는 것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왜 중요한지 생각하고, 다른 내용과 연결하고, 내 경험에 비춰보고, 필요하다면 다시 정리해야 비로소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이 되는 것이다. 다산은 귀양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묘지명을 스스로 쓰는 장면을 통해 다산의 기록 과정을 잘 보여준다.


나는 그 동안 기록은 단순한 메모, 축적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했다. 기록의 끝을 단순한 저장으로 두었기에 항상 짐이라고 생각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치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면 마음만은 든든한 것처럼, 기록을 많이 해놓은 것 같아 스스로 뿌듯해 했다. 하지만 그 기록이 실제 글이나 강의, 콘텐츠 등으로 연결되지 않고 사장되고 있었을 뿐이다.


<다산의 기록법>은 바로 나같은 상황에 있는 독자들에게 전한다. 생각의 뼈대를 세우고,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라고 한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선언하고 시대를 증언하는 기록을 만들라고 한다. 콘텐츠 창작이 일상이 된 요즘 시대에 현실적인 도움이 되는 과정이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완성된 콘텐츠가 되지 않는다.


먼저 기록하고, 관련된 정보를 모으고, 비슷한 생각끼리 분류하고, 핵심을 뽑고, 문장을 다듬고, 다시 확장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다산이 강조한 기록법과 일치한다. 일단 기록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만 이 기록을 향후에 지식으로 바꾸고, 결과물로 바꾸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록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이 기록들을 어떻게 다시 사용할까에 대한 고민이다.


'무엇을 기록할까?'을 고민하기 전에 "내가 기록한 것을 어떻게 활용할까?'를 먼저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기록은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행위를 벗어나 오늘의 생각을 미래의 자산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다산의 기록법>을 통해 내가 모아놓은 기록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고민해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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