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버핏의 12가지 성공 원칙

피터 버핏의 12가지 성공 원칙
피터 버핏 (Peter Buffett) 지음, 진정성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12월

세계 최고 부자를 아버지로 둔 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요즘 말로 속칭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저자는 내가 생각하는 대다수의 부유층 자녀와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유층 자녀들의 무절제한 생활을 많이 봐온 편견 탓이리라.

워런 버핏은 책을 많이 읽는 독서광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앞 다투어 책을 쓴다. 자신의 가치관, 투자철학, 성공스토리, 자서전 등 다양한 이야기를 경쟁하듯이 쏟아낸다. 워런 버핏은 명성에 비해 스스로 쓴 책이 가장 적은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오히려 그를 분석한 사람들이 쓴 책이 넘쳐난다.

이 책은 워런 버핏의 아들 머피 버핏이 부모님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인생을 살아온 가치관에 대한 것들을 담은 책이다. 워런 버핏이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의 가치관과 가족,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부의 가치관, 삶의 가치관을 실천하는 저자의 모습이 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대견스러울만 하다.

저자가 가치관과 함께 강조하는 또 하나의 주제는 개인적 정체성이다. 저자는 아버지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의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니다. 살면서 보통 사람보다 특혜를 받았을 것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나름대로 정체성 확립을 위해 노력한 부분을 강조한다.

이 부분이 공감이 많이 간다. 부자 부모를 만나서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돈 쓰는 게 전부인 아이들은 결국 나쁜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에 반해 저자는 어떤 사람이 될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성취감을 얻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인 워런 버핏이 원하는 바이기도 했겠지만 저자 스스로도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한 것이다.

어찌보면 이 책은 워런 버핏과 머피 버핏의 가정사일 수도 있지만 자녀를 가르치는 교육지침서이기도 하다. 또한 어느 정도의 부를 이룬 부자들이 꼭 읽어야할 자녀를 망나니가 아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독립된 인격체로 교육하기 위한 모범 답안이기도 하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최고의 부자로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 부자인 아버지의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52조가 넘는 아버지 자산의 대부분을 물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워런 버핏은 이미 자산의 대부분을 빌과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를 했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남긴 것은 세 남매가 관리하는 10억 달러 규모의 자선단체 뿐이다.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음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가르침과 철학을 이미 몸으로 배운 듯 하다.

아버지의 도움을 알게 모르게 받아 남들보다 더 쉬운 길을 선택했을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의 엄청난 부의 도움을 받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부분이 서운할만 한데 아버지의 가르침을 잘 이어받아 사회에 더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저자는 유명인사인 아버지 워런 버핏의 재산은 자신과 상관없음을 일찍부터 인정하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하여 나름대로의 사회에 기여할 방법들을 고민하였다. 부모의 도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가치관을 소개하고 도움이 될만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책이다.

사실 워런 버핏의 자녀가 쓴 책이라 다양한 투자 비법을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관통하는 생각은 부를 다루는 가치관, 부모의 부에 욕심을 내지 않는 마음, 부모의 영향과 상관없이 스스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것들이 정말 본받을만 하다.

훌륭한 아버지의 가치관이 아들에게 제대로 전달된 멋진 가정의 사례다. 부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한 가정의 훌륭한 가치를 전달하는 모범이 될만 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