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이순(웅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촌동 북클럽에서 이번에 선정한 책은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이다.  이 책을 선정한 회원의 초대로 오랜만에 그녀의 집에서 모인 다섯명의 회원들. 

음식은 정찬코스 요리인냥, 접시가 치워지는 대로 대기중인 다음 음식이 몇번이나 나왔다.   혼자서 이것을 준비하고 내오고 거기에 책 얘기까지 곁들이면서..  평소 다방면에 관심과 열정이 넘치는 파워 우먼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음식까지 잘하는 울트라 파워 우먼..


롤랑 바르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부터 2년간 짧은 애도의 쪽지들을 써나갔다.  어떤 날은 단한줄, 어떤 날은 몇 문장, 많게는 한 페이지 정도의 글들을 모아 이 책이 출간되었다.  책이 배송되고 페이지를 여는 순간 너무나 많은 여백이 보여 약간은 허무했다고 해야 할까. 이 책 뭐지 했다.

그러나 짧은 문장 속에서 저자의 슬픔은 길고 묵직했다.  그의 예리한 감수성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여백이 주는 사유의 틈...  글을 긴문장으로 페이지 꽉 채워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려주는 책이었다.  


애도 반응은 이별에 대응하는 저마다 다른 정서가 형성되어 있어서 제작기 다른가 보다.  저자는 남다른 감수성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슬픔은 더욱 커져만 갔다.   저자는 스스로 슬퍼하기 위한 애도에 빠진 것만 같다.  저자가 당대 최고의 사상가라서 그랬던 걸까.  그의 슬픔은 고요와 침잠 상태에 빠져서 높은 사유의 단계로 건너가게 했다.  글쓰기만이 작가에게 피난처가 되었지만 이도 안되면 더욱 우울해졌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2년 반 후에 작은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심리적으로 치료를 거부하고, 사고 후 한달만에 사망했다.  그래서 혹자들은 자살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슬픔은 정상적인 애도 반응이라고 했다.  슬픔을 소리내어 말하고 충분한 애도 기간을 보내야 정상적인 나로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의 애도 방식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잘되고 못된 애도 방법을 떠나서, 일반인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든 것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부모님들도 그렇고, 부모된 나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자식들이 부모의 죽음에 이 정도로 슬퍼하고 아파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저 부모와 함께 했었던 소중한 기억들을 간직하고 잊지 말아주기를 바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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