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 오늘의 젊은 작가 57
전예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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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을 먹는 자매가 있다.

불쾌하거나 언짢을 때 입을 붙였다. 부정적인 감정을 먹어삼키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을 먹는 게 무서운 게 아니다.

삶이 무섭다.

살아있다는 게 이렇게나 무섭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인간성이나 도덕성, 그런 것들을 다 지키며 살아가려면 최소한의 안전이 갖춰져야 한다. 삶에 울타리 하나 없이 덜렁 열린 문으로 밀려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뭘까. 대체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자매가 먹은 것들이 씨앗으로 배출됐을 때, 꽁꽁 숨겼던 죄책감이 자라났다. 문제를 막기 위해 먹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가 문제를 부르고, 또 다른 문제로 번져나가는 동안에도 오로지 그들뿐이었다. 하지 말걸, 후회로 점철된 어느 늦은 밤. 이미 돌이킬 수 없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나는 엄마가 되었다가 할머니가 되었다가 수많은 다른 사람이 되었다.(144쪽)

살기 위해 먹었는데 정녕 산 것이 맞는가.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고통을 수반하는 것임을, 그것이 끔찍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어떻게든 살아간다. 우리 몸과 마음, 그 어딘가에 자라난 보글을 뜯어내며.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https://blog.naver.com/cksal012/224357862324

(가상 캐스팅도 해봤습니다! 궁금한 분들 블로그 ㄱㄱ)

아주 어릴 때부터 우리는 뭔가를 입에 넣었다.
우리 중 하나가 다른 하나의 손가락을 잡고 뺨을 붙이면 언제고 우리는 달라졌다. 우리끼리만 아는 신호가 있었다. 손가락을 두드리면 입을 더 벌리자는 뜻이고 손끝을 잡아당기면 삼키자는 뜻이었다. - P7

세상 모든 일은 연결되어 있어. 할머니가 말했다. 다만 우리가 그걸 다 알지 못할 뿐이지. - P26

그냥 우리는, 가족들은 마음을 잘 다독여 주면 돼. 불 없이 타는 냄새가 나도, 고양이 없이 고양이 냄새가 나도. - P67

할머니가 말한 대로 한 거야.
나한테 부탁했잖아. - P76

방법은 하나야. 언제나 그랬듯이.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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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책깃클래식
이디스 워튼 지음, 김가원 옮김 / 책깃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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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깃 클래식에서 여름에 읽기 좋은 책 두 권을 냈다.

이디스 워튼의 『여름』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푸른 성』


영롱한 표지가 여름을 떠오르게 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여름이 내 손에 들어왔다.


여름

후견인의 통제 아래 따분한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채리티 로열. 그녀는 자유를 갈망한다. 도시에서 온 청년 루셔스 하니를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는데...! 한여름에 피어난 뜨거운 사랑은 채리티에게 어떤 삶을 남겼을까. '폭풍처럼 몰아친 사랑이라는 이름의 열병'이라는 소개 글을 그 끝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한다. 한여름에 피어난 사랑은 채리티를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 가장 뜨거운 계절은 가장 빨리 지나가지만 그 계절이 남긴 흔적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푸른 성

결혼하지 않은 여자를 '실패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로 가득 찬 동네에서 곧 스물아홉이 될 밸런시 스털링. 요즘 같은 시대에 스물아홉이면 한창때라고들 하겠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노처녀 취급이나 받을 게 뻔하다. 심장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면서 그녀는 더 이상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현실과 사회의 벽 앞에서 상처를 입으며 성장하는 채리티 로열과 용기를 내서 자신의 꿈꾸던 삶에 다가가는 밸런시 스털링. 두 사람 다 자유를 향해 나아간다. 삶과 사랑, 그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그녀들의 선택을 통해 자유로움과 용기, 솔직함을 배운다.


이번 책깃 클래식을 통해 여름을 닮은 두 권의 책을 만나보세요!

특히 『푸른 성』은 국내 출판된 책이 모두 절판되어 현재 유일한 종이책이에요.

출간 10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책깃 클래식 『푸른 성』.

함께 읽어요!

창비교육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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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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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주관적 리뷰입니다.


폴 오스터의 유작 『바움가트너』는 70대 교수 바움가트너의 기억과 시선을 따라 10년 전 사별한 아내 애나를 그리워하며 애도하는 소설이다. 


푸른 봄을 닮은 표지가 예뻐 오래 마음에 담아두었던 책이다. 워낙 유명한 작가였지만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고 나눌 수 있다는 점이 기뻤고, 이후 리커버 서평단을 통해 한 번 더 읽었다. 애나의 얼굴이 담긴 표지를 보면서 감동과 슬픔이 밀려왔다. 바움가트너가 된 기분으로 다시 읽었다.


그날은 냄비로부터 시작됐다. 스무 살 바움가트너가 가을의 햇살 같은 애나를 만나 얼간이처럼 서 있다가 산 알루미늄 냄비. 그 냄비가 탄 것을 보고 아무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냅다 들어 올렸다. 마치 기억 자체가 들어 올려진 것처럼. 바움가트너가 애나를 그리워하며, 타자기를 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아내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그 소리라도 듣고 싶었을까. 간절한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바움가트너가 애나를 애도하는 과정을 통해 슬픔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인정하고 다독여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다고 느꼈다. 태어난 이상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어쩌면 삶은 죽음으로 걸어가는 길인 것 같기도 하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적 있는 사람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사람

사랑해 본 적 있는 사람

앞으로 사랑하고 싶은 사람


그 누가 읽어도 좋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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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아이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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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나는 온 우주에서 오직 너만을 걱정한단다, 얘야. 모든 별은 어머니이고 우리는 춥지 않단다."(39쪽)

삼백 년의 시간을 넘어 화성에 온 이유는 오직 아이를 위해서였다. 그 아이를 돌보는 개와 로봇이 있고, 그 아이와 친구가 된 소녀가 있고, 그 아이를 지키는 남자가 있다. 화성의 아이, 마야는 무럭무럭 자란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일이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아이는 자라면서 자기주장이 생기고, 더불어 고집이 심해진다. 매일 밤 하루를 돌아보며 어떤 말이 최선일지 고민한다. 아이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고르고 고른다. 그렇게 아이는 건강하게 자란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상실과 고통을 안고 있는 이들의 연대와 돌봄이 빛을 발한다는 점에 있다. 자신이 가진 어려움을 꺼내 보일 때 상대방은 이를 포용한다. 좋은 건 좋은 대로, 부족한 건 부족한 대로 수용한다. 자기를 수용하고 타인을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성숙해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추운 가을, 이 세계가 아닌 화성에서 뜨끈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화성의 아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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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나를 품으며
가린(허윤정) 지음 / 자화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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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슬픔과 아픔, 외로움과 괴로움을 모두 내려놓고 안기고 싶은 표지 아래 '모든 나를 품으며'라는 책 제목이 떠있다. 아크릴 물감이 덧칠된 듯한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구름 낀 하늘 아래 밀밭 풍경(Wheatfield under Thunderclouds)이 떠오른다.


1890년 삶을 마감한 반 고흐는 인생의 마지막에 밀밭을 그렸는데, 이 작품은 많은 밀밭 작품 중 하나이다. 그는 '슬픔과 극심한 고독'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동시에 자연을 통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그림들이라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전달할 수 있을지도 몰라. 예를 들면 내가 시골에 대해 건강하고 기운을 돋아준다고 느끼는 요소들 같은 거 말이야."라고 했다고 한다.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46720&docId=6120840&categoryId=46846)


가린 작가의 『모든 나를 품으며』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전달해 준다.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던 일에도 턱 걸리게 되고, 속이 비좁아지면서 여유가 사라지고, 누군가를 만날 때는 의심이 앞서나가고, 좋아했던 사람과도 멀어지게 될 때(18쪽)' 마음은 무너진다.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지만, 무너진 둑을 쌓는 일은 한 세월이다. 가린 작가는 자신의 슬픔과 아픔, 외로움과 괴로움을 꺼내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의 나는 계속 변하겠지. 어쨌든 그런 나도 나일 거라서 기대된다."(235쪽)




이 책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모습만 나이지만 않다는 걸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 모든 나를 품으며 나는,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싶다.(23쪽)' 즉, 내가 좋아하지 않는 모습도 나라는 걸 받아들이라고 한다.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아아.

하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자기 자신의 못난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게 과연 쉬운 일이겠나. 삶은 딱 떨어지지 않으니까. '만약 어떤 일에 1부터 10까지 숫자가 적혀 있다고 하면, … 나한테 1은 1뿐만 아니라 1.25, 1.34도 있는 거(41쪽)'라고 한 말처럼 삶은 예-아니오로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해결되지 않은 감정에는 유효기간이 없다."라는 문장(62쪽)처럼 잘 묻어놓은 1.25나 1.34 같은 감정들. 그 감정들 역시 눈을 감았다 뜬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는다. '어떤 이와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마음을 알아주는 게 필요하다(79쪽)'고 한 것처럼 자기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는 게 필요하다.




나는 있잖아. 늘 행복을 지나오고 있다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지만, 너만큼은 그 시간을 매일 지나고 있기를 바라. 그때 우리가 함께하고 있지 않다고 해도, 나는 어딘가에서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을 거야.(83쪽)


한 문장 한 문장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묻어있다는 게 느껴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글로 전하는 위로를 계속 받고 있으니 알 수 없는 마음이 자꾸 따뜻해진다.


제자리걸음만 반복한다고 해도, 걷고 있는 우리는 근육과 체력을 키우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어. 하지만 때로는 나 혼자만 뒤처진 것 같은 느낌이 몰려오겠지. 그런 날이면, 너는 너를 믿기로 해. 그 순간마저도 앞으로 가는 중이라고 말이야.(191쪽)


느리지만 좋아하는 것을 계속 찾아나가는 나처럼,

다른 느린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줄 밤의 편지 같은 책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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