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 안전가옥 오리지널 25
범유진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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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생 가족을 위해 밥을 차린 여자가 있다. 그녀는 가족을 위해 밥을 차리고 집안일을 한다. 가정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대접을 받으며 산다.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가 나타난다. "남편을 혼내 주고 싶으세요? 혹시 그럴 생각이 있으면 여기로 전화를 걸어 보세요." 천사처럼 해사하게 웃는 남자는 명함을 건넨 뒤 사라진다.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더니 "복수를 하고 싶으신가요?"라고 묻는다.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복수를 하겠다고 대답한다.

복수를 하고 싶다고 말한 여자는 오랜 시간 가정 내 평화를 위해 희생을 자처했다. 평화를 위해 희생양이 된 사람. 여기서 말하는 희생양은 '속죄의 염소(scapegoat)'이며, 심리학에서는 사회 문화의 심리적 희생자를 의미한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에게 특정한 역할을 부여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 사람이 역할에서 벗어나면 비난하죠. 그렇게 해서 속죄의 염소가 된 한 명을 제외한 다른 가족끼리는 결속을 다져요. 예를 들면 자녀 중 한 명을 '문제아'로 낙인찍어요. … 부모가 계속해서 그렇게 말을 하면 주변도 그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받아들이죠. 속죄 염소가 된 본인마저 말이죠."(43쪽)

염소 클럽은 이처럼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된 사람들을 대신해 복수를 한다. 이제부터 염소 클럽의 복수가 시작된다. 복수라고 하니 손가락이라도 썰 것처럼 무시무시하지만, 전혀 폭력적이지 않은 방법을 사용한다. 이래서 어떻게 복수라고 할 수 있나 싶었다. 하지만 그들의 방법은 성공적이었고, 희생양이 된 사람들 또한 자신을 살리는 방향으로 복수를 한다.

한편, 살인 사건이 발생한 곳에서 실마리를 찾는 형사가 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핸드폰 갤러리에는 염소 그림이 있다. '이 세상에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란 없지. 어떠한 사건이든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없다.(169쪽)'라며 사건을 추적한다.

소설은 염소 클럽과 희생양이 된 사람들, 형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가정 폭력을 다루는 만큼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 방송에서 '러시아에서는 남편에 대해 어떠냐고 물었을 때, '우리 남편은 나를 안 때려.'라고 했다고. 그리고 안 때리는 게 장점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도 가정 폭력이 수면 위로 올라와 처벌을 받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많은 가족들이 있을 것이다. 소설을 통해 사회의 어두운 한 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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