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시리즈 1~4편 세트 - 전10권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김혜원 외 옮김 / 문학수첩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해리 포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작가인 조앤 롤링은 이 시리즈를 통해 일약 신데렐라가 되었습니다. 근근히 살아오던 그녀의 삶은 이 책으로 인해 역전이 되었지요. 이제 아이가 빨리 자라 신발이 안 맞을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던 그녀의 말이 생각납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 전세계의 독자들은 열광했습니다. 마법사들의 세계가 지금 이 땅에 존재하고, 우리는 마법에 대해 전혀 모른 채 보통 사람의 삶을 살아간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한 해리 포터 시리즈. 마법의 재능 없는 보통 사람들, 마법사들의 세계 바깥에서 사는 사람을 머글이라고 합니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머글로서 이 책을 통해 마법사들의 세계를 엿보는 셈이죠.

주인공은 책 제목에도 당당하게 박혀있듯이 해리 포터입니다. 그는 이모인 페투니아의 집에서 불행하게 살아왔습니다.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쥐새끼처럼 숨어 살아온 아이입니다. 그러던 그는 마법학교 호그와트에서 온 입학 설명서를 보게 되고, 사실은 자신이 마법사 세계에서 이름을 말하면 안 되는 '볼드모트'를 물리친 영웅으로서 칭송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의 이마에 나 있는 번개 무늬 흉터는 그때의 자랑스러운 흔적이라는 사실도. 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두들리의 구박을 받으며 그림자 속에서 살아오던 해리 포터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마법사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됩니다.

마법사와 마녀.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해리가 지금까지 살아오던 세계와 같으면서도 너무나 다릅니다. 그들은 이 세계에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머글들이 모르는 마법을 가지고 그것을 이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해리는 자신의 지팡이를 갖게 되고, 마법의 존재를 알고 배우게 되며,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하게 됩니다. 그가 호그와트에 오면서 얻은 것은 그저 마법 뿐이 아닙니다. 이제서야 한 명의 사람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고 해야할까요. 그가 느껴보지 못한 가족간의 애정은 친구인 론의 가족들로부터 어렴풋하게 느끼고, 론과 헤르미온느를 만나며 해리는 진정한 친구 또한 얻게 됩니다.

해리 포터가 영원한 숙적인 볼드모트를 막는 것이 주된 줄거리인데, 그 사이사이에 마법사 세계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과자와 달콤한 것으로 가득찬 허니듀크가 있는 호그스미드. 이리저리 구조가 바뀌는, 비밀스런 마법 학교 호그와트. 빗자루를 타고 즐기는 마법사들의 스포츠인 퀴디치 경기. 조앤 롤링은 마법사들의 세계를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해 온갖 것으로 채워넣습니다. 독자들은 철저히 제3자의 입장이지만, 이런 마법 세계가 정말 존재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며 책을 읽게 됩니다. 머글들과 마법사가 공존하는 세계관의 힘이겠죠. 독자들은 한 번쯤 이 마법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열망에 잠기게 됩니다. 

사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으면서, 해리가 제대로 커가는 것인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바깥 세계에서는 멸시와 조롱을 받던 그가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니 말이죠. 한창 커가는 청소년인 그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불사조의 기사단을 읽으면서 그의 영웅 증후군이라고 해야 할까. 해리에게 있어 자신이 영웅이 되어 볼드모트를 무찔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마법세계에서의 연락도 없이 조용한 나날을 보내던 해리는 결국 그 압박감을 참지 못하고 외칩니다. 내가 누구지? 볼드모트를 막아 마법 세계를 구한 사람이 누구냐고!!
해리가 볼드모트를 구하며 모두의 선망과 때로는 존경까지 받으며 지내온 것이 이런 영향을 끼치기도 했구나-하고 느낀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이 시리즈를 얘기하며 세베루스 스네이프란 캐릭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악역이라 생각했던 그의 이야기가 결말로 다다르면서 반전되는 모습은 놀랍기까지 합니다. 조앤 롤링이 몇몇 캐릭터를 다루는 모습에 있어 잔혹하다는 느낌까지 주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스네이프입니다. 스네이프의 해리를 괴롭히던 행동이 정당화되어서는 안되겠지만, 사실 그의 학창시절을 보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잠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조앤 롤링이 싫어했던 선생님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라고 했었던가요. 상당히 불쌍한 캐릭터였습니다. 결말까지도 말이죠.


해리 포터 시리즈는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점차 해리가 커가고 죽음을 먹는 자들과의 싸움이 심화되면서 그들이 겪는 피해와 고통은 너무나 사실적입니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에서처럼 간단한 승리란 건 없습니다. 지금까지 시리즈가 진행되며 애정을 가지고 있던 캐릭터들이 그들이 믿는 정의를 지키려 맞서 싸우다 희생되더군요. 그들의 의지가 훌륭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등장인물들이 하나 둘 씩 죽어나가고, 다치고, 그들의 가족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살짝 가슴이 아팠습니다.

시작은 구박받으며 볼품없이 살아온 소년이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마법 세계의 문을 열면서 시작되었으나, 마지막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그 마법 세계의 평화를 지키며 끝이 났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 세계를 살아가는 것처럼 그들도 그들만의 세계를 살아가겠죠. 언젠가 살짝 스쳐간 사람이 마법사일지도 모르구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시야 가의 전설 - 기담 수집가의 환상 노트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5
츠하라 야스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작가 쓰하라 야스미는 미스터리와 환상소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라고 합니다. 루피너스 탐정단 시리즈로 청춘소설, 혹은 라이트노벨에 가까운 가볍고 깔끔한 감성을 보여주더니 이번에는 아시야 가의 전설이라는 호러의 기운이 짙은 소설로 찾아왔습니다.아시야 가의 전설에 수록된 단편은 반곡 터널, 아시야 가의 몰락, 고양이 등 여자, 카르키노스, 초서기, 케르베로스, 송장벌레, 물소떼 이렇게 8편으로 호러와 환상소설 가운데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 책에서 주인공 콤비라 할 수 있는 사루와타리와 백작이 겪는 일들이 주가 되는데, 사루와타리는 어쩐지 순수한 아이같다는 인상을 주는 사람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라기 보다는, 좌절과 타락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같은 일면이 남아있습니다. 사루와타리는 때때로 환상에 깊이 빠져들어 갈 듯한 아슬아슬함을 보이는데, 그것을 붙잡아 주는 게 백작입니다. 사루와타리의 모습을 보며 교고쿠 나츠히코의 소설에서 나오는 세키구치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자신의 내면으로 하염없이 파고들어가는 세키구치의 옆에서 그를 챙겨주고, 피안으로 자신도 모르게 향할 듯한 그를 멈추게 하는 것이 교고쿠도, 추젠지가 아니던가요.

반곡 터널은 8페이지도 되지 않는 굉장히 짧은 단편인데, 짧은 것에 비해 임팩트가 굉장히 강합니다. 터널에 관련된 괴담이 생각난다고 해야할까요. 보통 구제나 중고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그 전에 사용했던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했는지 아무것도 모르지 않는가' 인데 이 단편을 보면 그 말에 전격 수긍할 수밖에 없을 분위기입니다. 결말의 마지막 세줄로 오싹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다음 단편인 아시야 가의 몰락, 일곱번째 단편인 송장벌레를 보면 얼핏 떠오르는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에드거 앨런 포의 어셔 가의 몰락과 황금벌레입니다. 오마주이자 포를 향한 경외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읽는 독자들에게는 익숙한 작가의 이름과 그에 대한 작가의 오마주가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됩니다. 쓰하라 야스미가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경의를 나타내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넣어 잘 버무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시야 가의 몰락은 아시야 도만 오우치카가미라는 조루리(샤미센 반주에 맞춰 창을 하는 낭송극) 이야기로부터 시작합니다. 헤이안 시대의 전설적인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의 어머니가 시노다 숲의 백여우라는 내용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조루리입니다. 사루와타리가 대학 시절 잠시 친밀히 지냈던 하타 유리코라는 여자가 '여우에 홀리면 안된다'라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로 이어지죠.  백작과 사루와타리가 두부 맛집 기행을 위해 여러 지역을 가보다가 우연히 나눈 대화에서 나온 이 이야기에 백작은 그녀의 본가 쪽으로 가보는 게 어떤가 묻습니다. 백작은 괴기소설을 쓰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이로, 그런 분야에는 통달해있으니 궁금증이 동할 만도 하지요. 결국 둘은 그곳으로 향하게 되고, 기이한 일을 겪습니다. 하타 가문만이 사는 듯한 페쇄적인 마을. 그곳에 사는 모두는 하얗고 갸름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닮아 있습니다. 유리코가 말했던 여우는 누구일까요? 왜 그녀는 그런 말을 했던 것일까요?

이 이야기를 특별히 서술한 것은 표제작이 아시야 가의 전설로서 표지도 그에 맞춰 나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재밌게 읽은 탓도 있습니다. 유메바쿠라 마쿠의 음양사를 읽고 세이메이와 헤이안 시대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는 저이기에, 이런 이야기에는 구미가 당기거든요.

책의 표지에는 아마 하타 가문의 유리코가 아닐까 싶은 어여쁜 아가씨가 그려져 있는데, 사실 이 표지를 보면 '일본 기담의 스타일리스트 쓰하라 야스미가 선사하는 환상지옥!'이라든가 '기담 수집가의 환상 노트'같은 문구가 쉽게 와닿지 않는 느낌입니다. 내용이 너무 가볍게 보인다고나 할까요. 일단 일본 기담이자 환상문학에 걸쳐져 있다는 소개와 긍정적인 평가에 이 책을 집어들었으나, 표지를 보고 큰 기대가 되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표지를 보며 여성층을 공략한 게 아닐까 하는 어정쩡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용을 읽고 나니 표지가 살짝 더 아쉽네요. 예쁜 표지이지만 내용과 살짝 괴리감이 느껴져요. 내용은 오히려 더 어둡고 묵직한 느낌이 강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더해지는데, 절대 밝은 느낌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두운 밤에 꾸는 악몽에 더 가깝다고 할까요.

표지만 보고 속단하여 그냥 넘겨버린 분이 없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언젠가 사루와타리와 백작을 피카르디의 장미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체 모형의 밤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나카지마 라모는 오늘 밤 모든 바에서, 가다라의 돼지 등 상당히 특이하면서 재기발랄한 작품을 써낸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만큼이나 일생 또한 특이했는데, 그는 소설가, 에세이스트, 연극 각본가, 연극배우, 록 밴드의 보컬, 광고 카피라이터 등으로 종횡무진 활동했다고 합니다. IQ 185에 태어난 지 9개월일 때를 기억한다는 천재로 명문 중고교에 높은 성적으로 입학했으나 고교 시절부터 히피처럼 머리를 기르고 학교에 가지 않은 채 술과 약물에 절어 지냈다네요. 그의 삶은 '나는 계단에서 떨어져 죽을 것'이라는 생전의 말처럼 계단에서 굴러 막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력만 보아도 절로 작품이 궁금해지는 작가가 아닐 수 없죠.

그의 단편집인 인체모형의 밤은 어떤 소년이 목저택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소년은 보통의 집과 달리 전혀 실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듯한 이 목저택-미친 학자가 만들었다고 전해지는-에 안녕을 고하러 들어갔다가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인체모형이라기에는 너무나 기괴한 모습의 '갈라테이아'를 말이죠. 미친 학자가 피그말리온이 되어 만들었다는 이 갈라테이아의 가슴에 귀를 바싹 대자, 이상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옵니다. 이러한 프롤로그로 시작하여, 여러 단편이 이어지는데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흥미진진합니다. 호러 단편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상당히 다채롭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네요. 때로는 오싹하고, 때로는 살짝 감동적이기도 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사안은 사람에게 불행을 가져온다는 파란 눈 이블 아이즈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마지막 줄이 의미심장하네요. 세르피네의 피는 낙원처럼 느껴지기만 하는 섬에 얽힌 비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치 아름다운 꽃이 입을 쩍 벌리자 그곳에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게걸스러운 입이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굶주린 귀는 아토다 다카시의 단편처럼 결말의 한 줄에서 오싹해지더군요. 건각-국도43호선의 수수께끼는 훈훈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싸늘해진 코는 괴담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결말에 나오는 대사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카코의 위주머니는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개고기에 대한 얘기를 보며 예전 개고기 논란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인간이란, 혹은 동물이란 자신이 살기 위해 무언가를 희생시켜야만 하는 운명인 걸까요? 마지막 이야기인 날개와 성기는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단편이었습니다.

12가지의 흥미진진한 단편들은 제각기 다른 느낌을 줍니다. 작가의 생애에 대해 읽고 봤기 때문인지 아니면 나카지마 라모란 작가가 원래 그런 사람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네요. 확실히 다른 맛들을 지닌 단편이지만 재미는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을 읽고 에필로그를 읽으니 소년의 행동이 절로 이해가 갑니다.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지 않았을까요? 저라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도 그와 같은 행동은 못하겠지만 말이죠.

짧은 단편집이기에 내용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피하다보니, 빈 수레같은 서평이 되었네요. 인체모형의 밤은 짧은 단편들이지만 충분한 재미를 가지고 있고,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샤바케 - 에도시대 약재상연속살인사건 샤바케 1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오늘 리뷰할 책은 하타케나카 메구미의 소설 샤바케입니다. 책의 크기가 작은 편이고 표지도 아기자기한 맛이 있습니다. 표지에 그려진 것은 여러 요괴들의 모습입니다. 귀엽게 그려져 있지만, 이 책의 부제는 에도시대 약재상연속살인사건!  꽤나 스산한 제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책의 내용 또한 주인공인 도련님 이치타로와 요괴들이 알콩달콩 과자를 나눠먹거나 노는 모습이 소소한 재미를 주나, 커다란 줄기인 약재상 연속 살인사건은 사람(혹은 요괴)의 욕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하는 묵직함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에도의 대형 운수상회 나가사키야의 하나뿐인 후계자인 이치타로입니다. 그는 끼니를 제 때 챙겨먹는 것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이끌어내는 병약한 소년입니다. 그런 이치타로를 부모님은 매우 아껴, 날씨가 추우면 춥다고 나가지 못하게 하고 더우면 덥다고 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그의 기침 한 번에도 안절부절하죠. 주위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수군거리기도 하지만, 부부에게는 이치타로를 열심히 보살피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이유란 것이 약재상 연속 살인사건에 이치타로 도련님이 엮어 들어가게 되는 중대한 이유가 되기도 하는데, 미리나름이 될 수도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라. 이치타로는 부모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집에서 얌전히 있...기는 커녕 자리에 요괴를 대신 눕혀 놓고 자신은 외출하러 빠져나가 친우 에이키치네 과자가게에 간다거나 합니다.

이치타로의 곁에는 그를 지켜주는 두 요괴가 있는데, 그 둘은 나가사키야에서 일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인간의 모습으로 말이죠. 이름은 니키치와 사스케. 니키치는 하쿠타쿠라는 요괴로 본문의 문장을 인용하자면, '가느다란 눈매도 그렇고 단정한 얼굴도 그렇고, 비단가게 앞에라도 세워두면 매상이 오를 것 같은 요염한' 남자라고 합니다. 사스케는 이누가미라 불리는 요괴로, 그는 키가 상당히 큰 위장부로 얼굴이 투박하고 눈매가 날카롭습니다. 이 외에도 이치타로의 곁에는 병풍 요괴, 방울 아가씨 등 여러 요괴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 요괴들을 볼 수 있는 이치타로는 어느날 몰래 외출했다가 피비린내 나는 살인자와 마주친 것을 계기로, 살인사건에 대해 관여하게 됩니다. 요괴들에게 과자를 주어 물어본다든지, 계속 일어나는 살인에 대해 여기저기 헤집고 들어가 물어본다든지 하면서 말이죠. 살인사건과 함께 이치타로의 출생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마츠노스케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방울 아가씨라든가 병풍요괴 같은 요괴들과 어울리는 이치타로의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병풍요괴가 깐죽대다가 이치타로의 곁을 지키는 두 요괴에게 혼난다거나 하는 모습도 깨알같네요. 그러나 위에서도 말했듯 그런 재미에 상반되게 연속 살인이 일어난다는 내용이 긴장감을 줍니다. 과연 누가 어떤 이유로 연속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요? 연속 살인에 휘말린 이치타로는 어떻게 될까요? 요괴들과 함께 이 사건을 좋게 마무리지을 수 있을까요? 궁금증이 계속 샘솟듯 늘어만 갑니다.

제목인 샤바케는 속세의 명예, 이득 등 갖가지 욕망에 사로잡히는 마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제목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으니 한층 더 와닿았습니다. 자신의 욕망에 사로잡혀 살인마저 서슴없이 행하는 범인의 모습이 다시금 떠오르네요.

다른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살던 이치타로. 그가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고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며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이치타로의 바람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일본에서는 샤바케가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혹시 원작에 비해 많이 떨어지거나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주인공은 쟈니스의 테고시 유야가 맡아 여린 선을 지닌 유약한 도련님 이치타로의 모습을 제법 잘 표현해 주었고, 요괴들의 모습 또한 나름 괜찮게 표현했습니다. 시간이 나는 분은 드라마도 한 번 보시기를. 책에서 상상하던 요괴들이 영상에서 뛰노는 모습을 즐거이 감상할 수 있으니 말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아토다 다카시 총서 1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아토다 다카시는 나폴레옹광이라는 작품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그러나, 나폴레옹광보다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와 시소게임을 먼저 접해 그의 스타일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탓인지 나폴레옹광을 읽었을 때에는 살짝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반전의 강도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작품의 질(이라고 해야할지 나쁜 어감인 거 같지만 딱히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네요)이 떨어진다거나 한 건 아니었습니다.

나폴레옹광은 후에 리뷰를 쓴다면 그 때 언급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사실,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는 아토다 다카시라는 작가와 이 작품에 대해 알고 있지 않다면 오싹한 반전이 담긴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죠. 마치,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처럼 말입니다.

(*표지가 제목과 더불어 독자를 속이는 데 단단히 한몫한 희대의 낚시 추리소설. 참신함이 돋보이는 반전으로 유명하다. 아직 안 읽어보신 분들은 읽어보시라.)

이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에 실린 단편들은, 모두 무난하게 시작합니다. 바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네의 이웃과도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때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그들은 살의를 참지 못하기도 하며, 기이한 일과 맞닥뜨리기도 합니다. 기묘한 나무는 좀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다고 여겨졌지만, 이 단편 또한 반전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사람의 욕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더군요.

보통 무서운 이야기는 초자연적인 존재인 귀신이 등장합니다. 현대의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등장하여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거나 하죠. 혹은 그 존재의 출연만으로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아토다 다카시의 이야기는 오싹하긴 하나 초자연적인 존재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유령이나 귀신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파생되는 살의이며 현실입니다. 아토다 다카시는 아주 담담하게 이야기를 서술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결말에 이르러 헛웃음 혹은 스쳐가는 오싹함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 무섭다고 할 수 있겠죠. 책을 읽으면서 내 주위에, 혹은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웃으며 즐길 수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현대 사회의 악몽으로 가득 찬 모습을 블랙 유머로 승화시키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무난한 표지에 대해 의문을 갖다가 문득 제목 밑에 그려져 있는 작은 무언가에 시선이 갔습니다. 분명 표지를 보는 사람들 중 그 작은 그림에 신경쓰는 이는 별로 없지 않았을까요.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가볍게 생각하면 냉장고에 사랑을 담는다는 게, 훈훈한 가정을 그리고 있어 냉장고에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음식들이 들어있었다- 라는 그런 내용이라 추측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살짝 표지가 아쉬운 책 중 하나입니다. 책을 다 읽는다면, 이런 무난한 표지에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니! 하고 본문의 담담한 서술과 함께 뒷통수를 가격하는 한 줄의 반전과도 비슷하다 느낄 수 있겠죠. 하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는 표지로 냈어도 좋지 않았을까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