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사회 -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이승연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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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우울증개념이 고통을 정치화하는
수단이 될 때 이는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평등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그렇기에 실제로는 불평등하고 부조리로 가득한
사회에 대한 성찰과 문제 제기를 어렵게 한다."(p.328)

#손절사회 는 독립연구자인 이승연이 쓴
사회학적 관점으로 본 우리시대 인간관계의
문화를 관찰하고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최근 카카오톡이 "조용한 채팅방으로 보관"
이라는 기능이 생겼다고 어느 모임에 참여하신
분이 알려주셨습니다. 단체채팅방을 나가긴
어렵지만 더 이상 새로운 메시지 알림을
거부할 수 있는 기능인데요.

업데이트된 이 기능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의 인간 관계가 이렇게까지?
라는 씁쓸함을 느낌과 동시에 어느새 조용한
채팅방을 만드는 나를 확인하며, 나 또한
누군가에게 보관용이 된건 아닐까 상상합니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가 강화된 지금 "가장 외로운 세대'가 된 이들의 중심에 있는 치료요법문화가
가진 소비지향성과 그 폐해, 인간의 연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합니다.

인간관계전문가의 시대는 최근 예능경향이
지닌 무해함이라는 시대정신과 어떻게
결합하는지 보여줍니다. "치료요법문화는
정신적 건강이라는 자본을 관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감정과 내면을 감시하는
행위를 촉구하고,투자대상을 찾는 경영자처럼
타인에 대해 도구적 태도를 보이라고 권장하기도
한다." (p.85)

자기 치유,행복,자존감을 찾으라고 부르짖는
치료요법문화 속에서 왜 전세계의 수많은
이들이 치유되지 않고 더 많은 상담과 진단,약을
복용하는지. 결국 치료요법문화의 언어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타인에게 귀 기울기보다, 쉽게 상담받아보라고 말하는
소비적 위로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나아가 정신분석에서 인지행동치료에 이르기까지 치료요법은 "사회적 수준에서
작동하는 권력과 이해관계의 문제가 개인의
주체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해서는 거의
할 말이 없다는 점에서만 공통점이 있다고
저자는 말하는데요. 결국 치료요법문화는
공동체 안에서의 인간관계를 이전과 다른 시각으로 보면서, 고통의 원인에 둔감하게
만들 뿐인 진통제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특히 페미니즘과 치료요법문화를 연결한
부분은 막연한 의심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고통을 폭로하고
자기돌봄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의사, 즉 권위자의 존재는 또 다른 위계의
설정이겠지요.

"의학적 진단을 통해 인증받지 않는다 해도
고통은 진짜다."(p.326)

저자는 치료요법 문화가 아무리 진보적이라 할지라도 신자유주의 하에서 소비자를 양산하고,
진단의 늪에 빠지며, 권위에 기대며, 정치적.사회적 기제를 도외시한다면
결국 " 경쟁주의 문화만큼이나 우리를 냉정하고
외로운 성과 기계로 빚어내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p.29)라는 저자의 말은 오랫동안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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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비판 - 민주주의에 대해 우리가 말하지 않는 것
조형근 외 지음 / 코라초프레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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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비판>은 한국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광장'을 찬양하기보다, 그 안에서 끝내 충분히 말하지 못했던 질문들을 여섯 명의 저자가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최근 한국 정치사는 광장으로 압축되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우리는 왜 이토록 자주 광장으로 나가야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든 없었든, 광장 이후의 시간은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가 만들어낸 혐오와 차별이 광장 안에서도 반복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광장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던 능력주의와 불평등, 퀴어·노동·계급·자본·정치·대학·진보정치의 현재를 이야기합니다. 읽는 내내 무겁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지금의 우리 사회를 직시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떠드는 일은 쉽지만,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확신과 교조는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촘촘히 짚어내는 문장들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특히 조형근의 "불평등 축소를 민주주의 수호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말은 광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책임이 없는 신념은 추상적이고 공허한 것이지만, 신념 없는 책임 역시 관료주의적이고 영혼 없는 억압기제로 전락할 뿐이다." (p.219)

정고은의 말처럼, "비관적이기만 하거나 비장하기만 한 운동의 서사에서 벗어난 새로운 상상력의 원천을 찾을 수 있"(p.286)으며, 그 답은 결국 우리의 일상 속 민주주의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광장비판 #민주주의에대해우리가말하지않은것 #코라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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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무엇을 알고 있니?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306
아리아나 필즈 지음, 아라셀리스 거메이 그림,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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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그림책이 제게 조용한 질문을 건넸습니다.
『너는 무엇을 알고 있니』
표지에는 그림 아리아나 폴즈, 글 아라셀리스 거베이 순으로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글을 쓴 아라셀리스 거베이가 시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책을 덮을 때까지 문장마다 시처럼 오래 머무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너는 무엇을 알고 있니?"

이 질문을 던지는 존재가 '사랑'이라는 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사랑을 묻는 데는 익숙했지만, 사랑이 제게 질문을 건네는 순간은 낯설고도 따뜻했습니다. 무엇을 알기 위해 우리는 매일을 살아갑니다.

"나는 두려워도 말하는 법을 알아.
날마다 차근차근 나아갈 줄도 알지."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일.
알고 있는 것을 오래 기억하며 살아가는 일.
그 소중함을 다시 배웁니다.

"씨를 따라 뛰노는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 소리와
씨앗을 심었던 노인들의 팔꿈치와 발가락을 알아." 이 대답을 하는 존재는 누구일까요.
책을 읽을수록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마주했습니다. 더 귀 기울이고, 더 낮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졌습니다.

사랑으로 시작된 질문은 결국 다시 사랑으로 돌아옵니다. 나를 위해, 그리고 소중한 누군가에게 천천히 읽어 주고 싶은 그림책.
우리는 모두 다르기에, 아름다움을 '아는 것'을 넘어 '느끼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곧 있을 책모임에서는 이 질문을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너는 무엇을 알고 있니?"
오늘, 당신은 어떤 대답을 품고 있나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한 기록입니다.

#너는무엇을알고있니 #시공주니어그림책 #추천그림책#독서모임지원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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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라는 전쟁터 - <뷰티풀 군바리>부터 <이세계 퐁퐁남>까지, 웹툰을 둘러싼 논쟁적 순간들
위근우 지음 / 돌베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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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라는 전쟁터>는 웹툰의 역사에서부터 웹툰을 둘러싼 논쟁적인 이슈들을 다룹니다. 저자 위근우는 대중문화 비평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스스로 웹툰의 독자였다고 밝히는 그가 전하는 웹툰이라는 거대 시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입니다. 최근 나오는 대부분의 드마라와 영화가 웹툰의 실사화 ㅡ비중이 높습니다. 실화 과정의 캐스팅부터 , 웹툰이 가졌던 문제를 고스란히 복기하는 영상작업에 대한 우려까지 우리는 웹툰이라는 문화의 영향 아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저자는 이렇게 밝힙니다.
"이 책의 관점은 문화전쟁의 전선에서 내가 취한 정치적 입장이라 해도 될 것이다, 여기 있는 글들은 조금도 중립적이며 않으며, 종종 특정 대상이나 담론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입장을 숨기지 않는다."(p.10)
.웹툰의 독자는 아니지만, 청소년들과 많은 이들이 웹툰의 영향 아래 있음을 알고 있기에 이 책은 저에게 의미를 가집니다.

책은 2015년 웹툰을 중심으로 벌어진 이슈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웹툰에서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라는 미영 아래 혐오와 차별을 재생산하는지 면밀히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웹툰 작가의 노동 환경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습니다. 수차례 불거진 쟁점에서 저자는 "혐오 표현의 해악에 대한 비판적 논의와 창작의 자유는 결코 대립하지 않으며, 오히려 권력의 부당한 개입에 맞설 문화적 차원의 권위를 위햐서라도 우리에겐 더 나은 논의가 필요하다."(p.72)라고 반복해 주장하는데요. 논의가 필요하다는 논의만 오랫동안 우리는 반복하고 있는 건 어닌지 생각해 봅니다.

온라인 상의 혐오가 '엽기' 문화에서 시작점을 찾는 저자의 입장은 한창 엽기 토끼가 유행이었을 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즉 엽기 코드를 비롯한 온라인의 탈권위적 유머는 부당한 권위에 저항하고 해체하는 쾌감을 주기도 하지만, 이러한 문화는 유머를 발화하는 이들이 져야할 도덕적 부담감을 너무 쉽게 감면해준다. 이 지점에서 탈도덕은 매우 쉽게 반도덕적인 방향으로 넘어갈 수 있다."(p.89)

"작품과 독자가 서로의 정당성을 보중하는 공생 관계 속에서 작품은 혐오 대상에 대한 징벌 서사를 주저함없이 진행하며, 독자 역시 자기변명조차 없이 혐오할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 쾌감의 본질은 도덕적 절제로부터의 해방감이다. 문명은 제약일 뿐이다."(p.108)

저자는 웹툰을 소비하는 독자와 그것을 탄생시키는 작가, 그리고 플랫폼의 면면을 들여다 봅니다. 지금, 우리에게 남는 것은 창작의 영역인 웹툰이 혐오의 거대한 전쟁터를 벗어날 수 있느냐는 질문이겠지요.
"작품의 동시대성이란 그 시대 통념의 재현일까, 동시대의 모순으로부터 새로운 윤리를 고민하는 것일까, 동시대의 반영에 민감한 웹툰이라는 장르에서, 당대의 인기를 넘어서는 예술적 인장을 남기는 건 결국 후자일 것이다."(p.234)

자본주의를 살면서 돈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정당한 일일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역사를 통해 응징과 복수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음을 , 그래서 인류가 망하지 않았음을 아는 우리에게는 다른 대안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듯 합니다. 그것이 앞으로 웹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저자는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 가장 꼴도 보기 싫을 때조차 사랑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일이다. 이 책을 쓰는 일이 그러했다. 상대가 반갑게 환대해주지 않을지언정 쉬지 않고 문을 두드리고 그 두드림이 울림이 되어 전해지길 바라며." (p.263)

#추천책
#웹툰을둘러싼논쟁적순간들
#웹툰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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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하루치의 낙담
박선영 지음 / 반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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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하루치의낙담(@banbibooks
'못 할 것 같다'는 낙담은 영원할 것 같지만, 이 책은 말합니다. 그저 하루만 낙담해 보자고.
책을 읽으며 나와 닮은 마음을 만나고, 다른 삶 앞에서는 잠시 멈춰 서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1990년 대학을 다닌 X세대인 저자가 신문기자로 살아오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분투한 기록이자, 책으로 향하는 안내서이기도 합니다.
"세상을 나의 속도로, 작지만 깊게. 천천히 오래 들여다보며 살고 싶다."

크지 않은 바람 같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17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근속기념여행을 퇴사기념여행으로 바꾼 저자의 선택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저자가 선택한 삶의 많은 장면은 저는 미리 포기했거나 선택지에조차 올려놓지 않았던 것들입니다. 그럼에도 삶의 무대에서 고민하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윤리적 허영과 도덕적 용기, 그리고 자기직시를 통해 문제를 마주하는 태도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

"부끄러움이란 이 간악한 인간종에게 얼마나 필수불가결한 훌륭한 교사란 말인가." (p.51)

"존재의 진면목이란 그가 한 일만큼이나 하지 않은 일에서 또렷하게 드러나는 법이니까." (p.55)

특히 「우리가 멀어질 때」를 오래 붙잡았습니다.
"멀어지고 있지만, 나는 너희들을 사랑하고 있어."
관계에도 이기고 지는 것이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어쩌면 늘 지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멀어졌더라도 그 시절의 사랑만은 오래 기억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이의 사춘기와 저자의 성장기,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이 따뜻했습니다. 나를 넘어 다른 세계로 데려가는 글, 진실한 글.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사이에서 부끄러움을 품고 자신을 겸허히 드러내는 이 책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추천에세이
#박선영작가에세이
#낙담한다는것은생을사랑하고있다는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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