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옆사람 ㅣ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
고수경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202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저자는 8편의 단편소설을 통해 인물들 간의 유의미한 관계를 말하고 있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사람들.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사이. 사회적 관계는 완전한 단절이 어렵다. 미련이 남은 사이도 마찬가지다. 별 일없이 자연스럽게 끝났다 싶다가도 불현듯,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다시 진심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 진실이 가슴 아프더라도 직시하고 행동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첫 번째 단편 <새싹보호법>에서부터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다. 임용고시에 합격한 직후 결혼했지만, 처음 발령받은 곳이 섬이다 보니 바로 주말부부가 된 ‘강’은 바이러스에 확진된 학생 지우를 찾아 온 섬을 돌아다닌다. 읽는 내내 확진자가 아니었다면 사람들이 과연 그렇게 열심히 찾아다녔는지 의문스러웠다. ‘강’도 아이를 가져야만 한다는 압박에 가끔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냄으로 불안정한 가정사를 가진 지우를 이해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첩첩이 고립된 곳에서 결국 지우를 찾은 곳은 본래 자기 자리였다.
<다른 방>에서의 소희와 연호는 비록 대학동기의 집에 세입자로 들어갔지만, 세 개의 방중에 서 두 방만 써야 한다는 사실이 불만스럽다. 동기는 그 방을 자기 물건을 두는 곳이고 아직 아이가 없으니 두 개의 방만으로 충분할 거라고 말하지만, 소희는 점점 그 방이 신경 쓰인다. 그 방에서 한 시간만이라도 혼자 있고 싶다. 연호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방문 하나의 간격일 뿐이지만 간절하다. 혼자이기에 뜻밖의 몇 시간을 보내게 되는 <이웃들>의 인물도 있다. 비밀번호 오류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 ‘나’는 자신이 이 원룸 건물의 주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가 어렵다. 경찰도 오고 집주인 아들도 오지만 옆 호실이든 아래층이든 누가 사는지 모르는 건물에서 집 안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나’를 증명해 줄 한 사람이 생각났지만, 그는 이미 이사했다. 더운 여름밤 건물 입구 앞에서 어색하게 함께 줄넘기를 한 사람 ‘송’. 서로를 집 호수로 불렀던 사이였지만 불현듯 ‘나’는 뒤늦은 감정을 깨닫는다. 소설의 타이틀인 <옆사람>의 내용도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남편을 ‘옆사람’으로 지칭하게 되는 그녀의 복잡다단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관계를 맺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마음이 이미 앞서가고 있는데 물리적인 관계가 무슨 소용인가 싶다. 소설 속 인물들은 나름 저마다 분주하다. 아닌 것 같아도 서로를 찾아 헤매고 있다. 깊숙이 숨겨놓은 자기 내면일 수도 있겠다. 저자는 자신이 누군가에 어떤 옆 사람인지를 생각해 보길 바라며 글을 쓴 듯하다. 세태를 반영하는 소설들은 현실적이다. 그래서 더욱 옆을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