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오브 펀 -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재미의 재발견
캐서린 프라이스 지음, 박선령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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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재미의 재발견

책의 부제가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몰입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재미중독의 간극이 얼마나 좁은지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터치하는 순간 본래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인터넷의 망망대해를 유영하기 일쑤다. 유용한 정보를 얻기는커녕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릴 확률이 점점 높아진다.

저자는 <뉴욕타임즈>에서 두뇌분야의 곤도 마리에라고 불리며 사람들이 즐겁게 현재의 삶에 집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리소소 허브인의 창시자 겸 설립자이다.

많은 글을 썼지만 개중에서도 휴대폰과 헤어지는 법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보니 그 의도가 매우 확고하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도 누구나 갖고 있는 스마트폰과 우리뇌가 해킹당하고 있다고까지 하는 알고리즘의 활성화가 진정한 재미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재미는 주관적이다. 나의 재미와 너의 재미가 어떻게 똑같을 수가 있겠는가.

대중적인 매체나 유행은 차치하고라도 열정을 쏟을 만큼 몰입하고 싶은 대상은 제각각이다.

기쁨, 사랑, 넓어지는 마음, 공중에 둥둥 떠오를 것 같은 기분, 해방감, 무모함.

뭇 사람들이 재미의 정의를 나열해놓은 대목은 눈으로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느껴진다.

저자는 정말 즐거울 때 웃음이 나는지의 여부로 진정한 재미와 단순한 즐거움을 구별한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는 감탄사로 재미를 표현한다.

우와~ 진짜 재밌는데?”

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SNS와 각종 게임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심각하고 전투적이며 입에서 나오는 것은 한숨과 속된 말뿐이다.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현상은 똑같지만 의미는 다르다.

예전에는 굳이 재미가 뭔지,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지만 지금은 슬기롭고 재미로운 삶을 위한 탐구가 절실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인공지능 같은 기술적 진보가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켜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지 오래되었다. 실질적으로 20181월 영국 총리가 고독부라는 부처를 설립하고 장관을 임명했다고 한다. ‘재미부장관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저자는 무엇보다 새로운 일을 시도함에 있어서 두려움을 가지지 않기를 바란다.

새로운 시도가 관심사, 취미, 열정으로 확장되어 진정한 재미로 향하는 길을 열어 줄테니 초보자의 기분을 만끽하기를 역설한다.

첫발은 언제나 떨리고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게도 하지만 모든 시작은, 재미는 그 첫발에 있음을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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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삶을 디자인하다 최우현의 보석이야기 2
최우현 지음 / 마음시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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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을 보면 휘황찬란(輝煌燦爛)이라는 성어가 동시에 떠오른다.

광채가 나서 눈부시게 번쩍임이라는 뜻풀이처럼 보는 즐거움과 갖고 싶은 소유욕을 샘솟게 한다. 언젠가 잡지에서 온갖 보석사진을 오려 도화지에 콜라주해 액자걸이를 했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막상 마음에 드는 보석을 고르려니 매우 고심이 되었다. 단지 사진일 뿐인데도 그렇게 고르기가 어려운데 진짜는 어떻겠는가.

어쩌면 그래서 자손대대로 반지나 목걸이를 물려주는 관습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희소성으로 인한 값어치보다 의미가 더 큰 몫을 차지하니 그냥 그 이유 하나로 고가의 가장 좋은 보석이 되는 것이다.

패션의 완성은 주얼리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주얼리 디자이너로써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단지 여성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장신구의 역할을 넘어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와 예술적 미학까지 염두에 두고 매양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한다.

책에 실려 있는 직접 디자인한 작품들이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메인이 되는 보석과 그 주위를 둘러싼 자잘한 보석들도 눈에 잘 들어온다. 각각 자신만이 가진 빛과 색, 본질을 잃지 않고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이아몬드가 영원불변 하다느니, 금이야말로 투자가치 면에서도 최고라느니 보석의 세계에서도 나름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지만 책을 읽노라면 그런 공방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투박하게 생긴 산호도, 블랙홀 같이 새까맣기만 한 오닉스도 내력을 세세히 알고 나면 다르게 보인다. 괜히 보석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의학적으로 기능적으로 때로는 한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문화의 한 장르가 될 수도 있는 보석의 탄생과 역사가 새롭게 느껴지는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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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인어공주 컬러링북
디즈니 지음 / 아르누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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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정겨운 느낌이 든다.

바다를 좋아하는 나에게 인어공주 애니메이션은 그렇게 어린나이도 아니었건만 보고 또 보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장면이 영상으로 펼쳐지니 전혀 다른 이야기로 느껴졌던 것도 같다.

실제로도 원작에 쓰인 것처럼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인어공주의 슬픈 결말이 아닌 ‘왕자님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의 해피엔딩이 있는 애니메이션은 자꾸 봐도 좋기만 했다.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림책도 아닌 컬러링북은 또 다른 새로움을 준다.

특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컬러링북은 영상과 똑같은 장면의 그림으로 채워져 있어 상영관에서의 흥분과 기대로 부풀었던 그때의 감정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저자도 여타의 컬러링북과는 다른 큰 차이점이라고 여겼음이 분명하다.

색도 없고 글도 없는 그림은 내용을 알고 있어도 처음엔 그대로 후루룩 넘겨봐도 재미있고 흡사 흑백의 무성영화를 보는 듯하다. 저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등장인물은 생동감이 넘치고 바다 속 풍경은 차갑게 느껴지고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굳이 디즈니의 인어공주의 색감을 그대로 따라 채색할 필요는 없다.

이름이 없었던 등장인물들과 인어공주에게 에리얼이라는 예쁜 이름이 생긴 것처럼 내가 원하는 색으로 나만의 바다 속 풍경과 에리얼을 표현할 수 있다.

산호는 붉은 색, 물고기 플라운더는 노란바탕에 푸른 지느러미, 바다마녀 우르슬라는 우중충한 검푸른 피부로 똑같이 채색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애니메이션이 2차 창작물이라면 컬러링북은 3차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입체적이면서 실감나는 채색으로 자신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다른 분위기의 인어공주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디즈니의 인어공주는 컬러링북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의 엽서 컬러링은 선물하기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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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 - 융 심리학으로 다시 쓴 어린 왕자
로베르토 리마 네토 지음, 차마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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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고 어른이 되면 도로 아이가 되고 싶다.

어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 아이였을 때 느꼈던 안온함, 이 두 가지 마음이 상충하면 미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무턱대고 다시 어린이로 돌아가기만을 소원하는 앙투안은 조언조차 어린이에게 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어린왕자에게 말하지만 어린 왕자는 알고 있다. 현명한 노인은 있을지언정 지혜로운 어린이는 없다는 것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모국인 브라질에서 경제 관료로 일하다 은퇴한 후에 작가의 길로 들어선 저자는 융 심리학을 바탕으로 서양과 동양의 신화와 철학을 섭렵해 독자의 이해를 구하는 글을 쓰겠다는 목표답게, 대표적인 어른의 동화라 말할 수 있는 어린왕자를 쓴 생텍쥐페리를 앙투안이라는 화자로 삼아 책을 썼다.

사막에 불시착한 앙투안은 양을 그려달라는 어린왕자의 부탁에 자신은 어린이가 아니라서 그릴 수 없다며 다시 어린이가 되고 싶다고 토로한다.

앙투안과 어린왕자가 불러낸 노인은 어린이로 되돌아갈 수는 없고 어린이 '처럼은 될 수 있다고 한다. , 어린이의 마음을 가진 성숙한 어른은 될 수 있다며 신화와 문학속의 인물과 철학자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신의 불을 훔쳐서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 태양에 가까이 다가가려다 추락한 이카로스,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를 확립한 융, 단테, 모세와 천사, 어린왕자가 만났던 이상한 어른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지만 노인이 하고자 하는 말은 결국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강물이 흐르길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은 성장해서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는 말이다.

본래 지닌 자연스러운 성향을 잃지 않고, 창조성을 버리지 않고, 내면의 아이와 접촉이 끊어지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지.”

저자는 융 심리학중에 가장 핵심인 개성화를 가져와 언제까지나 순수하고 의존적인 아이에만 머물고 싶어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있다.

부모라는 존재를 의식하게 된 순간부터 라는 개념이 확립된 것이나 다름없는데 변화하고 복잡한 세상속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모른채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면 몸만 성장한 미성숙한 어른이 될 뿐인 것이다.

애초에 앙투안의 소원은 사막에 불시착한 상황처럼 불완전한 마음이 불러낸 헛된 희망이었다.

나만의 자아’, 내가 가야갈 을 찾아 끊임없이 탐구하고 경험하며 진짜 어른이 되길 바라는 노인과 등장인물들의 조언이 참된 희망임을 앙투안이 알았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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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리커버 에디션)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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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전의 원시시대에도 사람들은 자신이 딛고 서있는 땅 너머의 땅을 정벌하고자 했음을 저자는 두 나라 간의 전쟁을 멍석삼아 이야기하고 있다.

혹은 나라와 나라의 부딪힘으로 확장하거나 소멸함으로써 현재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말하고 싶어 한 건지도 모르겠다.

두 나라는 그야말로 치열하게 피비린내 나게 싸웠지만 여전히 전쟁의 희생자는 백성뿐이고 얻는 것은 별게 없다. 돌무더기를 치우하는 선왕의 유지를 받들어야 한다는 의 일방적인 전쟁선포는 사람뿐만 아니라 말과 개와 늑대무리와 초원과 산, 성이 모두 화마에 휩싸여 재가 되어버린다. 두 나라 사이에 흐르는 강물 나하 만이 유유할 따름이다.

초원의 나라 초는 문자보다 무를 중시하고 강물을 숭상하며 모든 것들을 기록하지 않고 외웠다. 성벽을 쌓아 땅을 지키는 단은 문자로 세상일을 적고 문자를 받들고 백산이라는 산에 재물을 바쳤다. 삶의 방식이 이렇듯 상반되었기에 서로의 땅을 정복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목덜미의 핏줄이 터져 피를 흩뿌리고 지는 해를 향해 달리는 비혈마 야백과 안개와 무지개를 뿜어내는 말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초승달을 향해 달리는 신월마 토하는 재갈이 물림으로써 사람에게 귀속된다.

토하는 혓바닥으로 빈자리를 더듬었다. 이빨은 없고 잇몸만 느껴졌다. 여기가 사람과 말이 만나는 자리로구나...이 작은 빈자리가...토하는 말로 태어난 운명을 혓바닥으로 느꼈다.’

야백과 토하도 주인이 각각 초의 왕위 계승자 표와, 단의 군독 황이었기에 전쟁의 한복판을 누비고 다닌다. 주인이 당기는 고삐에 방향을 정하고 옆구리를 박차는 아픔에 숨차게 달린다. 한때 지는 해와 뜨는 달을 향해 달렸던 말들의 목적지가 자신의 목적지가 아니게 되었을 때 그들의 시대도 혈통도 퇴색되었다.

뺏고 뺏기는 정벌의 역사 속에 사람과 말은 한 몸이나 다름 아니었고, 주인이 버리거나 죽었을 때에나 자유 아닌 자유를 얻게 된다. 시간이 지나 늙고 병든 몸으로 재회를 했을 때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재갈을 물릴 때도 버릴 때도 군림하는 자는 의사를 묻지 않았다. 말에게도 그러할진대 헐벗고 힘없는 백성들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지금 사는 세상이, 보이는 세상이 어떻게 생기고 변해갔는지 저자는 멀고 먼 야만의 시대를 적나라한 날 것 그대로의 거친 표현으로 써내려갔다.

문자와 구전의 역사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유용함을 가상의 나라를 세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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