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되지 않는 삶은 없다 -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와 철학
민이언 지음 / 디페랑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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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애니메이션 감독의 작품을 거의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어린시절 미래소년 코난을 보며 자란 세대로서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역에서 활동하는 감득의 열정은 놀라울 따름이다. 그만큼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방증이다. 책의 제목처럼 삶은 저마다 이유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니 고갈될 리가 없다.

한문과 중국어를 전공했지만 니체와 프루스트를 좋아하고 슬램덩크와 미야자키 하야오를 더 좋아한다는 작가이자 편집자인 저자가 쓴 책은 감독이 왜 애니메이션만을 고집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판타지라고 해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수 없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만화영화는 어느정도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한계적 영상영화와는 달리 상상의 범위가 무한하며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은 여지를 남긴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자연과 순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일관적인 스토리도 그렇다.

자신은 마르크스주의자이며 할아버지는 군수산업으로 돈을 벌었다는, 감독의 죄책감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는 철학적 신념은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늘과 바다, 산과 바람, 인간과 마녀, 괴물과 요정이 등장하는 작품마다 평화와 갈등이 번갈아 오고 간다. 서로 섞일 수 없는 존재들이 상충하니 안정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다.

기술적 진보위에 파괴되어 가는 자연과 인류애를 조명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읽힌다.

어쩌면 이런 불균형, 불안함을 받아들임으로써 삶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기를 바란 것은 아닐까 싶다. 자연으로의 회귀와 어린시절의 순수함을 지향하는 작품 사이사이에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의 러브스토리가 가미된 작품들은 그래서 결국 사랑이 인류의 구원이라 저자는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신작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아직 보지 못했다. 책에서의 간략한 설명대로라면 이번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인 성장담인 동시에 오롯이 자신의 길을 가길 바라는 향상심이 주제인 듯하다.

너만의 탑을 쌓아가거라. 풍요롭고 평화로우며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 거라

주인공에게 당부하는 대사가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당부하는 말임을 저자의 글을 통해 감독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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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브랜드 인사이트 - 지혜를 위해서는 고전을 읽고, 성공을 위해서는 럭셔리를 읽어라
박소현 지음 / 다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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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럭셔리를 통해 깨달은 점은 기억에 남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프롤로그에 쓰인 이 한 문장이 럭셔리의 참의미를 말하고 있다. 저자는 명품과 럭셔리의 차이점을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과 고가품, 사치품이라는 뜻풀이로 아울러 이야기하고 있지만 고유명사로써의 럭셔리를 정의하기에는 매우 적합한 말인 것 같다.

언젠가 지인이 어머니에게 물려받았다며 어딘가 고풍스러우면서도 눈에 익은 로고의 핸드백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젊은 시절 아끼고 아낀 월급으로 처음 싼 명품이고 마음에 들었던 터라 당신의 딸에게 물려주고 싶어 소중하게 다루며 잘 간수하다가 세 딸 중에 둘째딸에게 준 것이다. 아마도 지인이 패션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이리라.

명품이 고려청자와 같은 공공재의 개념이라면 럭셔리는 이렇듯 개인적이면서도 서사적이다. 바깥으로 보이는 외양은 트랜드에 따라 달라지지만 가치는 변하지 않는 아니, 변할 수 없는 브랜드이다.

중앙 대학교의 의류학 박사로 패션을 공부하다가 이제는 글을 쓰며 작가이자 연구자의 길을 가고 있는 저자는 과도기에 있는 럭셔리의 상황 파악을 위해 글을 썼다. 세대가 바뀌면서 소비자가 변했음을 역설하며 럭셔리의 진정성을 알리고자 한다.

책은 럭셔리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의 창업자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CEO, 오너들의 이력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는데 각각의 영화같은 인생은 흥미롭고 경이롭다. 실제로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는데 나 또한 샤넬의 일대기를 영화로 본 적이 있다. 그 시대에 코코 샤넬이 행한 모든 것들은 패션의 혁명이었다. 얼마나 과감하고 얼마나 창의적이었는지.

난 내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난 내 삶을 창조했다.’

그녀는 진정 샤넬을 통해 자신의 삶은 물론이고 한 브랜드의 역사를 만든 것이다.

물론 오랜 시간 명맥을 유지하기에 한 사람의 역량만으로는 힘들다. 디자이너와 CEO, 오너의 협업은 럭셔리를 럭셔리하게끔 뒷받침해주는 매개가 된다. 저자가 창업자뿐만 아니라 그 외의 모든 이들의 면면을 이야기한 이유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럭셔리 브랜드도 영업, 판매처, 소비자까지 모든 구조가 변해가고 있다. 움츠려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장되고 있고 앞으로 k-럭셔리를 표방한 우리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만들 수도 있음을, 그러므로 안목을 키우고 럭셔리 교육에 힘써야 함을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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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이란 무엇인가 - 우리 시대 공정성에 대한 모든 궁극적 질문의 해답
벤 펜턴 지음, 박정은 옮김 / 아이콤마(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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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책을 읽는 와중에 예고입시 논란이라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미술 실기 평가에서 화지 방향을 가로로 하라는 제시문을 무시하고 세로로 그린 입시생들이 다수 합격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는 내용이었다. 그 조건에 대한 감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면 애초에 그런 규칙을 세운 이유가 무엇이며, 실기 주제는 세로로 그려야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주제였다는 사족도 달렸다.

책의 서론에 나왔던 공정성은 신뢰의 전제 조건임을 상기시킨다. 입시생들이 제시문에 상응해서 가로로 그릴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가로로 그리지 않았다면 당연히 불합격 처리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30년 넘게 기자로 활동한 영국의 언론인인 저자도 수많은 사건사고를 취재하면서 모든 일의 시작과 끝에 공정이 있음을 간파했다. 경제와 정치, 사회와 인간관계에서 어느 때보다 공정성을 부여하고 공정함이 기준점이 된 시대가 된 것은 빈부와 계급의 격차가 전세대보다 더 큰 폭으로 벌어졌기 때문임은 자명하다. 공정이 곧 페어플레이이라는 단어와 동일했을 때조차 지금보다 더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만큼 요원하지 않다는 사실은 예고입시처럼 간단하다면 간단한 사안에서도 드러난다. 해당 예고의 채점기준에 대해 제재를 가할 권한이 있는 곳이 없다는 점 또한 저자의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공정한 사회에서 우리는 권한을 위임할 필요성은 인정해야 하지만, 권한을 버릴 필요는 없다.” 공정성을 대표하는 스포츠경기에서 심판은 많은 권한을 가지지만 그 권한은 사람들 사이의 합의된 규칙과 같다. 변수가 많은 경기의 결과에 왈가왈부할 소지가 훨씬 적은 것은 그 때문이다. 다수가 공정성에 기초해 만든 규칙에 동의한 미묘한 위임을 했기 때문에.

책은 공정의 개념과 소용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열거하고 있지만 게 중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공정성은 타고난 것이며 인간의 DNA에 있다는 말이다. 모든 불평등, 불공정, 불의에 대응할 수 있고, 그래서 한편으로 그 차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성질임을 알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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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이거 너 다 가져 - 까꿍이가 전하는 행복박스
나인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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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주관적이다. 행복의 기준이 모두 엇비슷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진지하게 물어보면 대답은 제각각이다. 각자 고유한 존재이기 때문에 행복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고 대상이 다르다. 찰나적이고 순간적이라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지속적이고 고정적인 상태는 행복의 본질이 아니다. 누구나 입버릇처럼 행복해지고 싶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말 자체가 삶을 유지해나가는 동력이나 마찬가지라 어쩌면 죽을 때까지 추구하는 상태가 진정한 본질인지도 모른다.

행복이라는 말로 가득 찬 책을 쓴 저자의 의도도 그러하다. 희곡 작가로 연출가로 활동하다 내면의 뿌리를 찾아 정신 분석과 치유과정을 밟았다는 이력은 다양한 감정과 행복에 대한 통찰의 깊이를 가늠하게 한다. 행복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특별한 목차도 없이 어떤 기준도 없이 그냥 써내려갔다고 에필로그에서 밝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행복론은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는 공감력이 있다.

모든 사람은 행복박스를 하나씩 품고 이 세상에 나온다.'고 믿는 저자는 까꿍이를 통해 행복의 전언을 박스 안에서 꺼내 풀어 놓는다. 뜻밖의 선물을 기대하게 하는 럭키박스와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른 그 박스 안에 있는 것은 이다. 나의 소중함, 나의 특별함, 나의 기쁨과 즐거움에 집중하라고 말하고 있다.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 상대방도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 내게 기쁜 일이 있으면 상대방도 함께 기뻐해준다는 말이다. 사람의 기분만큼 전염성이 강한 것도 없다. 생각의 전환을 강조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가 중요한 만큼 도 중요한 존재이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혼자의 시간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문명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상대방이나 타인의 입장, 사고방식도 배려해줘야 한다.

저자는 행복만큼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며 온전히 너에게 나눠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행복박스 안을 무엇으로 채우고 또 어떤 것은 비워야 되는지 찬찬히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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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생 꽃밭 - 소설가 최인호 10주기 추모 에디션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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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인 저자가 책머리에 썼듯이 수필형식의 짧은 글 모음집은 드물어서 기대를 갖게 한다. 더구나 어느새 고인이 된 상황에서 읽는 단상은 감회가 남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일상의 소회를 담담하면서도 재치 있게 쓴 이야기는 뭇 사람들에게 인생의 다사다난함과 동시에 찬란함을 상기시킨다.

첫 장에서부터 저자는 나이 육십이 넘는 이 생을 금생(今生)이라 여긴다. 이미 많은 생을 살아왔지만 오늘을 새날 첫 날인 것처럼 산다고 말한다. 나이가 든 만큼 습관처럼 이어져오던 행동, 기억들이 시간이 흘러갈수록 희미해지다가 끝내는 지워져 잊혀져버리고 다시 새로운 생각, 새로운 시각, 새로운 감각이 들어차는 것이다. 죽음만이 끝일지언정 사는 동안은 항상 언제든지 다시 태어나 어제보다 아름다운 생을 살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맞춤계절의 꽃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꽃밭처럼 매일을 다른 색깔로 채울 수 있다는 뜻이리라.

가족, 지인, 종교, 업 등 책은 저자가 살아오면서 얽힌 모든 인연, 모든 것들에 대한 애증을 여과 없이 풀어놓는데 어떤 에피소드는 자신의 소설만큼이나 직설적이고 적나라하다. 문학가의 비범함을 떠오르게도 하지만 고등학교2학년 때 신춘문예에 입선할 정도의 재능은 차치하고라도 작가가 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은 새삼 경이롭게 다가온다.

지금 이 순간의 현실에 머물러 있지 말고 먼 영혼에서 현재를 보라.”

스피노자의 이 한마디를 붙잡고 먼 훗날 작가가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하루에 한편의 소설을 꾸준히 썼다는 고백은 놀랍다. 펜과 노트만 있으면 일필휘지로 써내려가는 천재작가로서의 면모만 상상했었는데 그 역시 작가에게 있어서 문학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창작의 열의를 불태운 날들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그런 날들이 있었기에 가톨릭 신자이면서도 타 종교를 존중하고 배우려고 애썼으며, 난사람보다는 된사람을 길러야한다며 한 쪽으로 치중된 교육계에 따끔하게 한소리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보다 먼저 떠나간 스승, 친구, 동료에 대한 회한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약속, 인사, 친절의 유용함을 누누이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후회를 남기지 말라는.

셀 수 없이 많은 책을 쓴 것으로 저자는 결코 후회하지 않고 홀가분하게 떠났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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