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평점 :
*북클럽문학동네가제본 서평단으로, 가제본을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마치다 리카씨에게.
안녕하세요. 이 순간에도 무수히 많은 메일이 마치다씨에게 쏟아지고 있을 걸 압니다. 제 메일도 그 중 하나가 되어, 스쳐지나가겠죠. 마치다씨에게 읽히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래도 보내는 이유는... <주간 슈메이>에서 가지이의 독점 인터뷰를 정말 인상깊게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다른 여성지에 실린 가지이와 관련된 여성들의 인터뷰도 찾아봤죠.
저는 어쩌면, 마치다씨와 마주쳤을 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독점 인터뷰를 따냈는지, 가지이가 마치다씨를 모욕하는 인터뷰를 한 이후에는 걱정되어 제가 아는 지인에게 연락해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찾아가기도 했거든요.
어쨌든, 가지이와 관련된 무수히 많은 기사들과 뒷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은 것은, 그 사람은 불쌍한 사람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안쓰러워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측은한 것. 혼자서는 어떻게도 살 수 없는, 그녀의 피해자들과 같아보여 안쓰러운 것이었죠.
아주 처음에, 가지이의 사건을 접했을 때, 저는 그녀가 무죄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 남자가 죽었을 때 옆에 있었던 이니, 당연히 용의자로 몰리겠지만, 그렇게 사람을 죽이는 게 쉽다고?라는 생각에 아닐 거라 생각했죠. 무엇보다도 그녀에게는 동기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 뒤에 느낀 것은 불편함이었습니다. 가지이의 사건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그녀가 셋을 죽였다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외모였으니까요.
아주 오래전부터 만연하던 사고라는 것은 압니다. 저도 들으면서 커왔으니까요. 그러면 살 쪄. 운동해야지. 벌써 몇 키로가 늘었네. 예쁘기 위해 조언을 해주는 것이라 말하지만,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자 이상한 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우리는 누굴 위해 예뻐야 하는 걸까요?
사실, 제 생각은 그 선에서 그치는 편이었습니다. 여자는 아름답고 가정적이어야 한다. 왜? 가정, 혹은 남편을 위해. 왜? 그래야 가정이 편안하니까. 내조를 잘해야 한다, 등등의 생각은 '여자'에 한정되었죠. 그래서 저는 그녀의 외모에 사람들이 댓글을 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사건은 잊혀질 정도로, 그녀가 '그런' 외모를 가지고도 남자들을 만난 다는 것이 이슈가 되는 것이, 정말 왜 문제가 되며, 그 아래 달린 댓글에 제가 화가 난다는 사실이 답답했거든요.
그런데 말이에요. 마치다씨의 기사를 읽으며, 남자들도 그런 사회적 틀에 매여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뭐랄까요. 가정적인 것에는 손을 대면 안된다는, 스스로 만들어 매어놓는 틀이랄까요.
주변에서도 그런 변명을 들은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왜 스스로 밥을 해먹지 못하느냐고 물으면, 남자가 손에 물을 묻히면 주변에서 어떻게 보겠느냐는, 그런 말이었죠.
저는 여자들의 몸매에 묶인 틀과 동일한 선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예쁘지 않기 때문에 날씬한 몸을 유지하고, 음식을 조절해서 먹곤 하죠.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지난 농담들 중 하나는 '소개팅 자리에선 적게 먹고, 집에 돌아와 냉장고 잔반으로 비빔밥을 해먹었다'는 말이 있었죠. 우리는 왜 내가 좋아하는 건 중요하지 않고, 남들의 선호에 나를 맞추려고 했을까요?
마치다씨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본인의 몸에 맞는 것을, 자신의 몸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고 있다고요. 가지이가 찾던 사람은 마치다씨처럼,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었던 듯 싶습니다. 가지이는, 본인 스스로는 그러지 못했지만,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들 찾았겠죠. 그래서 자신도 그렇게 섞이기를 바랐겠죠. 안타까운 사람입니다.
마치다씨의 이야기에 용기를 얻어, 저도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일단은, 버터간장밥이 정말 궁금하니까, 그건 가지이의 레시피를 따라 먹어보려고요. 최근에 알게 된 건, 저는 생각보다 채식을 좋아한다는 것이었죠. 조금 더 연구해보려고 합니다.
어찌되었건, 응원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마치다 리카씨,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다음 기사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