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단단해지는 중입니다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라이더가 전해주는 짱짱한 마음 근육 생성기
김영미 지음 / 혜윰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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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단단하다는 것에 동경을 해왔던 것 같다. 특히,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함께 프로젝트를 하던 사람들에게서 나는 정말 상처받지 않을 것 같다, 어떠한 이야기를 들어도 잘 버텨낼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좌절하더라도 금세 일어나 할 일을 해치울 것만 같다고.

그런데 주변의 시선과 달리, 나는 상처도 정말 잘 받고, 그 상처의 회복이 정말 더딘 편이다. 생각이 많은 탓에 겁도 많아 한번 실패한 것에는 다시 도전해볼 엄두를 내지 않는다. 더 무언가를 하고 싶지 않아하고 어딘가로 자꾸만 도망가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단단해진다는 건 뭘까. 어떻게 해야 겁나고 상처받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점점 단단해지는 중입니다>는 두번의 자전거 사고를 겪고, 트라우마를 안고서 매일 라이딩을 하는 김영미 작가님의 에세이다.

감정을 다루는 에세이가 아니라 여행기에 더 가깝지만 나는 글을 읽으며 위로받았다.

글에서 계속 언급되지만, 작가님은 두번의 자전거 사고 이후, 자전거를 겁낸다. 자전거 도로에 있는 지형지물, 차로의 자동차, 경사로 등등. 그렇지만 마음이 이끄는 탓에 다시 또 자전거 위에 올라타 여행한다. 조심히 타야지, 하는 마음에.

나는 글쎄, 책을 읽으며 그냥 또 하면 되는 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겁나고, 사고가 이미 났고, 무섭지만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는 구나. 라이딩을 하면서 경치를 보듯이 그런 것들에 익숙해지면 되는 구나. 그냥 계속 계속 해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구나.

사실 단단하다는 건 없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계속 단단해지기 위해 반복되는 것이고...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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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의 자세 소설Q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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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라의 이야기이기보다 오혜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홀로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어떻게든 살아남은 엄마의 이야기.

만수불가마사우나에서 세신사로서 살아가던 여자의 이야기. 남들보다 잘나도, 어떻게든 무시받고 깎아내려져버린, 벌거벗은 사람들의 이야기.

어렸을 때, 할머니를 따라 목욕탕을 자주 들렀었는데, 그때 만난 세신사분들을 나는 무서워했었다. 말 수도 적었고, 아주 조용히 목용탕 한구석에 앉아계시는 일이 대부분이었기에.

처음 세신을 받았을 때는 나는 할머니의 손길을 떠올리곤 지레 겁먹었었다. 투박한 손길에 거친 때밀이 수건이 닿을때의 따끔따끔함, 그럼에도 제대로 벗겨지지 않은 때가 수건에 밀려 나오는 모습을. 첫 세신은 부드러웠다. 그냥 엎드리세요, 다시 돌아누으세요 등의 몇 마디 말이 지나가고 보들보들한 맨몸의 마주할 때는 무언가... 다시 벗겨진 기분이라 아리송했다. 정말로 맨몸이 된듯한 기분.

이완의 자세, 는 정말 맨몸이 된 기분이다. 그럼에도 너무도 선명해서... 어쩔 수 없는 이야기.

한번도 자신을 온전히 가져보지도 못한 사람은 자신을 제대로 내어주지도 내려놓지도 못한다(p160)는 말이 와닿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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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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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조선 후기부터 현대를 살았던 삼천이의 이야기다. 삼천이의 친구, 새비의 이야기이고, 그들의 딸, 희자, 영옥이, 영옥이의 딸, 미선이, 미선이의 딸 지연이의 이야기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남편과 이혼을 하게 된 '지연'이 풀어내고 있으나, 나는 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이미 선대를 겪어낸 사람들이 '이미' 받아왔던 시선, 그리고 그들 나름의 대처, 걱정하는 마음까지.

지금까지도 크게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혼 후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힘들다고 말하면 당연하게 일을 그만두라고 말하는 것이나, 이혼이 여전히 흠인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도 우리가 과거에 머물러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서글펐던것은, 서로가 서로의 심정을 알고 있음에도 여자들끼리의 유대보다... 참는 것이 가장 나은 방향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이었다.

김유담 작가님의 <안安>을 읽고 바로 읽었던 책이라 그런지, 더 아릿하게 다가왔다. <안>에서의 큰 고모와 <밝은 밤>에서의 엄마가 결국 같은 사람인 것 같아서.

결국 여자에서 여자에게로 전해진다.

주류가 아닌 이들이 살아남았던 방법은, 그렇게 천천히 주고받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꽤 많은 생각이 들었던 글이라...

일단 최은영작가님의 글은 믿고 읽으니까. 추천.

아릿하고,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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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2 - 단골손님을 찾습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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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달러구트 꿈 백화점> 1편보다 2편이 더 재미있었다. 1편은 어딘가 내가 읽던 책들보다 가벼운 느낌이라, 킬링타임용인 느낌이었다면, 2편이 좀 더 깨닫는 바가 많고, 좀 더 탄탄한 느낌이랄까.

재미있었다.

정말로.

오랜만에 후루룩 넘긴 기분이라 재밌었다.

11월에 읽은 1편의 내용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그 속에 숨어있던 이야기들을 많이 풀어줘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막심과 페니 이야기도 많이 나왔으면.

막심페니 코인 탑승할테야.

다시 글로 쓰려던 주제로 돌아오면, 달러구트 꿈 백화점 손님이라면, 나는 아마도 3층에 자주 방문하지 싶다. 한번씩 써놓은 꿈 일기를 보면 꽤나 스펙타클하고 말이 되지 않는 꿈들을 헤매고 있으니, 좀 더 활동량이 많은 꿈이나, 스릴러에 가까운 꿈을 꾸고 있으니까.

꿈 제작자라면, 잘 안팔리는 꿈을 만들 것 같다. 막심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어쩌면 절망을 다루는 류를.-사실 지금 글들도 비슷하다.

개인적으로는 꿈과 글이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꿈 제작자, 출판사는 꿈 유통사, 독자들은 파자마차림의 손님들이겠지.

호로록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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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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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문학동네가제본 서평단으로, 가제본을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마치다 리카씨에게.

안녕하세요. 이 순간에도 무수히 많은 메일이 마치다씨에게 쏟아지고 있을 걸 압니다. 제 메일도 그 중 하나가 되어, 스쳐지나가겠죠. 마치다씨에게 읽히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래도 보내는 이유는... <주간 슈메이>에서 가지이의 독점 인터뷰를 정말 인상깊게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다른 여성지에 실린 가지이와 관련된 여성들의 인터뷰도 찾아봤죠.

저는 어쩌면, 마치다씨와 마주쳤을 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독점 인터뷰를 따냈는지, 가지이가 마치다씨를 모욕하는 인터뷰를 한 이후에는 걱정되어 제가 아는 지인에게 연락해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찾아가기도 했거든요.

어쨌든, 가지이와 관련된 무수히 많은 기사들과 뒷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은 것은, 그 사람은 불쌍한 사람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안쓰러워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측은한 것. 혼자서는 어떻게도 살 수 없는, 그녀의 피해자들과 같아보여 안쓰러운 것이었죠.

아주 처음에, 가지이의 사건을 접했을 때, 저는 그녀가 무죄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 남자가 죽었을 때 옆에 있었던 이니, 당연히 용의자로 몰리겠지만, 그렇게 사람을 죽이는 게 쉽다고?라는 생각에 아닐 거라 생각했죠. 무엇보다도 그녀에게는 동기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 뒤에 느낀 것은 불편함이었습니다. 가지이의 사건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그녀가 셋을 죽였다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외모였으니까요.

아주 오래전부터 만연하던 사고라는 것은 압니다. 저도 들으면서 커왔으니까요. 그러면 살 쪄. 운동해야지. 벌써 몇 키로가 늘었네. 예쁘기 위해 조언을 해주는 것이라 말하지만,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자 이상한 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우리는 누굴 위해 예뻐야 하는 걸까요?

사실, 제 생각은 그 선에서 그치는 편이었습니다. 여자는 아름답고 가정적이어야 한다. 왜? 가정, 혹은 남편을 위해. 왜? 그래야 가정이 편안하니까. 내조를 잘해야 한다, 등등의 생각은 '여자'에 한정되었죠. 그래서 저는 그녀의 외모에 사람들이 댓글을 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사건은 잊혀질 정도로, 그녀가 '그런' 외모를 가지고도 남자들을 만난 다는 것이 이슈가 되는 것이, 정말 왜 문제가 되며, 그 아래 달린 댓글에 제가 화가 난다는 사실이 답답했거든요.

그런데 말이에요. 마치다씨의 기사를 읽으며, 남자들도 그런 사회적 틀에 매여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뭐랄까요. 가정적인 것에는 손을 대면 안된다는, 스스로 만들어 매어놓는 틀이랄까요.

주변에서도 그런 변명을 들은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왜 스스로 밥을 해먹지 못하느냐고 물으면, 남자가 손에 물을 묻히면 주변에서 어떻게 보겠느냐는, 그런 말이었죠.

저는 여자들의 몸매에 묶인 틀과 동일한 선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예쁘지 않기 때문에 날씬한 몸을 유지하고, 음식을 조절해서 먹곤 하죠.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지난 농담들 중 하나는 '소개팅 자리에선 적게 먹고, 집에 돌아와 냉장고 잔반으로 비빔밥을 해먹었다'는 말이 있었죠. 우리는 왜 내가 좋아하는 건 중요하지 않고, 남들의 선호에 나를 맞추려고 했을까요?

마치다씨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본인의 몸에 맞는 것을, 자신의 몸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고 있다고요. 가지이가 찾던 사람은 마치다씨처럼,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었던 듯 싶습니다. 가지이는, 본인 스스로는 그러지 못했지만,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들 찾았겠죠. 그래서 자신도 그렇게 섞이기를 바랐겠죠. 안타까운 사람입니다.

마치다씨의 이야기에 용기를 얻어, 저도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일단은, 버터간장밥이 정말 궁금하니까, 그건 가지이의 레시피를 따라 먹어보려고요. 최근에 알게 된 건, 저는 생각보다 채식을 좋아한다는 것이었죠. 조금 더 연구해보려고 합니다.

어찌되었건, 응원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마치다 리카씨,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다음 기사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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