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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의 자세 ㅣ 소설Q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오유라의 이야기이기보다 오혜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홀로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어떻게든 살아남은 엄마의 이야기.
만수불가마사우나에서 세신사로서 살아가던 여자의 이야기. 남들보다 잘나도, 어떻게든 무시받고 깎아내려져버린, 벌거벗은 사람들의 이야기.
어렸을 때, 할머니를 따라 목욕탕을 자주 들렀었는데, 그때 만난 세신사분들을 나는 무서워했었다. 말 수도 적었고, 아주 조용히 목용탕 한구석에 앉아계시는 일이 대부분이었기에.
처음 세신을 받았을 때는 나는 할머니의 손길을 떠올리곤 지레 겁먹었었다. 투박한 손길에 거친 때밀이 수건이 닿을때의 따끔따끔함, 그럼에도 제대로 벗겨지지 않은 때가 수건에 밀려 나오는 모습을. 첫 세신은 부드러웠다. 그냥 엎드리세요, 다시 돌아누으세요 등의 몇 마디 말이 지나가고 보들보들한 맨몸의 마주할 때는 무언가... 다시 벗겨진 기분이라 아리송했다. 정말로 맨몸이 된듯한 기분.
이완의 자세, 는 정말 맨몸이 된 기분이다. 그럼에도 너무도 선명해서... 어쩔 수 없는 이야기.
한번도 자신을 온전히 가져보지도 못한 사람은 자신을 제대로 내어주지도 내려놓지도 못한다(p160)는 말이 와닿는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