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화 구두 1
박윤영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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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좋아하는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을 때 평소보다 2cm 높은 구두를 신어라." (p15)

이야기의 발단은 이렇다. 오태수(오대리)에게 잘 보이고 싶은 신지후(사원)는 오대리와 단둘이 외근을 나가게 될 일이 생긴다. 그래서 안 하던 매니큐어도 바르며 잡지를 보던 중 위와 같은 문구를 본 것이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을 때 평소보다 2cm 더 높은 구두를 신어라는 것.

그리하여 지후는 만화임에도 탐이 나는 보라색 힐을 신고 외근을 나가 굽이 부서지면서 오대리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마치 그저 그런 일반 순정 만화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오태수라는 오대리는 어찌나 현실성 돋는 나쁜 남자인지, 차마 말을 할 수도 없다. 유일하게 이것이 만화임을 보여주는 건 지후의 그 맹목적인 짝사랑인데, 이것이 또 묘한 게 마침 내 주변에도 이렇게나 열렬히 짝사랑에 빠진 사람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도저히 이 웹툰을 보고 나는 웹툰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친구가 계속 떠올랐기에.

그 친구 말로는 그 사람만 생각해도 기분이 좋고, 보기만 해도 행복하고 그런 기분이라는데,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자기애가 꽤나 강한 나로써는 지후도, 내 친구도 그렇듯이 그렇게 타인에게 푹 빠져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뭐, 언젠가 내게도 그런 사랑이 찾아오려나, 라고 낙관하기도 하지만 별로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어쩐지 나랑은 안 어울린달까. (쓴웃음)

여하튼 지후도 친구도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좋아할 수 있는 걸까? <여자 만화 구두>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는 게 어떤 건지, 자신이 주는 사랑만큼 사랑 받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섬세한 감정묘사와 대사에 정말 푹 빠져서 볼 수 밖에 없는 순정만화, 여자 만화 구두. 아마도 본 책에만 실린 것 같은 연애 카운슬러 피오나의 구두에 관한 이야기도 읽고 나서 읽으니 재미가 쏠쏠했다.

우리 여리고 순진한 지후는 과연 어떻게 될까. 여자 만화 구두 1권 보고 2권 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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