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게네스 5 - 검은 빛의 궤적
이시즈에 카치루 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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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게네스 5권에서는 폰 자신이 닥터 리텐버 박사를 비롯한 연구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조체라는 사실을 알게 된 4권의 내용을 필두로 하여, 그 사실로 인해 괴로워하는 폰의 심리 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교로 돌아오지만 자신은 인조체이며 이전과는 다른 사람임을 의식하는 폰이지만 그런 폰에게 전과 다름없이 대하는 제이크에게 폰은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자신은 인조체이며 자신의 모든 삶은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프로그램되어 있었고 지금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도, 자신의 감정도 모두 만들어지고 조작되어 있어 진정한 자신의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니냐며 삶의 회의를 느낀다.  

 폰은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잃고 찾으려 하지만 매번 그의 생각을 가로막는 것은 자신이 인조체라는 사실, 그 자체다. 즉 그는 자기 자신의 존재 자체를 견디지 못한다. 자신이 부모와 함께 살아가며 축적되었다고 믿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전부 만들어져 입력된 것이었고 그는 그런 부모가 자신에게 애정을 느낀 것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도록 만들어진 자신의 계획 속의 일부가 아닌지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학교로 돌아와 제이크와 친구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반체제 모임을 만들어 정부에 저항하며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은 연구진들에 의해 걷기로 예정되어 있는 길인데, 그 과정 중에 만난 이들이 자신에게 품는 감정 마저도 그 계획된 예정의 일부인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자살을 결심하고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는 폰을 제이크가 붙잡고 폰은 제이크의 집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 그의 가족들과 일상을 보내며 자신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고 자신을 애정과 사랑으로 보살펴주었던 부모의 감정은 결코 조작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몸이 느끼는 것은 계획 된 것이 아니며 지금의 자신은 수조 속에서 만들어진 감정도 마음도 없는 인조체가 아니라 부모와 제이크를 비롯한 제 삼자에 의해 생겨난 하나의 인격체로 자신을 보기 시작하며 '나'에 대해서 생각한다.  

 설사 자신이 걸어가는 이 길이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해도 생명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며 앞으로 이 길을 계속 걸어나가겠다며 다짐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폰은 끝내 제이크에게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자신이 인조체임을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제이크에게 앞으로 걸어갈 길을 같이 걸어가자며 옆에 있어달라고 한다. 그들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 

 본 작품을 보면서 자신이 꽤나 제복 페티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웃었다. 전통복장에 페티쉬가 있는 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제복까지 있었던 것이다. 은근 비엘스러운 대사들도 나를 즐겁게 했고 SF스러운 이야기, 과감하고 잔인한 컷들, 소년만화스럽게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표,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우정과 신뢰를 쌓아가는 폰과 제이크의 모습도 보는 내내 즐거웠다.  아쉬운 부분이 없다면 거짓이겠고, 실제로도 많이 있지만 그런 아쉬움마저 뒤로 해두고 일단 재밌다면서 신간이 나오면 서점에 달려가 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처음 1권 읽을때만 해도 이렇게 좋아하며 보게 될줄은 몰랐으나 한권 한권 늘어갈수록 점점 재밌어져갔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폰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그의 출생에 대한 비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긴장감과 긴박감이 더했다. 폰에 대해서는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면을 통해 보니 나도 모르게 놀랐다고 할까. 폰의 출생에 대해서 만큼은 나도 모르게 모른척하고 싶었던 것 같다. 모른척하면 제이크와 폰의 평화로운 나날들을 좀 더 지켜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미스터리를 좀 더 뒤로 아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쉬운 부분은 책 읽으면서 여기저기 있었지만 가장 큰 점은 주변캐릭터에 대한 배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폰이나 제이크의 위주로 흘러가, 좀 더 매력적일 수 있는 주변 캐릭터들이 죽어서 아쉽다. 이 부분을 더 살려 조금 더 길게 연재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마 어느정도 분량을 정해놓고 폰과 제이크의 얘기만을 집중적으로 들려주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점만 드러내기엔 너무나 주변캐릭터들이 매력적이어서 보는 내내 아쉬웠다. 제이크뿐만 아니라 폰과 접점이 깊게 있었던 주변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했는데 말이다.

 사실 본 책을 사서 차례를 보기 전까지는 이번권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차례에 최종화라고 적혀있어서, '이거 잘못 나온 거 아냐?' 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던 작품이기도 해서 어쩐지 첫 장을 읽기 시작부터 아쉬운 마음만 한가득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후속편이 나온다고 하여, 그쪽도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위에서 느낀 아쉬움은 혹시 후속작을 위해 남겨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나온 작품들은 어쩔 수 없지만, 후속작에서는 좀 더 캐릭터 분배에 신경을 써줘서 나왔으면 좋겠다. 좋은 건 아낌없이 팍팍 쓰는게 좋으니까. 그럼 또 색다르고 재미있는 후속편으로 만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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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야 2011-04-12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복과 기모노에 특히 모에합니다. ㅋㅋㅋㅋ

2011-04-13 21: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이 필요없는 코드입니다!
제복을 사랑하신다면 이 책은 그냥 필수로 봐주셔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