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양장)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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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나, 내가 원하는 존재, 제 3자가 보는 존재. 어떤 존재가 나 진짜 나일까.

"아니, 그게 다는 아니야. 그건 나도 이미 알고 있네. 하지만 자네는 그 여자를 사랑하나?"

루카스가 문을 열었다.

"저는 그 단어의 뜻을 잘 모르겠어요. 아무도 그 뜻을 모르는것 아닐까요? 당신이 하는 그런 질문은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그렇지만 그런 종류의 질문이 자네 인생에서 가장 흔한 질문이아니겠어? 때로는 그런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수 없을걸."

"그러면, 당신은요? 당신은 그런 질문에 한번 답해보세요. 당신이 연설을 하면 청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내더군요. 당신이 한말들을 당신은 진심으로 다 믿습니까?"

"난 내 말들을 믿어야 하네."

"하지만 정말 마음 속 깊이는 어떻게 생각하시죠?"

"그건 나도 모르지. 나에겐 그 정도의 사치가 허용되지 않았다네. 난 어려서부터 두려움에 시달려왔어." - P347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미화시키고, 있었던 일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있었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얘기를 쓴다고 했다.

그녀가 말했다.

"그래요. 가장 슬픈 책들보다도 더 슬픈 인생이 있는 법이니까요."

내가 말했다.


"그렇죠. 책이야 아무리 슬프다고 해도, 인생만큼 슬플 수는 없지요." - P471

"생각에 깊이 빠지기 시작하면, 인생을 사랑할 수 없어" - P482

나는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걸,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없는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겠어.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스쳐지나갈 뿐이네. -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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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인간 - 개정증보판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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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의를 좋아하고 라임을 좋아하는 작가님. 쓸만한 인간이 되어야 쓸 만한 인간도 된다는걸 확인시켜줌. 직접 출판한 책들도 궁금하다

책을 통해서라면 아버지를 이해할 수도 있고, 좌절한 자를 사랑할 수도 있고, 형사가 되어 범인을 쫓을 수도 있고, 헤어진 연인과의 기적 같은 재회도 가능하다.

개정판 |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20000260 - P48

수첩에 적힌 이상한 글자들이 지금의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스물다섯의 내가 스물여덟의 나를 위로한다. 동생 주제에 꽤나 위로를 잘한다. 가끔씩 느끼는 감정의 요동을 글자로 남겨보길 바란다. 그중 8할은 훗날 이불을 걷어찰 글자들이지만 그중에는 분명 나를 세워주는 글자가 있을 것이다.

개정판 |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20000260 - P52

못하는 것도 없지만 잘하는 것도 딱히 없는, 잘생기지 않았는데 개성 있게 생겼다기엔 한 끗이 부족한, 못돼 처먹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저걸 착하다고는 할 수 없는, 아주 애매한 선상에 위치한 인간, 이른바 과도기적 인간, 나쁘게 말하면 그냥 좀 찌질이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개정판 |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20000260 - P54

찌질하다의 반대말은,

 

찌질했었다.

 

개정판 |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20000260 - P56

‘어떻게 개를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있지만, 어떻게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는 개는 없습니다.’

개정판 |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20000260 - P122

꽤 많은 사람들이 나더러 마이너하다고 말한다. 나더러 마이너리그에서 잘하고 있는 모습이 멋지다고도 말한다. 그리고 너는 메이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심지어 혹자는 내게 나의 성향 때문에 메이저는 절대 될 수 없을 거라고도 말한다. 그 말인즉슨, ‘남들이 좋아하는 걸 너는 좋아할 수 없을 거야.’의 의미라기보다 ‘넌 메이저리거가 될 순 없을 거야.’의 의미일 테다. 무시무시한 말이다

개정판 |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20000260 - P172

"당신의 꿈은 최고의 마이너리거인가요?"

 
개소리다.



개정판 |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20000260 - P173

사람들이 한 사람을 이르는 것이라 하여 ‘이름’이란다

개정판 |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20000260 - P204

녹록치가 않다. 늘 선택을 해야 하고, 장고 끝에 둔 악수 탓에 발생하는 좋지 않은 결과는 이내 내가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 왜 좋은 일보다는 좋지 않은 일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설령 좋은 일이 있어도 곧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거란 확신이 그 기쁨을 반감시킨다. 사는 게 참, 녹록치가 않다는 거다

개정판 |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20000260 - P209

모든 것은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다

개정판 |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20000260 - P233

집단의 생각이 동일해지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여론이라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죄인에게 벌을 주는 죄인은 과연 죄인이 아닌 것인지, 여러 가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든다.



개정판 |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20000260 - P236

집단 이기주의에 익명이라는 보너스가 부여됐을 때의 시너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개정판 |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20000260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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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순례 주택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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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었다고 다 어른이 아니고
어리다고 다 애가 아니다.

제대로 된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를 보는 씁쓸함에 뭔가 위로가 되는 순례주택.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순례 주택 | 유은실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653000152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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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파쇄 위픽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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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파경? 파국? 정도의 제목으로 전성기 조각의 활약상(?) 시리즈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여성은 약자인데 노년에 접어들면 이중고의 약자가 돼요"

"파쇄"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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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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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에겐 별거 아닐 수 있는 수술이라도 수술을 받는 환자는 아프고 절망하고 힘겹다. 하지만 아무리 명의여도 겪지 않은 환자의 아픔은 헤아릴 수 조차 없어서 그런지 수술후 남의일 처럼 대하는 병원 분위기에 절대 다시 수술 받을 일 없기를 기도했었다. 이런걸 직접 겪은 의사는 이렇게 극단적으로 세상에 없거나 하니까. 의사가 되고 싶다면, 의사라면 꼭 한번 읽어 보면 좋겠다.

시체 해부는 엄숙하고 경건한 학생들이 냉정하고 거만한 의사로 변화하는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숨결이 바람 될 때"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56

의과 대학원 4학년이 되자 많은 동기들이 방사선과나 피부과 같은 덜 고된 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어리둥절해서 다른 유명 의과 대학원의 경우는 어떤지 알아봤더니 별로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근무 일정이 좀 더 여유롭고 연봉은 더 높고 스트레스는 덜한, ‘느긋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전공 분야로 눈을 돌렸다. 입학 논술에서 그들이 내세웠던 이상주의는 물러지거나 아예 사라졌다. 졸업이 가까워지자 예일 대학의 전통에 따라 우리는 졸업식 선서를 작성했다. 히포크라테스, 마이모니데스, 오슬러를 비롯해 위대한 의학계 선조들의 격언들을 섞어서 썼는데, 일부 학생들이 의사보다 환자의 이익을 중시하자는 표현을 빼자고 주장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이 논의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 표현은 결국 끝까지 남았다. 나는 이런 자기중심주의가 의학의 본질에 상반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주장에 합리적인 면도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99퍼센트의 사람들이 연봉, 근무 환경, 근무 시간을 고려하여 직업을 선택한다. 그러나 원하는 생활방식에 중점을 두고 선택하는 건 직업이지, 소명이 아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76

나는 모든 이가 언젠가는 마주치기 마련인, 삶과 죽음과 의미가 서로 교차하는 문제들은 대개 의학적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숨결이 바람 될 때"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77

모든 의사가 질병을 치료하는 동안, 신경외과의는 정체성이라는 혹독한 용광로 속에서 일한다. 모든 뇌수술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본질인 뇌를 조작하며, 뇌수술을 받는 환자와 대화할 때에는 정체성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더해 뇌수술은 대개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이며, 그래서 인생의 중대한 사건들이 그렇듯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결정적인 전환점에서 요점은 단순히 사느냐 죽느냐가 아니라 어느 쪽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이다. 가령 당신이나 당신의 어머니가 몇 달 더 연명하는 대가로 말을 못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치명적인 뇌출혈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낮은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시력 손상을 감수해야 한다면? 발작을 멈추려고 하다가 오른손을 못 쓰게 된다면? 당신의 아이가 얼마만큼 극심한 고통을 받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하게 될까? 뇌는 우리가 겪는 세상의 경험을 중재하기 때문에, 신경성 질환에 걸린 환자와 그 가족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숨결이 바람 될 때"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78

나는 환자를 서류처럼 대할 것이 아니라 모든 서류를 환자처럼 대하기로 결심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82

나는 환자의 뇌를 수술하기 전에 먼저 그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정체성, 가치관, 무엇이 그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지, 또 얼마나 망가져야 삶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수술에 성공하려는 헌신적인 노력에는 큰 대가가 따랐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실패는 참기 힘든 죄책감을 안겨주었다. 이런 부담감은 의학을 신성하면서 동시에 불가능한 영역으로 만든다. 의사는 다른 사람의 십자가를 대신 지려다가 때로는 그 무게를 못 이겨 스스로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숨결이 바람 될 때"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00

(나는 브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크게 성공했음에도 미덕을 중시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02

환자는 의사에게 떠밀려 지옥을 경험하지만, 정작 그렇게 조치한 의사는 그 지옥을 거의 알지 못한다.

"숨결이 바람 될 때"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04

하이데거의 말처럼

"지루함은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는 것이다"

"숨결이 바람 될 때"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06

(의사는…) 기술적인 탁월함이 곧 도덕적 요건이라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 내 기술에 정말 많은 게 걸려 있거나, 불과 1~2밀리미터 차이로 비극과 성공이 갈릴 때에는 좋은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숨결이 바람 될 때"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07

희망(hope)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영어에 등장한 건 약 1,000년 전으로, 확신과 소망을 결합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소망하는 것(삶)과 확신하는 것(죽음)은 달랐다.

"숨결이 바람 될 때"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31

의사는 병에 걸리는 느낌이 어떤지 추상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진짜 아는 것이 아니다. 그건 사랑에 빠지거나 아이를 가지는 것과 비슷하다. 거기에 따라오는 수많은 서류 작업이나 사소한 일들이 별로 반갑지 않다. 예를 들어, 정맥 주사를 꽂고 있으면 주사액이 스며들기 시작할 때 실제로 소금 맛이 느껴진다. 의사는 모든 환자에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11년 동안 병원에 몸담으면서도 나는 고통의 구체적인 느낌을 전혀 알지 못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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