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한 친구가 아닌 것과는 상관없이 그녀는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이다.

P9

그 시절의 자신은 떠올리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그것은 내가 동창회 같은 데에 나가지 않는 이유와 비슷했다. 남들에 의해 소환되는 그 시절의 나도 싫었고, 그들이 알고 있는 그 시절의나인 척하고 있을 게 분명한 현재의 나도 싫었다.
여러 사람과 공유한 시간이므로 누구도 과거의 자신을 폐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편집하거나 유기할 권리 정도는 있지 않을까. P18

그러나 내가 그 시절 겪었던 것은 다름이라기보다 수직적인 위계와 시비是非였다. 그때그때 적용되는 일관성 없는규율이 있었고, 없으면 교사나 반장이나 힘센 애들이 만들었다. 남과 다른 것이 그대로 결격사유가 되는 단체 생활에서 내가 누군지 따위를 고민할 기회는 아무에게도 주어지지않았다.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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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의 세계는 순수한 정신의 세계, 언어의 구조물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미래의 인간들이 경험할 사랑의 모습, 연애의 양상일지도 몰랐다. 육체를 옷 사입듯 구매하는 시대가 올 때, 성형수술에서 더 나아가 아예 육체를 디자인하는 시대가 될 때, 어쩌면 연애란 인간의 육체가 배제된, 정신과 정신 사이에서 벌어지는 신비로운 게임으로 변해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P35

그리스 수사학자들은 이렇게 가르쳤다고 한다. 연설을 할 때는 감동을 주든가 아니면 지식을 줘라. 그것도 안 되면 즐겁게라도 해줘라. P54

형광등아, 조명의 세계에서 다른 모든 조명들을 이기고 살아남은 국민조명 형광등아. 별로 분위기도 안 나고 켜는 데도 오래 걸리고 툭하면 스타터가 나가는, 그러나 전기료가 싸게 먹히고 수명이 긴, 그래서 살아남은 조명계의 우세종아. 내가 이 세계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니?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 말 같은 말을 하고, 집 같은 집에서 잠들고, 밥 같은 밥을 먹으며 사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P94

수족관에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많은 게 함께 따라오는 것 같다. 장소도 그중 하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가 살아온 장소와 만나는 경험이기도 하다. P204

그렇다. 사람들은 남에게 별 관심이 없다. 그냥 할말이 없으니 그런 뻔한 질문들을 던질 뿐이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취직했냐, 결혼 안 하느냐 묻는 것도, 사실은 아무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의 나는 누가 나에 대해서 물으면 정말 궁금해서 묻는 줄 알고 온 힘을 다해서 대답을 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사람들은 그저 떠오르는 대로 지껄이는 거였다. 적당한 대꾸만 해주면 그들은 즉시 다른 질문으로 넘어간다. 뻔한 질문만 입력된 사이보그와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그런 사이보그들은 젊고 만만한 사람들을 만나면 단 몇 개의 질문으로 버틴다. 넌 취직은 안 하냐, 국수는 언제 먹냐 등등. 그럴 때는 그냥 딴생각을 하면 되는 것인데, 나는 언제나 "취직이 꼭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직은 저 자신에 대해 좀더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게 우선인 것 같아서요. 그럼 취업도 자연히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같은 말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런 사이보그들이 원하는 것은 대화가 아니라 그냥 그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었는데. P259

왜 아름다운 것들은 자신의 아름다움에 무심할 때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걸까 p263

고요가 이렇게 무겁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질량을 가진 고요가 우리 두 사람을 짓누르고 있었다 p267

나는 사람이 두 종류라고 생각해. 자기만의 벽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모든 게 얇아. 그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그 너머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절대로 믿지 않아. 현실만이 그들의 신앙이고 종교야. 한번 판단이 내려지면 그들은 가차없고 냉혹해. 물론 그런 사람들이 편할 때도 있지. 자기보다 강하고 부유한 사람에게 약하니까.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친교를 쌓는 건 너무 지루하고 피곤한 일이야.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라든가, 그게 도대체 나한테 무슨 득이 되나, 같은 질문만 던지는 사람들이잖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너 같은 사람이야. 너는 무용한 걸 좋아하잖아. 지식, 퀴즈, 소설 같은 것들 말야." P273

세계는 혹시 무수한 방으로 이루어진 게 아닐까? 신생아실에서 태어나 교실에서 배우고 소주방에서 술 먹다가 노래방에서 노래하고 찜질방에서 목욕하고 채팅방에서 채팅하다 고시원의 쪽방에서 잠드는, 그리고 끝내는 대형 병원의 영안실에서 마감하는 삶. P306

한 인간의 진심을 온전히 전달하기에 문자메시지나 음성통화 모두 여전히 태부족이었다 p310

말을 안 한다는 거지. 시선도 마주쳐서는 안 돼. 시선도 대화야 p335

역시 승자의 기쁨은 패자의 굴욕 위에서 더욱 달콤해지는 것 같았다. P380

나보다 키가 이십 센티미터는 작은 유리의 경고를 심각하게 듣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나처럼 키가 큰 남자들은 방심이 생활화돼 있다. 어떤 나쁜 일도 자기에게는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일은 여자나 힘이 약한 남자들에게나 일어난다고 믿는다. 실제로는 팔굽혀펴기 열 번도 제대로 못 하는 주제에 말이다. 그들은 열등감에 사로잡힌 약한 존재들의 집요함을 자주 간과하기 때문에 끝내 낭패를 당한다.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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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는 유디트에게서 민족주의와 영웅주의를 거세하고 세기말적 관능만을 남겨두었다. P16

토요일 오후에 시계를 들여다보는 일도 없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림 보는 일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나는 주시한다. 그들은 갈 데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만날 사람도 만나야 할 사람도 없다. 그리고 그들이 오랫동안 발길을 멈추게 되는 그림은 은연중에 그들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준다 p10

여행안내책자들은 복잡한 사실들을 간단하고 명쾌하게 축약해놓는다. 한 도시에는 수십만 개의 인생이 있고 수백 년의 역사가 있고, 인생과 역사가 교직하면서 만들어온 흔적이 있다. 그 모든 것을 여행안내책자들은 단 몇 줄로 줄여버린다 p8

여행을 떠난 후에도 여행책자를 읽는 사람은 지루한 사람일 것이다. 나는 여행을 떠난 후에는 소설을 읽는다. 대신 이 도시에서는 소설을 읽지 않는다. 소설은 삶의 잉여에 적합한 양식이다.p8

이런 게 인생일까. K는 생각한다. 어차피 패는 처음에 정해지는 것이다. 내 인생의 패는 아마도 세 끗쯤 되는 별볼일없는 것이었으리라. 세 끗이 광땡을 이길 가능성은 애당초 없다. 억세게 운이 좋아서 적당히 좋은 패를 가진 자들이 허세에 놀라 죽어주거나 아니면 두 끗이나 한 끗짜리만 있는 판에 끼게 되거나. 그 둘 중의 하나뿐이다. P22

사람들은 누구나 봄을 두려워한다. 겨울에는 우울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봄은 우울을 더이상 감출 수 없게 만든다. 자신만이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겨울에는 누구나가 갇혀 있지만 봄에는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자들만이 갇혀 있는다. P43

그러나 비디오카메라는 블랙홀처럼 궁전을 삼키고 궁전 앞 연못을 빨아들인다. 그들 기억 속의 벨베데르는 흐릿하고 푸른 기 감도는 사각의 영상으로 수렴된다. 그들은 기억의 불멸을 꾀하느라 생생한 현재를 희생한다. 처량하지만 인간의 숙명이다.p51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 P107

비엔나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많은 곳이 이곳을 통해 다른 곳으로 삼투된다. 종교개혁, 표현주의, 나치즘과 같은 이념들이 이 도시를 통해 세상으로 번져나갔다. 지금은 이 도시를 흔히 동유럽과 서유럽을 잇는 관문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 도시에서 비자를 받아 체코나 헝가리 등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히틀러는 한때 이 도시에서 화가가 되려고 했다고 한다. "운명이 나를 총통으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나는 미켈란젤로가 되었을 것이다." 히틀러는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반면에 모차르트는 이 도시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히틀러는 파시즘과 대중심리 분야에서 천재가 되었고 모차르트는 작곡과 연주로 이름을 높였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대중을 미혹하는 데 천부적 재질을 타고났다는 점이었을 게다. 하기야 그 시대는 무엇으로든 사람의 마음을 울리기 쉬운 때였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가 절절할 수었던 것이 유태인 대학살이라는 배경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는 그런 일이 도통 가능하지 않다. 이제 죽음은 TV로 생중계되는 일종의 포르노그래피가 되어 있다. 과거엔 풍문으로 전해지던 학살이 이제는 상세하고 신속하게 위성을 통해 중계된다. P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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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생각을 많이 하게되는 책이었다 . 중요하지만 간과했는 줄도 몰랐던 같은 사건 다른관점들. 끊임없이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게 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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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동시에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한국 정부는 낙태를 음성적으로 권장하던 시기에도, 낙태금지를 실질적으로 고려하는 시기에도 계속해서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관리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의사결정 과정에서 당사자인여성은 항상 배제되었습니다. 이 예민하고도 복잡한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여성이왜 낙태를 선택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고 그 고통스러운 당사자의 목소리에 차분히 귀를 기울이는 것이 시작일 것입니다.

이런 연구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몸에 새겨진사회적 경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말해주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생애 초기의 경험일수록 그렇습니다. 어머니의 배 속에 있는 태아나 막 태어난 아이가 굶주리는 것은 같은 기간 성인이 굶주리는 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일 테니까요.
우리가 인간의 몸과 질병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그런 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공동체에서 특정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속에서 희로애락의 다양한 경험을 하지요. 그 경험들은 태아기의 굶주림처럼 우리가 인지하고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몸에 새겨져, 때로는 당뇨병의 원인이 때로는 우울증의 원인이 되어 우리 삶에 끊임없이 영향을 줍니다. 그렇게 오래전 사회가 남긴 상처가 인간의 몸속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이 연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위험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금연에실패할 경우, 그 원인은 개인의 금연 의지 부족일까요, 아니면 금연 의지를 좌절시키는 위험한 작업환경일까요? 물론 둘 다 중요한 원인이고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전자는 개인의 역할이고 후자는 작업장과 회사와 국가의 책임이지요. 한국사회는 전자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지질문해봅니다.

이런 결과는 경제위기를 겪을 때 국가가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보다 구체적으로는 ‘효율‘이라는 이름하에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이행을 요구하는 IMF의 권고사항을 국가가 얼마나따랐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결핵 사망률이 달라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데이비드 스터클러 교수는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공공의료 시스템과 사회안전망에 투자하는 비용이 감소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스템에 들어가는 돈을 줄이지 않고서는 IMF가 요구하는 경제적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을알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스터클러 교수는 이후 출판된 다른 논문에서 이러한 내용을 보다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 이유로, 의료 인력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노동시장을 보호하는 것과 같은 사회안전망이 축소되고, 빈곤층이 늘어나고, 질병 감시체계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줄어드는 것 등이 언급됩니다.

건강은 공동체의 책임이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갑니다.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병리적인 변화는 항상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적 요소가 함께 상호작용하며 나타나고 진행됩니다. 공동체와 완전히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개인은 존재할 수 없기에,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수 없습니다.
우리가 인간을 개개인으로만 바라볼 때 그런 사실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지난 100년간거대한 혁신을 이뤄낸 현대 의학으로도 알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병원에 찾아오는 개개인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병원의 임상진료 과정에서는 환자 개개인의 몸에 새겨진 사회구조적 원인을, 현상너머에서 작동하는 정치·경제적 구조와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지역에서 금연하지 못하는 건설노동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 시골 지역에서 AIDS로 사망한 여성도, 동유럽의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하던 나라에서 결핵에 걸린 어린이도, 개개인만을 바라본다면 특정 질환을 가진 환자일 뿐이니까요.
그러나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면 이들을 아프게 했던 ‘원인의 원인이 보입니다. 그 원인은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위험한 작업장을 방치했던 일터가 금연율을 낮췄고, HIV 치료약 공급을 전적으로 민간보험에 맡겨둔 지역사회가 AIDS 사망률을 높였고, 경제위기 속에서 공공보건의료영역의 투자를 줄이기로 한 국가의 결정이 결핵 사망률을 증가시켰습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진행되는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 어떤 것이 보다 합리적인 것인가에 대한, 결론에 도달하는과정이 정당했는가에 대한 논의가 실종된 사회에서, 앞서 이야기한 과학적 합리성의 세 가 지 요소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집니다.

우리 모두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내가 해고를 당했을 때, 한국사회가 나를 돌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요. 그래서 그 위기를 대비하고자 각자 준비를 하기도 합니다.

한국사회에는 그동안 여러 참사가 있었습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999년 씨랜드 화재 참사,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참사까지요. 저는 세월호 생존 학생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 전, 한국에서 발생했던 여러 참사들에서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기록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놀라울 만큼 기록이라 할 만한 게 없었어요. 간혹 발견되는 신문기사 말고는 그 참사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이 감당해야 했던 시간에대해 알 길이 없었습니다.
아픔이 기록되지 않았으니 대책이 있을 리도 없었겠지요. 그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던 국가는그 아픔을 개개인에게 넘긴 채, 계속 정권이 바뀌며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억되지 않은 참사는 반복되기 마련입니 다. 세월호 참사까지 기록 없이 이렇게 지나간 사건으로 남겨둘 수는 없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이 참사의 연쇄 고리를 끊었던 사건으로 기억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준비를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80년대 민주화운동에 그토록 적극적이었던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 절반만, 아니 그 반의반만이라도 그때 열정의 10퍼센트를 가지고,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소득과 시간의 10퍼센트를 소외된 약자를 위해 쓰고 있다면, 사회가 지금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에요.

그리고 아름다운 사회는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예민한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그래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자존을 지킬 수없을 때 그 좌절에 함께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점점 그런 인간을 시대에 뒤떨어진 천연기념물처럼 만들고, 타인의 고통 위에 자신의 꿈을 펼치기를 권장하고경쟁이 모든 사회구성의 기본 논리라고 주장하는 사회가 되어가는 게 저는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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