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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미드 'CSI'에서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에피소드는 미니어처 살인범에 대한 에피소드였다.
살인범이 미리 자신이 저지를 살인 수법과, 그 살인을 행할 장소를 미니어처로 제작한 후 경찰에게 보낸다는 소재는 당시의 나에게는 엄청나게 신선한(?) 소재로 다가왔었기 때문이었다.
[미니어처리스트]에서의 넬라는 몰락한 명문가의 자제이고, 돈에 의해 부유한 상인에게 시집온 여인이다.
어머니에게 여자로서의 삶을 배우며
'여자는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남편을 모시며 사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야'라는 말을 지겹도록 들어온 넬라는
앞으로 자신이 남편을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 같은 기대감을 품고 남편의 집 문을 두드리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용인들과 가족들의 냉담한 반응뿐이다.
늘 바깥일로 바쁜 남편 요하네스는 넬라에게 별 관심이 없고, 어쩌다 집에 와도 서재에서만 머물 뿐이다.
시누이 마린은 늘 집에서 넬라를 지켜보며 시시콜콜 가르치려 들고,
하녀인 코르넬리아는 넬라에게 마음을 주기는커녕 눈치만 볼 뿐이다.
그 집의 유일한 흑인 하인이던 오토는 그녀를 피해 다니기에 바쁘다.
집 전체가 어떠한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한 음침한 기운을 띄고 있는데다
새로운 가족마저 자신을 관찰하듯이 바라보며 절대로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 상황에
극한까지 움츠려든 이 때, 남편 요하네스가 저택을 그대로 빼다 닮은 미니어처 집을 사오고,
이 집을 꾸미기 위해 미니어처리스트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이 집안에 이상한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라는 탈을 쓴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인종차별, 동성애에 대한 극심한 반감 및 동성애 행위 발견 시 이루어지는 (도를 넘어서는)처벌,
여성들의 사회활동 억압 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시대 속에서
자신과 미니어처리스트가 보내오는 미니어처들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남편의 성적 지향성, 독신주의를 지향하며 항상 자신에게 딱딱하게 굴던 시누이 마린이 숨기고 있던 비밀 등-을 겪으며
점차 그 가문의 실질적인 가장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다보면 모두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용은 재미있었고, 여러 가지 제약과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변화 속에서 주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