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
카린 랑베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최근 워마드라거나 메갈리아 등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를 표방하는 커뮤니티의 영향인지

여성들이 독신을 당당하게 선언하는 분위기가 어느정도 조성되는 느낌이다.


이에 처음 [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을 보았을 때

이 책 역시 여러 사정이 있는 등장인물들이 문제상황에서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주고,

모든 갈등 상황이 끝난 후에는 남자 없이도 독신인생을 즐기게 되는 내용으로 전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전개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결혼 전에는 아버지와 오빠에게, 결혼 후에는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다 양육권까지 빼앗긴 주세피나

남편과는 도저히 남편이 원하는 가정을 꾸릴 수 없었던 로잘리

아이까지 낳을 정도로 좋아했던 남자에게 버림받은 경험이 있던 시몬

이 세 명이 한때는 모든 남자에게 찬사받았으나 지금은 은둔하고 있는 전직 발레리나, 속칭 '여왕'이라 불리는

여인의 집에 머물며 고양이 장 피에르 외의 모든 남자는 가까이 하지 않던 와중

자식을 인형쯤으로 여기는 부모 밑에서 태어나 단 한번도 사랑받지 못한, 그렇기에 지금도 사랑을 하고 싶어하는

여자 줄리엣이 (어떠한 규칙도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여왕의 집에 들어온 이후 갈등이 발생,

그러나 소설이 끝날 무렵에는 갑작스레 화해를 하더니 여왕의 사망 이후 태세를 전환하여 남자들을 기존에는 금남의 구역이었던

자신들의 주택에 들인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로 불편했었다.

하나는 소설에서의 교훈이 마치 '여자들은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남자라는 배터리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장난감 같은 존재'

인 것만 같은 느낌 때문이었고,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관계 때문이었다.


줄리엣이 주는 자극에 너는 젊지만 곧 뚱뚱해질 거라는 등 폭언을 하는 주세피나라거나

행복에 대해 얘기하는 여인들에게 언젠가는 후회하게 될 거라고, 언니들이 더 늙고 나면 난로 앞에서 잡을 손 하나 없을 거다,

비꼬는 줄리엣 등 남자들이 그동안 여성들을 깎아내리기 위해 주로 사용하던 프레임 중 하나인 '여자의 적 = 여자' 공식이 거리낌없이 사용되는 것은 둘째치고, 소설 후반부에서 등장인물들은 서로 우정을 나누게 되지만 그 우정이 각자에게 영향을 미친다거나

우정을 통해서 과거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 앞으로 나아가려고 시도하는 모습이 소설 속에서는 조금도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재 자체는 참신했다.

그러나 작가가 뭘 이야기 하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는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