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과 필사하기 세트 - 전2권 (쓰고 읽는 필사본 + 시집) - 선시집 - 목마와 숙녀 시인의 필사 향연
박인환 지음 / 스타북스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었으나

그가 사용한, 특유의 현대적 언어들과 감성들로 인해 댄디보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동시에 친구였던 서정주에게는 깊이가 없다고 비난받으며 세간에서는

시 치고는 지나치게 통속적이라며 혹평을 받아온 사람, 박인환.

그러한 평가에도 계속 김소월, 윤동주 등과 더불어 박인환의 시가 읽히는 이유는

아마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이건 내 얘기다’라며 공감을 자아내는 감성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문학은 사람들에게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시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정감을 불러일으키며

시를 필사한다는 것은 그 시 자체의 분위기를 자신의 것으로 습득하는 걸 가능하게 한다.

그렇기에 시와 같은 문구들을 필사하는 작업들이 차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리라.

[박인환과 필사하기]를 필사하다 느껴진 것은 하나였다.

사용된 언어들은 모두 가볍다, 라고 평가될 만큼 일상적이고 현대적인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었으나 그 속에 담겨진 것들은 결코 경박하지도,

모더니즘에 빠져 자기합리화에만 빠져있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 사람의 가족’이나 ‘무도회’ 등을 보면 일제시대와 6.25 내에서

경험한, 전장의 참혹함이나 그 곳에서 죽어간 친구들에 대한 비장함 그리고

그 상황에서 가족을 지켜야 하는 가장으로의 책임감 등이 단어들 사이에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은밀하게 숨겨져 있었다.

시는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의미를 가진다.

산문집이나 소설과 달리 그 길이가 짧기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다른 문학들보다 농축해서 보여주며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더 확실히

그 뜻을 관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 [외딴방]에서는 나온다.

무언가를 쓸 수 있는 실마리를 잡고 동시에 그 사람의 감정을 오롯이 자기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는 틈틈이 다른 소설들을 자신의 노트에 베껴 쓰고는 했었다,

라고.

그리고 그 경험들은 자신에게 있어 소설을 쓸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노라고.

리얼리즘이라거나 모더니즘 같은 특유의 감성들로 지금까지 자세한 배경지식이 없이도

여러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박인환의 서적들을 필사하다 보면 지배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난 전쟁으로 인해 혼돈이 한반도 전체를 지배하던 시대,

사람들이 겪었던 불안감과 좌절 그리고 그 시대 속에서도 싹텄던 다른 감정들에 대해

이전보다는 조금 더 명확하게 알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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