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소설가다. 아니. 정정하자.당신은 등단을 통해소설가란 이름만을 허락받았을 뿐.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소설가임을 자랑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소설가라는 족속들과 가장 연이 깊은 누군가와 피가 이어져 있기에 글에 파묻혀 지내다시피 한 입장임에도, 내놓은 글이 하나같이 주목받지 못했으니까. 그런 당신에게 '누군가가 거절한 프로젝트의땜빵 역할을 맡아달라'는 연락이 온다면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쓰는 여자, 작희]에 나온 주인공이 정확히 이런 입장이다. 등단 이후로 단 한번도 주목받지 못한 작가이자-자신이 그 상황을 원하지 않을 때조차도-별다른 노력 없이도 자신이 원했던 영광과 애정을 독차지한, 한 때는 가장 친했던 친구를마주해야만 하는 환경에 일종의 열등감을 품고 있는 누군가. 그 주인공이 변해가기 시작했다.자신과 다르게 '귀신'이라는 명확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일을 못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의 작업이라도성공하길 바라며 고용한 퇴마사에게 돈을 지불하기 위해원하지 않던 땜빵 일을 맡게 되면서.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어떠한 특징을 타고 났다는 이유 하나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금지된 누군가가, 자신이 쓴 글을 다른 사람에게모조리 다 빼앗겨야만 했던 누군가가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일어난 변화였다. 글을 빼앗긴 사람은 누구이며,왜 그 사람은 '그 글은 내가 쓴 글이다'란 사실을 밝히지 못했을까.고용된 퇴마사는 과연 귀신을 퇴마하는 것에 성공했을까. 모든 일이 끝난 뒤, 주인공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그 모든 것을 궁금해하며 읽게 만든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