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 탐서주의자 표정훈, 그림 속 책을 탐하다
표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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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관련된 책들을 볼 때마다 궁금해진 것이 있다.

한 남성이 종이와 책으로 구성된 길 앞에 선 채
손에 든 종이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그림을 봤을 때는
'저 종이에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길래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란 의문이 들었고
한 노인이 사다리 위에 서서
책을 읽고 있는 그림을 보았을 때는
'저 남자는 무엇을 읽느라 사다리에서
내려오는 것조차 잊어버린 것일까'란 생각을 했다.

몇몇 사람들이 종이 뭉치를 든,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이야기 하고 있는
남자 앞에 앉아있는 그림을 보았을 때는
'저 남자가 이야기 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 했으며
한 남자가 책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그림을 보았을 때는
'책에서 어떤 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길래
저렇게 귀를 바싹 대고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
한 여인이 공중에 살짝 떠오른 의자에 앉아
-의자와 같이 공중에 떠오른 찻잔과 차주전자와
함께-책을 읽고 있는 그림을 보았을 때는
'어떤 책이 그녀를 떠오르게 했을까'란
호기심을 가졌다.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에서는
책이 함께 그려져 있는 그림들에
자기 나름대로의 이야기들을 부여했다.

'호메로스 읽기'는
축제에서 열린 공연 무대에 올라간
사람들 중 일부가 열기를 식힐 겸
호메로스의 신작을 낭독하는 사람 앞에 앉아
그 사람의 말을 듣는 장면을 그린 것이라는
이야기가 되었다.

'하녀'는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게 된 시기에 출판된,
동아시아를 그들의 시선에서 분석한 책을
일하는 틈틈이 보고 있는 장면을 그린 것이란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293호 열차 C칸'은
한 회사에 우유를 납품하던 여인이
당분간은 그녀의 우유를 납품받기 어렵겠다는
통보를 받고 돌아오는 길.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책을 읽는 장면을
그린 것이라는 이야기가 되었으며

'마담 드 퐁파두르의 초상'은
더 이상 연극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세간에 널리 펼치지 못하게 된 한 여인이
자신이 배역을 맡았던 극과 관계된 책을 보며
추억을 되새김질 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라
표현되었다.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은
그림이 글이 되고, 글이 목소리로 변해서
소리와 홀로그램이 합쳐져 있는 형태의
전시관에 들어간 것 같은.
그래서 유난히 잠이 안 오는 날에
무언가를 마시면서 보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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