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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의 사생활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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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그림책작가들과 나눈 인터뷰를 모아놓은 책에서,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데 한 작가가 자신은 한국이란 나라를 알고 있으며

이 책 『식물들의 사생활』을 감명깊게 읽었고, 그 후로 자기 친구들에게도 권한다는 내용이 있어 메모했다가 읽은 책이다

처음들어보는 이름의 소설가였고(그런 소설가가 한둘이겠냐만)

제목도 조금 낯설긴 한데.. 내용 전개도 나에게는 낯설었다

소설 속 각 인물들은 스토리를 끌고나가야 하기 때문에 '보통의' 혹은 '평범한'캐릭터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여행의 이유』에서도 김영하가 이야기했었다. 소설속 등장인물은 다 특징이 있어야 한다고, '평범한 회사원'은 없다고..근데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다 특별해. 너무 특징있어. 그렇기에 한명한명 다 그런 특징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배경이 소설속에 드러나야 하기 때문에.. 재미는 있지만 읽어가는데 체력이 좀 필요하다고 해야하나, 좀 힘들더라고.

p.63

모든 생각이 나로부터 비롯하고, 나를 중심으로 돌고, 나에게서 멈췄다. 내가 태초였다. 내가 있기 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의 사랑이 있기 전에는 어떤 사랑도 없었고, 또 없어야 했다. 나의 사랑이 있기 전에는 어떤 사랑도 실체가 아니었다. 실체가 아니므로 인정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p.122

삶이란 생각처럼 엄숙하지도 않고 기대처럼 정연한 것도 아니라고, 맑았다가 흐리고, 비가 오다 해가 뜨는 거라고, 그런게 삶이라고 속삭여주고 싶었다.

밖으로 나돌아다녔던 '나'

군대에 징집되었고, 거기서 다리를 잃었고....그렇게 된 형

이유를 모르고 헤어진 형의 여친

형과 여친을 훼방한 여친의 형부

평생의 사랑을 묻고 사는 엄마

엄마의 사랑이었던 그

그럼 엄마를 사랑하는 아빠

그들 모두가 흠모했던 나무, 야자수 나무..

이 모든 인물과 캐릭터들을 품고 있는 이 책 『식물들의 사생활』

나무에 대한 동경이랄까 나무에 대한 너무 특별하고 지나친 관심들이 묘사될때면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 책이 『채식주의자』보다 한참 먼저 쓰여진 책이긴 하지만.

무엇을 느끼고 어떤 류의 감동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유럽의 그 그림책작가는 어떤 연유로 이 책을 감명깊게 읽었는지 모르겠고-

(이 책엔 동양적이거나 한국적인..그런 색깔이 거의 없다. 내가 동양인이고 한국인이어서 못느끼는건지 몰라도)

이런 사랑, 이런 삶, 이런 죽음을 상상할 수 있고 이야기로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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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녀 - 전혜린, 그리고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호
김용언 지음 / 반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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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에게 전혜린은 전혜린이다

이 말을 나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너무 특별하고 너무 소중하다

습작의 경험도 없이 마흔에 등단하여 일흔넘은 나이에도 연애소설을 썼던 박완서

존재자체가 센세이션이었던 나혜석

인생이 거대한 메세지였던 전혜린

내 인생의 여자라고 한다면 이 세 분을 꼽겠다

그 중 전혜린은 정말 특별했다

지금도 어려운 일인데 그 시절의 독일유학생이라는 동경도 있고

허세에 머물렀던 것이 아니라 그녀가 남겼던 번역서들과 글들, 이력들.

정말 굵게 살았던 짧은 인생이 정말 불꽃같아 특별하고 또 특별했다

전혜린의 에세이는 다 읽었지만 이 책을 읽게된 계기는

어쩌다가 보게 된 이석원님의 한 포스팅 때문이었는데

가뜩이나 나에게 특별한 분에 대한 이야기를 또 특별한 분의 블로그에서 보다니!

망설임없이 잡아 들고 읽었다

잘 모르겠다

저자가 이 책을 왜 썼는지.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 소재로 할 것을 찾다가 전혜린을 소재로 삼은건가 싶기도 하고

수많은 참고문헌을 갖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내가 주제파악을 잘 못했나 싶기도 하다

초반부엔 전혜린의 아버지부터 까기 시작해서

중반부엔 전혜린은 창작하지 못했고, 독일유학생이라는 메리트(?)를 벗고 한국에 들어와 평범해진 삶에 적응을 못한 것 같다거나 "블란서 시집을 읽는 고운손"이라고 비꼬는 말도 등장했고..

그러다가 마지막엔 문학소녀. 나도 당신도 전혜린이었다. 라고 하며 마무리하는데..

여류작가들의 태생적인 불리함들을 언급하는 것도 같지만 전혜린 개인을 까는 것 같기도 하고..

인용문들 중엔 난 그렇게 읽지 않았는데 이 사람은 이렇게 읽었네 싶어 안타깝고 발끈해지는 부분도 있었고,

그렇다고 이거 좀 이상해라고 하기엔 추천사 쓰신 분들이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최근 <빈센트, 나의 빈센트>를 출간하신 정여울이라서.. 아 놔 잘 모르겠네.

내가 너무 곡해해서 읽었나 싶어 다시 읽을까 싶기도 했지만

이거 다시 읽을 시간에 전혜린의 수필을 한번 더 읽는게 낫겠단 생각이 든다

그 시절에는 여러 방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삶을 살았던 사람이기에.. 죽어서도...

라고 이해하련다

나에게 전혜린이 어떤 전혜린인데..

-

엄마는 내게

"널 낳고 지금이 너한테 제일 고마워. 니가 좋은 책들 추천해줘서 읽으니 내 감성이 깨어나고 있어 너무 좋아"

라고 얼마전에 말씀하셨다

내가 책을 읽게 된데는 늘 책읽고 있던 엄마도 한몫었는데..

엄마도 전혜린을 알고 있었다

대단했다며, 엄청 똑똑하고 특이했다고

다들 전혜린 하면 독일, 슈바빙이었다고

그러면서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를 구입한 나보다 먼저 읽으시더니

내 집에 있던 전혜린의 에세이집을 다 갖고갔다

<세여자>, <산둥수용소>, <압록강은 흐른다>, <그리고 아무말도 없었다>를 순서대로 읽으니

비슷하게 겹치는 시대를 살았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또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는것 같다며..

오-

나도 그 순서대로 다시 읽어볼까

어후.. 아서라 아서

사놓고 못읽은 책부터 좀.....

그 전에 읽어놓고 못쓴 독후감부터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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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미스터 최 - 사노 요코가 한국의 벗에게 보낸 40년간의 편지
사노 요코.최정호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 남해의봄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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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믿고 읽는 요코할머니의 책

40년간 우정을 지속한 한국인 "미스터 최"와의 편지를 엮은 서간집

편지도 이런 글일수 있는거야?

너무너무 대단한거 아니야?

아니 아주 젊었던 날부터 이렇게 지혜롭고 은혜로운 글을 쓸 수 있는거야?

아... 멋지다는 말밖에 나는 할 수가 없다

부러운 마음, 그리고 감사한 마음

경이롭다.

나이와 성별, 국적, 문화를 초월하는 우정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것을 이렇게 기록으로 엿보듯 하지만 제대로 볼 수 있어서 너무 감격스럽다.

사노요코는 1938년생

최정호님은 1933년생

사노요코는 2010년에 작고하셨고 최정호님은 생존해계시다

1960년대 독일 유학시절에 만났던 인연이 40년넘게(마지막 편지를 받은 것이 2005년이라고 한다) 지속되었고,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나지만 사노요코의 다른 에세이집에서(아마도 <사는게 뭐라고>인것 같다)출연한 적이 있는 한국인 친구가 아마도 미스터최인것 같은데 36년간의 일제강점기 시절을 아주 날서게 얘기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을 에세이에 쓴 것이 기억난다.

참으로 애정하는 출판사 "남해의봄날"에서 나온 책이고

나는 동네책방에디션으로 강화의 "책방시점"에 가서 구입했는데..

사실 표지에디션은 그냥 대형서점 것도 예쁘다..^^

p.22

1967.베를린

친애하는, 외설스런 벗이여

p.23

1967.5.15

친애하는, 절교한 벗이여

...그 편지를, 당신의 섹스로 쓰세요.

(중략)

당신 섹스를 날실로 하고,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당신 안에 쌓인 '조선'과 '한국', 그리고 미운 '일본', 당신을 실망시킨 '유럽'을 씨실로 해서, 극히 '외설스럽고, '잔혹'한 지옥도처럼 아름답고 무서운 문명 비평을 쓰면 어떨까요?

이렇게 부르는 말들, 그리고 격이없이 나누는 얘기들. 와 너무 부러워. 세월의 흐름을 나도, 방문자분들도 느끼시라고 연도를 적어두었다.

부르는 말이 인상적인 경우에는 부르는 말만 저렇게 써놓기도 했다

책의 모든 부분을 쓰고 외우고 찍어두고 계속보고 하고 싶을 정도로... 이런 말은 말해서 뭐하나 싶고(너무 당연하기에)

거르고 걸러서 적어둔게 이정도라는 것.. 200페이지가 안되는 작은 책인데..

p.39

저는 남쪽으로 갈수록 행복한 것 같아서 나중에 남쪽으로 내려가서 장화 끝에 매달려보려고 합니다.

p.45

1967. 심미안을 자랑하시는

친애하는 최정호씨

저는 아버지에게 화가 났어요. 그럴 때(임종가까운 때)는 더 현실적인 말, 예를 들면 "너희들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마당을 파면 돈이 든 금고가 있다"든가, "돈 많은 남자를 찾아 재혼하라"든가, 좀 더 도움이 될말을 해야 하는데 학자인 척을 하시니까요. 진리로는 먹고 살 수 없어요. 결국에는 경사스러운 정월1일에 돌아가시는 바람에 저는 아주 정나미가 떨어졌습니다.

p.57

1971.8.21

이것도 저것도 손에 넣으신 데다 하와이 생활까지 얻으신, 친애하는 최정호 님

제가 가장 큰 행복을 느꼈던 때는 밀라노에 도착한 첫날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행복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밝고 와글거리던 전철역에서 저는 마치 '바다 속에서 오줌'을 눈 것처럼 해방감을 느꼈어요

나 진짜 바다에서 오줌눠본적있는데... ㅋㅋ정말 나도 해방감느꼈다. 어떻게 그 느낌을 이렇게 표현할 수가 있지.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을 아무렇지 않게 글에 녹여내는게 작가의 능력인듯.

p.61

1971.8.31

아무런 형용사도 없이,

그냥 최정호님

p.65

1971.10.18

출산때는........섹스에 복수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만 당하는 것은 불공평하잖아요.

(중략)

돌이 지나니 벌써 여자아이들이 몰려들었습니다.....그래서 그는 여자들을 헤치면서 걸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슈퍼마켓에서 못생긴 아이 하나가 저를 향해 걸어오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우리 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 객관적으로 사물을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정말...내새끼가 군계일학인줄 알았는데 결국 오합지졸이었다는걸..알게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음...아 웃프...

p.79

1977.11

그런데 미스터 최, 당신은 왜 그토록 운이 좋으세요?

훌륭한 직함이 적혀있는 미스터최의 명함을 보면 그게 직함이 아니라 훌륭한 운이 나란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행운을 얻기 위한 노력과 실력을 생각하라고 말씀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그런 논리를 믿지 않아요. 행운이란 그런게 아니거든요. 행운도 불운도 살아있는 생물이라 각자 필사적으로 살려고 해요. 행운도 불운도 우리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고 해요. 행운은 못생기고 마음이 여리고 눈물이 많고 여기저기 아프고............. 같은 사람에겐 붙지 않아요.

행운은 위험한 짓을 안하고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아 세계 각지에도 여자가 있고..........거대한 OO를 가지고 있는 남자에게 붙어요. 미스터 최의 남은 인생은 그 행운을 모으기만 하면 돼요. 불운은 부끄러워서 미스터 최 앞에 나타나지도 못할 거예요........제 운에 관해서 말하면, 행운도 불운도 저를 몰랐으면 좋겠어요. 불운이 찾아와도 저는 집에 없을 거예요.

p.81

고속도로는 빌딩과 빌딩 사이에 스파게티처럼 뻗어있어요.

p.83

그림처럼 아름다운 베니스가 아니라 그림과 똑같은 베니스를 보고 저는 몹시 화가 났어요.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보고 실물을 보러 갔는데 전혀 아름답지 않더라는게 철칙이잖아요. 인생은 그런식으로 기대에 어긋나야 해요. 그림 그대로의 풍경이나 기대한 대로 되는 삶은 우습지 않아요?

p.84

1978.11.5

미스터 최가 마흔일 때 저는 미스터 최를 어른으로 존경하고 있었지만 제가 마흔이 되어보니까 그 때 미스터 최도 그다지 어른이 아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도 곧 마흔인데..뭐 대단치 않더라고. 박완서님이 마흔에 등단하셨다고 하는데..이제와 생각해보면 마흔도 어린나이같고..내가 철이 안들어서 그런것일수도!

p.87

1979.5.12

저에게는 미스터최와의 만남만이 드라마틱해요.

제 일상생활이 미스터 최와 연관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

늙어가는 미스터 최의 육체에 여전히 싱싱한 미스터 최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고소해요.

미스터 최의 기쁨과 고뇌는 그 육체와 정신의 불균형에서 오는 거겠지요. 그 불균형이 거대한 우주 같아서 저는 미스터최가 무척 좋습니다.

p.91

1981.1.12 (최정호의 편지)

제가 좀 젊었더라면.

살인마들이 굼실거리는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이런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할 수도 있었을텐데.....

하지만 저는, 그래도 제 고향과 고향 사람들을 싫어하지 못해요.

p.92

1981.1.19

저는 믿어요. 사람은 결코-다시 태어나도-다른 삶을 살지 않아요.

흔히 같은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같은 실수밖에 하지 않아요.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것만 되풀이하는 거예요.

같은 성공도 되풀이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실수는 하지 않아요.

....

'행복'은 상황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행복'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찾아와요.

그리고 '행복'은 자각이 없는 사람에게만 찾아오고 사물을 깊이 추구하려는 사람에게 찾아오지 않아요.

'행복'이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에게 찾아온다고 했는데, 자각이 없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는건..무슨 뜻일까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게 자각 아닌가. 근데 자각이 없는 사람에게 온다는게... ?

미스터 최,

당신에게는 결코 '행복'이 찾아오지 않을거예요.

몇 번 태어나도 고뇌하는 영혼이 될 거예요.

(중략)

미스터 최,

일본 사람은 아무도 조국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런 마음이 전혀 없어도 일본인이라고 하니, 이상한 사람들이지요? 일본에서는 '국가'에 반항하는게 항상 유행하고 있어요.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킵니다. 그것이 유행이기 때문이에요.

....

저는 당신에게서 당신의 나라 사랑을 느낄 대 심장이 움츠러들 만큼 두렵습니다.

...

제가 예술가 나부랭이라면 엉뚱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요. 예술가는 정신이 약간 돌아도 용서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지금은 한국에서도 유행처럼 사람들이 국가에 반항하고 있는데..집단도 개인도..

이런거보면 정말 사람들의 사고도 경제 정치의 발전에 따라 비슷한 패턴으로 진화? 발전? 변화?되어가는것 같기도 하다.

p.97

1981.1.21

제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살아왔다는 것도 착각이었던것 같습니다.

우리는 각자 환상을 가졌을 뿐이에요.

그리고 그 환상의 극단이 바로 연애임이 틀림없습니다.

공통의 환상을 서로가 가짐으로써 연애가 성립되고 환상을 서로 사랑하게 되는거예요.

환상을 현실로 착각해서 사랑에 빠졌던 젊은 날이 그리웠습니다.

....

그런데 미스터 최, 저는 전혀 환상없이 사람을 사랑한 적이 있어요. 그것은 미스터 최에 대한 사랑이에요. 저는 아예 공통의 환상을 가지려고 하지 않았어요.

읽으면서 몇번이나 생각해보았다. 나에게도 이런 상대가 있는지. 혹은 있었는지..아직까지는 찾지 못했다. 있었는데 기억을 못하는건지. 처음부터 없었는지.

환상없이 사람을 사랑하고 공통의 환상도 가지려고 한 적이 없는...

그런 류의 감정이 있을까? 그런 감정이 존재하는거니까 느낀거겠지? 아니면 두 분이 환상이 없는 관계를 이루다보니 환상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만들어진건가. 형용할 수 없는 감정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관계란 무엇일까. 두분 사이에 있었을 우주적인 것들을 겨우 '우정'이라는 단어로 수렴했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 이어질 수 있는 감정, 교감, 대화..그 모든 것들에 대한 경이로움을 순간순간 느꼈다.

p.99

1981.2.1 본에서(최정호의 편지)

저는 '국가'에 반항하는게 일본의 '유행'이라고 말하는 요코씨가 부러워 죽겠습니다

....

저는 우리 애들이 어른이 될 무렵에는 한국도 '국가'에 반항하는게 '유행'하는 나라로 '발전'하면 좋겠어요.

p.102

1981.2.10

신은, 세계에 불공평을 창조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

이봐요, 미스터 최. 독일에 있을 때 저는 깨달았어요. 왜 독일이 철학자를 많이 배출하는지를. 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그 문제를 생각한거에요.

이탈리아 사람을 보세요. 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지 않고도 잘 알고 있어요.

이탈리아 사람은 유부녀와 간통한 다음에 서둘러 바지를 입고 교회에 달려가서 "하느님, 미안해요."하며 참회하고 밝은 표정으로 교회를 나와요. 그리고 또 바지를 벗으러 가는거에요. 신을 그런 식으로 쓰는 게 산다는 일이에요.

신은 세계가 불완전하면 할수록 균형잡힌 완전한 우주가 완성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거에요. 미스터 최, 당신이 그 우수한 감성과 지성으로 행복론을 완성하면 당신은 더 고민하게 될거에요. 신에 대한 통찰은 은혜롭기까지...

-

....서양 사람의 정신에는 절대로 다가가지 마세요. 서양인의 합리 정신을 받아들이지 마세요. '예스'와 '노'를 명확히 해서는 안됩니다. 명확히 하면 답이 하나밖에 없어요. 답은 예스와 노 사이에 끝없이 존재한다는 게 동양인의 사고방식이에요. 그이의 철학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

그런데 동양인은 처음부터 예스도 노도 없으니 잘라버리지 않아요. 그것은 문어발처럼 태연하게 다시 돋아나요.

메이지시대 이후 일본사람들은 문어발처럼 돋아나오는 것과 사물을 잘라 버리는 합리성 사이에서 고민했던것 같아요.

그리고 그 결과, 일본 사람들은 정신분열증이 생겼습니다.

일본국이 바로 정신분열증 그 자체입니다. 개인이 정신분열증이라 국가도 당연히 정신분열증입니다.

미스터 최, 한국은 정신분열증이 되어선 안 돼요.

아무리 유럽 문화를 깊이 아셔도 미스터 최는 불가사의한 미소를 잃지 마세요.

p.109

1981.2.14

그 사랑스럽던 제 아들은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주 짧은 밀월이었어요.........밀월을 더 연장하고 싶어서 그러는거에요.

......아들이 있는 여자가 아들보다 남편을 사랑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거에요.

아들과 남편이 강에 빠지면 여자가 누구를 먼저 구할지 뻔합니다. 남편은 그의 어머니가 구해줄 때까지 떠내려갈 수밖에 없어요.

그런 아내와 아이를 위해 땀을 흘리며 일하는게 남자의 숙명입니다. 열심히 일하세요. 아들가진 엄마로서 깊은 공감!^^

-

....메이지시대부터 이어진 가장제도가 무너지면서 본받을 가족의 모습을 잃어버린거에요

-

여자는 가정을 잃어도 아이를 잃지는 않아요. 어머니로 남아 여생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

중국에 망명했던 일본의 공산당 간부가.....30년가까운 세월을 중국에서 보내고......돌아왔습니다.

그가 한 첫마디는 일가단란(一家團欒)을 즐기고 싶어서......신념도 사상도 늘그막에 일가단란을 즐기고 싶은 욕망을 이기지는 못한 거에요

......사람을 살리는 것은 사상도 신념도 아니고, 생활이 아닐까요?

여자에게는 생활이 있을 뿐이에요.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생활이에요.

생활 이외의 것에 꿈을 거는 남자들과 생활밖에 모르는 여자들이 어떻게 하면 가정을 지속시킬 수 있을까요?

미스터 최,

모순이 있는 제도라 해도 가족제도가 확립되어 있는 나라는 건전하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닐까요?

-

...건전한 가정이 있는 사람도 행복하지는 않습니다.........행복하지 않아도 가정을 유지하는 것을 내 삶의 목표로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저는 가족이 사람의 근본을 이루고 있다고 믿습니다.

한편의 주옥같은 설교문을 읽는것 같았다. 결국 '가족'이 제일 우선이어야 한다는 너무나 진부하고도 도덕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사노요코식으로 풀어내다니. 그리고 건전한 가정이 있는 사람도 행복하지는 않다는 당연한 팩트까지. 이 대목에서 신기하게도 하나님이 진짜 하나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ㅋ

p.113

1981.11.28

통화했을 때 미스터 최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고 하셨을 때 저는 눈물이 나도록 부러웠습니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고 할 만큼 행복하시니까요. 아주 행복한 사람은 바보이고 불행한 사람은 성격이 나빠요. 아멘. 진리발견!

-

진짜 인생은 역시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가족이 되어 도망 못 가게 된 후 시작한게 아닐까요?

p.128

1981.12.-1982.1. 즈음

미스터 최, 당신은 저에게 끝없는 기쁨과 끝없는 슬픔을 줍니다.

-

저는 미스터 최를 절대로 잃지 않을 겁니다. 처음부터 잃어버린 사람이니까요.

두분 관계의 정체성이 아닐까 싶더라고

p.136

1990.9.

우리는 무척 행복하니 아무쪼록 얼굴을 찡그리세요. 이런 사노요코스러운 말이 너무 좋아. 한번쯤 오디오로 듣고싶어. 살아생전의 인터뷰나 목소리가 담긴 무엇들이 있을까? 있나요?... 궁금하다 사노요코의 모든 표정과 말투 목소리..

-

당신이 싫어하시는 일본은.....거의 백치같습니다. 다음에 최정호 씨가 오시면 욕설을 에베레스트처럼 쌓아올릴 수 있을거예요

웬만한 한국사람보다 윤동주를 더 깊게 공부한 일본인 학자가 있다. 오오무라 마스오 라고..

또 일본에게 욕을 하라며 멍석을 깔아주는 분이 있다. 사노요코라고..

사실 이런 류(?)의 일본인에게 참 궁금하다. 식민지나라의 시인을 연구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또 지배국가에게 욕을하라는 심리는? 말하자면 회개하는 마음일까. 아니면 그래도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지배국가로서의 자존심(지배는 내가 한게 아니지만 그래도 너희의 좋은 것들을 연구해줄게, 욕할 기회를 줄께, 너희의 욕을 내가 들어줄게 하는 나름의 만족을 위한 참회적인 행동이랄지..이런걸 통해서 그래도 느끼고자 하는 우월감)인지..

그냥 편하게 받아들이면 되는데 내가 너무 의미부여하려고 하는건가?

그래도 조금 궁금하긴 하다..^^

p.164

1997.

..이런 친구를 가져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코를 푼 종이로 눈물울 닦습니다. 오래 살아 있으면 좋은 일도 있네, 혹 죽었더라면 이 전화를 못받았겠지.

p.166

1997.4.4. 팩스

죽게되면 꼭 알려주세요.....자신의 최후를 지켜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는게 행복하지 않으신가요?.....세계적으로 금연이 유행이지만 저는 태연하게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예전에 102세 할아버지에게 "장수의 비결이 뭔가요?"질문했더니 "금연입니다"하고 대답하셨어요. 다시 "몇 살때부터 금연하셨나요?"하고 물어봤더니 "97세부터입니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97세에 담배를 끊을거에요. 박장대소 했음

p.169

1997.10.7. 팩스

(죽었다면 성묘하러 가겠습니다)

다니가와 슌타로는 사노요코의 두번째 남편

독후감을 쓰면서도 내게 사노요코같았던, 최정호님 같았던 존재를 생각해보았으나 아직도 떠오르는 인물이 없는걸보면 내 인생에 이런 이는 없었나보다.

보고싶고 만나고 싶고 얘기나누고 싶은 사노 요코 님.

그이가 천국에 있다면 나도 천국행을 바랄 것이고

혹여나 그이가 지옥에 있다면 나도 지옥행을 바랄 것이다

나이, 국적, 문화, 언어 이 모든 것들을 초월한 우정.

모든 편지에서 느꼈던 경이로움, 그리고 사사로우면서도 빵터졌던 웃음.

지금도 내 마음에 내 입가에 퍼져있습니다.

건강하세요. 살아계세요..하는 사노요코의 말은

정말 살아있는게 사명이다 싶을 만큼

사노 요코에게 살아있으라는 따뜻한 명령을 받는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이미 그이의 문장과 문장의 깊이는 20대때부터 완성되어 있었나보다

나이가 들며 소재가 다양해진 것일 뿐.

작가로서는 이미 완료형의 사람이지 않았나 싶다.

종교의 모임이 있는 날

교회에서 성당에서 절에서..전해야 할 말씀 준비하지 못한 종교지도자들은

(준비해봤자 뻘소리나 할 것 같은 분들은)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펴서 낭독하는 것이 회중들에게 어느 때보다 진한 지혜와 은혜를 끼치는 일이 될 것이오.

어느 페이지를 펼지도 준비하지 않은 이가 하필 낭독한 부분이

"당신의 섹스로 쓰세요"

라면.....

나는 엄청 큰 은혜받을 것이오

궁금하다

사노요코의 모든 말과 글이

다른 편지들도 공개될 수 있기를

그래서 더더욱 생명력을 얻는 편지들이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미스터 최 님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계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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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 접속했을 때 추천도서로 있던 책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도 그렇고 책표지도 그렇고 따뜻함이 뿜어져나오는 것 같아서 구입해 읽었다

보통 소설은 한번 이상은 안읽게 되서 사서 읽는 편이 아닌데..

요 몇년간 샤프나 연필들고 책 읽는게 습관이 되다보니

빌려읽는게 더 어색하기도 하고

내 책을 읽는 기쁨과 성취감이 있어서 사서 읽게 된다

알라딘 등급은 올라갔고, 돈은 더 없어졌다ㅋ

이렇게 예쁘게 생긴 책이라니 표지만 보고 있어도 소장욕 뿜뿜



매년 가는 일본이기 때문에

그 친숙한..어색하기도 하지만 친숙한 그 곳 소도시의

책냄새 나무냄새 가득할 서점을 상상하는 일

서점을 스쳐가는 사람들, 서점에 들어와 원하는 책을 찾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

조용함, 한적함 때문에 심심하진 않을까

책과 함께라면 심심하지 않지만 매출도 심심해져버린다면..그건 너무 슬픈일이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만지고픈 미래

이미 다가온 미래를 사는 어떤 이의 이야기



p.16
먹을 것을 찾아 헤매고, 물을 마시고, 잠자리를 찾는 일이 되풀이되는 사이에 시간이 흘렀다. 산을 빠져나가 소녀가 있는 마을로 돌아가자면 그럴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러려면 아마도 길고 긴 시간을, 수없이 많은 낮과 밤을 걸어야 하고, 소녀가 있는 곳에 다다랐을 때에는 소녀의 목소리는 커녕 냄새마저 잊어버린 후일 것만 같았다.

나는 모든걸 잊고 말겠지.



p.18

봄날, 사쿠라노마치라는 작고 조용한 마을은 이름대로 희고 연한 분홍빛 벚꽃 파도가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16쪽, 18쪽 모두 너무 시적이라서 말이지)

p.32
방학 기간에는 책도둑도 많다. 요즘 책 도둑은 예전과 달리 돈이 없어서 정말 갖고 싶은 책 한 권을 어쩌다가 순간적으로 훔치는 갸륵한 처지가 아니다. 한때는 중고 서점에 책을 되팔아서 돈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벌이는 절도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막 들어온 고가의 비지니스 서적이나 화제의 신간을 몰래 훔쳐갔다. 청소년들의 중고책 매매가 금지되자 돈을 목적으로 책을 훔치는 일은 없어졌지만, 이제 자신이 읽을 책을 슬쩍 가져가기 시작했다. 서점경영의 현실이랄까


p.45
한권의 책으로 그날의 기분이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잇세이는 알고 있다. 가령 운수가 나쁜 하루였다 해도, 귀갓길에 들른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을 읽고 다음 날은 기운 내서 열심히 살아보자고 마음먹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읽는 사람의 기분을 살짝 좋게 만드는 것만이 책이 가진 힘이 아니다. 삶이 괴로울 때나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읽다 만 책의 뒷이야기가 궁금해 내일까지, 또 그 다음날 까지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책을 읽는 시간만은 자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을 접어두길,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삶을 선택하는 것이고, 계속 그런 선택이 반복된다면 삶을 버텨내고, 버텨내다가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



p.64

잇세이는 분노에 찬 말은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사람은 자신이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하면 가차없이 말이라는 탄환을 쏟아부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네 그렇더라고요. 악플과 악담은 익숙해지지 않아요 굳은살도 배기지 않고요

p.80
먹고 살려면 일을 해야 했다. 의지할 곳도 없었고, 있다 하더라도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침착하게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만, 했다.

그렇지만, 그렇다 해도.

마음속에 텅 빈 어둠이 있었다. 일어나 걷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 발 내딛는 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깊은 구멍이었다.

(지금껏 살면서 공황장애나 외상후스트레스 같은 정신적인 아픔들에 대해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편이었던것 같다. 그렇게 산후우울감을 경험했음에도 그건 내가 그럴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던 거라고 위안하면서 내로남불식의 생각을 했던것 같다. 마음이 저리 약해서 험한세상 살겠나 쯧쯧쯧 하는 마음으로, 정말 내 마음도 몸도 생각대로 안되는게 사실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급격하게 어떤 것들이 밀려올 수도 있겠더라. 생각이 마음이 몸이 통제가능한 수준에 늘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더라. 침착해야 하는걸 알고 있는 정신과 구멍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내 정신은 같은 몸임에도 따로 노는 것을 견뎌야 했던 잇세이에게.. 위로와 공감을 보낸다)

​p.90
"살아가는 일을 포기하지마, 행복해지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포기하면 인간은 그 자리에서 썩어버릴 뿐이야."



p.158
글을 사랑하는 자는 글을 엮어내지 못하면 살 수 없다.


p.167
"츠키하라씨, 당신은 지금 '어딘가'로 가고 싶어하고 있어요. 지금 '이 곳'에서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고 말이죠. 하지만 당신은 '이곳'을 떠날 수 없다고 착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상처를 안고 사는 거죠. 다리가 아프면 아무 데도 가지 않아도 되니까. 아무데도 안보내려고, 안가도 된다고, 뇌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거에요"



p.170
새싹의 옅은 향기가 난다. 물 냄새와 이끼 냄새도, 어디선가 시냇물 소리가 들린다. 좁은 오솔길에서는 축축한 흙냄새가 났다. 맑은 물이 샘솟는 마을이었다.

'여행자를 맞이하는 마을이었지요'

(시각화가 정말.. 눈으론 글을 읽지만 머리로는 영화를 보는 듯..)


p.177
'여행자가 오지 않으면 마을은 사라질 수밖에 없어요. 손님이 없는 서점이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를 잃게 되는 것처럼'

(자국민 여행자도 있겠지만 타국에서 오는 여행자도 포함한 여행자겠지? 이제 슬슬 국민의 개념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p.207
정말 감명깊게 읽은 책은 반드시 자신이 일하는 서점이 아니더라도 잘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게 서점인이다.

p.219
"후회는 먼저 오지 않는다는 말이 맞아."

​p.228
서점에 진열된 책은 한권한권이 아무렇게나 꽂혀 있는게 아니다. 출판사별 또는 수준별로 혹은 서점에 따라서는 저자별로 구분하는 것이 아주 당여한 일이고, 신간이 놓인 평대나 그 서점에서 홍보중인 책, 추천하는 책이 놓인 평대는 서점이나 담당자마자 달라 서점 직원의 열의와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언뜻 평범하게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책에, 책이 놓인 그 위치에, 손님에게 보내는 무언의 메세지가 숨어 있다.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옆에 신간이지만 어딘가 비슷한 인상을 주는 책이 함께 놓여 있는 경우도 흔하다. 같은 저자의 책이 나란히 진열되는 것은 당연하고, 같은 테마나 같은 나라를 무대로 한 이야기가 함께 놓여 있는 광경도 자주 볼 수 있다. 책들은 그렇게 하모니를 연주하고 있다.

(서점 책 디스플레이에 이런 비밀이 숨어있다니, 우리나라 서점들도 그런가. 아 서점에서 알바하고 싶당...)

p.253
"베푼 인정은 새끼를 배어 돌아온다."

​p.262
살아있다는 것, 꿈을 꾼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추억한다는 것, 그리고 이룰 수 없었던 꿈을 가슴에 담고, 이제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해야만 하는 그 가혹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고통.

​p.264
매일 엄청나게 쏟아지는 책. 그 대부분의 책들이 독자의 눈에 띄지 못하고, 존재를 알리지도 못한 채 매장을 거쳐 어딘가로 사라져간다.

p.328
"생명은 '다녀왔어요'와 '어서와요'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우주를 돌고 돈다"



p.340
'살아있는 한, 그래도 되지 않을까요. 꿈꾸는 일은.'

(이런 시적인 말들이 책에 한가득이었다 시를 읽었다가 머릿속에 동화책을 그렸다가 소설을 읽었다가...마음과 머리가 열일했다^^)
​-

이 책을 읽은 소감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좀 감성적이기도 했고, 그래서 중간중간 유치하단 생각도 좀 했는데

그래도 마음으로 스며드는 따뜻함은 피할 수가 없었다

니체도 읽어야 하지만 이런 소설도 읽어야 하고

또 묵직한 에세이도 읽어야 하고 가벼운 에세이도 좋고..

책이 다 책인데 책마다 또 다 다르니까

책과 책 사이에도 여정이 있는 것 같고 마음의 거리도 멀었다 가까웠다 하는 것 같다



벚꽃날리는 계절에 읽은 오후도서점이야기..

너무 낭만적이었다ㅋㅋㅋ

서점운영에 대한 무거운 현실감도 느끼긴 했지만

책을 떠올릴 때의 느낌은

희망적이고 낭만적이니까...

그런 느낌에 무게를 더 실어 책과 서점을 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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