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접속했을 때 추천도서로 있던 책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도 그렇고 책표지도 그렇고 따뜻함이 뿜어져나오는 것 같아서 구입해 읽었다

보통 소설은 한번 이상은 안읽게 되서 사서 읽는 편이 아닌데..

요 몇년간 샤프나 연필들고 책 읽는게 습관이 되다보니

빌려읽는게 더 어색하기도 하고

내 책을 읽는 기쁨과 성취감이 있어서 사서 읽게 된다

알라딘 등급은 올라갔고, 돈은 더 없어졌다ㅋ

이렇게 예쁘게 생긴 책이라니 표지만 보고 있어도 소장욕 뿜뿜



매년 가는 일본이기 때문에

그 친숙한..어색하기도 하지만 친숙한 그 곳 소도시의

책냄새 나무냄새 가득할 서점을 상상하는 일

서점을 스쳐가는 사람들, 서점에 들어와 원하는 책을 찾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

조용함, 한적함 때문에 심심하진 않을까

책과 함께라면 심심하지 않지만 매출도 심심해져버린다면..그건 너무 슬픈일이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만지고픈 미래

이미 다가온 미래를 사는 어떤 이의 이야기



p.16
먹을 것을 찾아 헤매고, 물을 마시고, 잠자리를 찾는 일이 되풀이되는 사이에 시간이 흘렀다. 산을 빠져나가 소녀가 있는 마을로 돌아가자면 그럴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러려면 아마도 길고 긴 시간을, 수없이 많은 낮과 밤을 걸어야 하고, 소녀가 있는 곳에 다다랐을 때에는 소녀의 목소리는 커녕 냄새마저 잊어버린 후일 것만 같았다.

나는 모든걸 잊고 말겠지.



p.18

봄날, 사쿠라노마치라는 작고 조용한 마을은 이름대로 희고 연한 분홍빛 벚꽃 파도가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16쪽, 18쪽 모두 너무 시적이라서 말이지)

p.32
방학 기간에는 책도둑도 많다. 요즘 책 도둑은 예전과 달리 돈이 없어서 정말 갖고 싶은 책 한 권을 어쩌다가 순간적으로 훔치는 갸륵한 처지가 아니다. 한때는 중고 서점에 책을 되팔아서 돈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벌이는 절도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막 들어온 고가의 비지니스 서적이나 화제의 신간을 몰래 훔쳐갔다. 청소년들의 중고책 매매가 금지되자 돈을 목적으로 책을 훔치는 일은 없어졌지만, 이제 자신이 읽을 책을 슬쩍 가져가기 시작했다. 서점경영의 현실이랄까


p.45
한권의 책으로 그날의 기분이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잇세이는 알고 있다. 가령 운수가 나쁜 하루였다 해도, 귀갓길에 들른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을 읽고 다음 날은 기운 내서 열심히 살아보자고 마음먹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읽는 사람의 기분을 살짝 좋게 만드는 것만이 책이 가진 힘이 아니다. 삶이 괴로울 때나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읽다 만 책의 뒷이야기가 궁금해 내일까지, 또 그 다음날 까지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책을 읽는 시간만은 자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을 접어두길,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삶을 선택하는 것이고, 계속 그런 선택이 반복된다면 삶을 버텨내고, 버텨내다가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



p.64

잇세이는 분노에 찬 말은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사람은 자신이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하면 가차없이 말이라는 탄환을 쏟아부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네 그렇더라고요. 악플과 악담은 익숙해지지 않아요 굳은살도 배기지 않고요

p.80
먹고 살려면 일을 해야 했다. 의지할 곳도 없었고, 있다 하더라도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침착하게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만, 했다.

그렇지만, 그렇다 해도.

마음속에 텅 빈 어둠이 있었다. 일어나 걷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 발 내딛는 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깊은 구멍이었다.

(지금껏 살면서 공황장애나 외상후스트레스 같은 정신적인 아픔들에 대해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편이었던것 같다. 그렇게 산후우울감을 경험했음에도 그건 내가 그럴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던 거라고 위안하면서 내로남불식의 생각을 했던것 같다. 마음이 저리 약해서 험한세상 살겠나 쯧쯧쯧 하는 마음으로, 정말 내 마음도 몸도 생각대로 안되는게 사실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급격하게 어떤 것들이 밀려올 수도 있겠더라. 생각이 마음이 몸이 통제가능한 수준에 늘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더라. 침착해야 하는걸 알고 있는 정신과 구멍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내 정신은 같은 몸임에도 따로 노는 것을 견뎌야 했던 잇세이에게.. 위로와 공감을 보낸다)

​p.90
"살아가는 일을 포기하지마, 행복해지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포기하면 인간은 그 자리에서 썩어버릴 뿐이야."



p.158
글을 사랑하는 자는 글을 엮어내지 못하면 살 수 없다.


p.167
"츠키하라씨, 당신은 지금 '어딘가'로 가고 싶어하고 있어요. 지금 '이 곳'에서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고 말이죠. 하지만 당신은 '이곳'을 떠날 수 없다고 착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상처를 안고 사는 거죠. 다리가 아프면 아무 데도 가지 않아도 되니까. 아무데도 안보내려고, 안가도 된다고, 뇌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거에요"



p.170
새싹의 옅은 향기가 난다. 물 냄새와 이끼 냄새도, 어디선가 시냇물 소리가 들린다. 좁은 오솔길에서는 축축한 흙냄새가 났다. 맑은 물이 샘솟는 마을이었다.

'여행자를 맞이하는 마을이었지요'

(시각화가 정말.. 눈으론 글을 읽지만 머리로는 영화를 보는 듯..)


p.177
'여행자가 오지 않으면 마을은 사라질 수밖에 없어요. 손님이 없는 서점이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를 잃게 되는 것처럼'

(자국민 여행자도 있겠지만 타국에서 오는 여행자도 포함한 여행자겠지? 이제 슬슬 국민의 개념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p.207
정말 감명깊게 읽은 책은 반드시 자신이 일하는 서점이 아니더라도 잘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게 서점인이다.

p.219
"후회는 먼저 오지 않는다는 말이 맞아."

​p.228
서점에 진열된 책은 한권한권이 아무렇게나 꽂혀 있는게 아니다. 출판사별 또는 수준별로 혹은 서점에 따라서는 저자별로 구분하는 것이 아주 당여한 일이고, 신간이 놓인 평대나 그 서점에서 홍보중인 책, 추천하는 책이 놓인 평대는 서점이나 담당자마자 달라 서점 직원의 열의와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언뜻 평범하게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책에, 책이 놓인 그 위치에, 손님에게 보내는 무언의 메세지가 숨어 있다.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옆에 신간이지만 어딘가 비슷한 인상을 주는 책이 함께 놓여 있는 경우도 흔하다. 같은 저자의 책이 나란히 진열되는 것은 당연하고, 같은 테마나 같은 나라를 무대로 한 이야기가 함께 놓여 있는 광경도 자주 볼 수 있다. 책들은 그렇게 하모니를 연주하고 있다.

(서점 책 디스플레이에 이런 비밀이 숨어있다니, 우리나라 서점들도 그런가. 아 서점에서 알바하고 싶당...)

p.253
"베푼 인정은 새끼를 배어 돌아온다."

​p.262
살아있다는 것, 꿈을 꾼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추억한다는 것, 그리고 이룰 수 없었던 꿈을 가슴에 담고, 이제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해야만 하는 그 가혹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고통.

​p.264
매일 엄청나게 쏟아지는 책. 그 대부분의 책들이 독자의 눈에 띄지 못하고, 존재를 알리지도 못한 채 매장을 거쳐 어딘가로 사라져간다.

p.328
"생명은 '다녀왔어요'와 '어서와요'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우주를 돌고 돈다"



p.340
'살아있는 한, 그래도 되지 않을까요. 꿈꾸는 일은.'

(이런 시적인 말들이 책에 한가득이었다 시를 읽었다가 머릿속에 동화책을 그렸다가 소설을 읽었다가...마음과 머리가 열일했다^^)
​-

이 책을 읽은 소감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좀 감성적이기도 했고, 그래서 중간중간 유치하단 생각도 좀 했는데

그래도 마음으로 스며드는 따뜻함은 피할 수가 없었다

니체도 읽어야 하지만 이런 소설도 읽어야 하고

또 묵직한 에세이도 읽어야 하고 가벼운 에세이도 좋고..

책이 다 책인데 책마다 또 다 다르니까

책과 책 사이에도 여정이 있는 것 같고 마음의 거리도 멀었다 가까웠다 하는 것 같다



벚꽃날리는 계절에 읽은 오후도서점이야기..

너무 낭만적이었다ㅋㅋㅋ

서점운영에 대한 무거운 현실감도 느끼긴 했지만

책을 떠올릴 때의 느낌은

희망적이고 낭만적이니까...

그런 느낌에 무게를 더 실어 책과 서점을 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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