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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회역학자인 저자는
개인의 질병이나 아픔이 개인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공동체와 사회의 원인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연구들을 전문가가 아닌 보통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우리같은 사람에게 이야기해주는, 설명해주는 책이다.
사실 무겁고 어렵고 괴로운.. 예민하기도 한 문제들이기에 편하게 넘어가지 않고
읽으면서도 딴 생각을 하고 싶거나
머리를 좀 식히고 읽어야 했거나
눈물을 참기도 해야했다
남궁인의 <지독한 하루>를 읽을 때가 생각나기도 했고.
특히 세월호관련된 부분을 읽을 땐 유독 괴롭고 심난했다
내가 알고 있고 예상한 것보다 더한 고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괴롭고 심난하다..는 말을 쓰는것도 송구스럽다
공감능력이 없는 나라서....
암튼.... 그렇다...
p.180~188
(세월호)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
....정부는 각종 지원대책을 피해자와 상의하지 않고 언론에 알린다. 사람들은 그것을 부풀려서 주변에 퍼뜨린다. 심지어 이웃마저 세월호 피해가족에게 '얼마받냐'고 묻는다. 정작 피해자들이 지원받으려고 주민센터 등에 물어보면 해당 기관은 그 사실을 모른다. 담당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다른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단원고 몇 학년 몇반 누구 엄마인데요.'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며 전화를 계속 하다보면, 돌고 돌아 처음에 전화를 걸었던 사람과 다시 통화를 하게 되곤 했다. 언론에는 수많은 지원을 받는 것처럼 발표되었지만, 그 지원 과정이 어떻게 해야 실제로 피해 당사자에게 도움이 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정부와 언론, 지원기관, 지역사회 등이 모두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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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존학생은 참사 이후..여행을 떠나기 전에 유서를 남긴다. 또 다른 학생은 영화관이나 노래방에 들어가면 비상구부터 찾는다.....'까르르' 웃다가도 주변을 둘러본다. 웃어도 되나 두렵다. 큰 소리가 나면 다리가 떨리고 눈물이 나기도 한다. 두통과 강박, 우울증도 흔하다. 참사가 남긴 후유증은 계속된다.
하지만 생존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때문이란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 치료받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악성 림프종으로 앓아 눕고 숨을 거둬도 산업재해라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부조리는 항상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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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특별전형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언론의 태도가 문제였다. 관련 뉴스기사에 '친구는 죽었는데 너는 좋은 대학 가서 좋겠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너무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생각할 수가 있지.. 뭐 사실 더 한 일도 있었을거다. 단식투쟁하시는 분들가까이 가서 피자치킨먹은것들 생각하면..
.....보상이나 여타 지원내용을 언론이 대대적으로 과장해 보도했고, 참사로 고통받는 피해자를 운 좋은 사람 취급했다. 정부와 언론이 국민과 피해자를 이간질했다.
얼마전 일본의 재난 연구자 한 분을 만났다. 일본의 경우, 쓰나미 등 대형재난을 겪은 지역에는 정부가 여러 지원을 수행하지만, 누구도 그 내용을 입에 올리지 않고 언론도 보도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원내역을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도움이 되는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재난 당사자가 애도하고 치유에 집중하도록 사회가 침묵해야 한다. 그게 한 사회의 감수성이고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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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서 나타나는 삶의 복잡성이다. 피해자와 일반 국민의 갈등도 당연히 존재한다.
갈등을 대하는 자세가 한 사회의 실력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는 갈등을 더 부추겼다. 유가족과 생존 학생 가족을 나누고, 피해자와 국민을 떼어냈다. 우리 사회 역시 그 골을 좁히지 못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