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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끕 언어 - 비속어, 세상에 딴지 걸다
권희린 지음 / 네시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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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학창 시절 나는 욕쟁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저자의 말은 나에게도 적용된다.

 

뜻도 모르는 '졸라'와 '쫄다', '쪽팔리다', '쌩까다' 등의 비속어를

친구들과 낄낄대며 주고받았다.

쓸 때면 뭔가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고 친구들과도 더 끈끈해지는 느낌이 들었달까?

 

그런 학창시절이 벌써 15여 년 전 얘기가 되었다.

난 내가 B끕 언어를 썼었단 기억조차 못하는 나름 반듯한 직장인이 되어 있다.

 

'B끕 언어', 이 책을 보는 순간 욕을 알고 싶었다.

욕을 제대로 알고 싶었다.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단순한 지적인 호기심이 발동했다.

왜냐하면, 비속어는 사회적으로 가장 금기시되는 동시에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어떤 말들이 내 동생뻘되는 아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지 궁금했다.

 

B끕 언어를 다루는 책이라 해서 진짜 욕하듯 아무렇게나 질러댔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목차에서부터 4개의 파트로 나누어 체계를 갖추었다.

단어들을 쭉 훑어보니

내 학창시절에 쓰던 말 외에 신조어가 제법 많다.

비속어의 세계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발전을 거듭했나 생각이 든다.

 

저자가 국어교사로 학교생활을 하며

학생들에게서 듣는 비속어를 중심으로 한 책이다.

그래서인지, 욕을 사용하는 실례가 꾸밈없이 생생하다.

 

B끕 언어의 격을 맞추기 위해 각 단어의 어원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 쪽팔리다 : '쪽'이 시집 간 여자의 뒤통수에 비녀를 꽂은 머리를 가리킨다고 할 때,

                    여성의 몸이 팔려가는 것으로 해석, 부끄럽다는 의미다.

- 꼬붕 : 스모 선수들의 뒤를 닦아주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다른 사람의 허드렛일을 대신 해주는 부하, 하수인의 의미로 쓰인다.

- 양아치 : 걸인들이 쪽박을 들고 먹을 것을 구걸하는 모습을

              '동량아치'란 말로 멸시의 뜻을 담아 불렀다.

 

B끕 언어를 안다고 아무 때나 사용하면 큰일 난다.

주의사항도 친절히 알려준다.

- 띠껍다 -> 부럽다는 증거로 보일 수 있으므로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 염병 -> 단어의 감칠맛(?)을 원하면 '옘병'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권하지는 않는다.

              자주 쓰면 나의 이미지에 아주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거지 같다'라는 말을 다룬 내용에서 저자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고백한다.

아이들과 나름 소통하기 위해 그나마 강도가 제일 약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같다'를 애용해 온 저자는, 어느 해 교원 평가에서 학생의 말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선생님 수업 잘 듣고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쓰시는 '거지 같다'는 표현은 안 하셨으면 해요.

저희 집이 정말 가난한데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뜨끔하고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아무리 요즘 교권이 무너지고 아이들이 되바라졌다 한들,

아이들의 마음은 무척 여리다.

아이들이 비속어에 빠지는 이유는 강해서가 아니라,

여린 자신을 보호할 강한 언어가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욕하는 아이들을 무조건 억압할 것이 아니라,

이 책처럼 떳떳하게 공론화하고 이야기 나누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책에 나오는 한 노교수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나는 현재의 학생들에게 경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위대한 미래에 대해 존경과 경의의 뜻으로 쓰는 것입니다."

 

비속어는 저자의 표현대로 'B급 문화'의 언어 형식이다.

상대에 대한 존경과 경의를 가지고 있다면 함부로 쓸 수 없는 말이다.

 

그래도, 가끔 속이 터질 듯 답답하고 누군가가 끔찍하게 보기 싫을 때는

비속어 한 방을 날려주는 것도 정신 건강에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혼자 있을 때만 혹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하라는 저자의 조언을 명심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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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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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동료와 차를 타고 가다가 어색한 침묵도 깰 겸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해야지 생각했다.

 

'무슨 얘기를 할까...아! 우체국 아저씨 얘기가 좋겠다.

우체국 아저씨가 책 오십 권을 능수능란하게 그것도 즐겁게 포장하는데,

이제 곧 퇴직을 하신다고 했던가?'

 

생각을 더듬고 있던 중에 '이 얘길 누구한테 들었더라?' 생각해 보니,

몇 시간 전에 읽은 신경숙의 짧은 소설이었다.

 

제목처럼 이야기들이 다들 짧아 아무리 독서 속도가 느린 사람이더라도,

10분이면 한 편을 다 읽지 싶을 정도다.

건성건성 휘리릭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책 속의 이야기들은 누군가에게 실제로 전해들은 내용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이것이 소설, 이야기의 힘일까?

 

자전적 소설이라 그렇든, 어투의 특징이라 그렇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마치 현실인 듯 느껴지는 이야기, 어젯밤 꿈에 나온 듯한 이야기,

즉 밀착된 공감이 느껴진다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라디오 사연으로 소개되는 이야기처럼 편안하지만

마지막에는 하나의 울림을 던져주는 내용이다.

읽기가 쉬워 마구 장을 넘기다가 이렇게 빨리 읽으면 즐거움이 가실까봐

중간부터는 속도를 조절하게 되는 책이다.

 

문득, 왜 작가는 달에게 이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었을까 궁금했다.

왜 해가 아니고 달일까?

답을 찾기 위해 내가 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상황을 상상해 봤다.

일단 너무 눈이 부신다. 찬란하고 꽉 차 있기 때문에

나의 초라한 이야기 따위는 해에 닿기도 전에 녹아 내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달은 편안하다. 커다란 보름달을 보면 그 안에 폭하고 안기고 싶고,

초승달을 보면 그 옆에 나란히 내 눈썹을 대어 보고 싶고,

반달을 보면 옆에 가서 반쪽을 채워주고 싶고,  

그믐달을 보면 괜시리 슬퍼져서 위로해 주고 싶다.

 

더욱이 달은 입이 무겁다.

달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다 받아들이기만 할 뿐,

다시 내뱉지 않을 것 같다.

 

<모르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라는 글을 시작하는

브레히트의 '나의 어머니'라는 시를 옮겨 적는다.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나의 엄마에게, 나의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봇물처럼 터졌다.

 

나에게도 '달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누군가의 '달 친구'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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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쓰는가 - 글로 먹고사는 13인의 글쓰기 노하우
김영진 외 지음 / 씨네21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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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일은 어렵다.  

늘 첫 글자를 시작할 때면 자판 위에서 손가락이 굳어버린다.

 

이 책을 봤을 때 무척 반가웠다.

참으로 많은 종류의 글쓰기책을 읽어왔지만,

한 가지 노하우를 배웠다 싶으면 또 다른 길목에서 막힌다.

'글쓰기 관련 책'들을 하도 많이 읽어서

가끔은 내가 글을 쓰기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 건지

글쓰기에 관한 자료를 모으려고 책을 읽는 건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13인의 글쟁이 얘기를 묶은 책이다.

각각에 대한 호감도를 떠나서

내 생활과 직결된, 또는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과 긴

밀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읽었다.

 

하나는, 기사 쓰기다.

한겨레 안수찬 기자는 문장을 '끊어 치란다'. 

무조건 짧게. 이렇게.

 

끊어 치기는 만병통치약이다.

감동적인 연애편지를 쓰고 싶은가. 끊어 쳐라.

괜찮은 소설을 쓰고 싶은가. 끊어 쳐라.

사람들의 뇌리에 기억될 기사를 쓰고 싶은가. 당연히 끊어 쳐라.

 

십수번 끊어 치라는 말을 듣고 나니 어느 정도 뇌리에 박힌다.

끊어칠 것. 명심해야겠다.

 

독자에게 상황을 설명하지 말고, 독자를 그 상황에 밀어 넣으라고 말한다.

"그는 슬펐다'가 아니라 "그는 눈물을 흘렸다"라고 보여주어야 한다.

디테일을 꼼꼼히 챙기고 독자를 안내할 것.

 

보여주자. 얼마나 간단하고 쉬운 말인지.

이제까지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머리를 쥐어뜯어 온 게 후회스럽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말 속에 훌륭한 문장이 숨어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이서 구할 것, 생활의 기본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카피 쓰기. 카피라이터 손수진이 이야기한다.

 

- 카피라이터에게 자신만의 문체는 필요 없다.

 자신만의 생각과 발상이 필요할 뿐이다.

 

- 카피를 잘 쓴다는 것은 유혹을 잘 한다는 것이다.

 

- 카피라이터는 두 명의 '갑'을 모시고 있는 '을'의 신세다.

 

- 대부분의 카피라이터는 다른 카피라이터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라이터(writer)'들을 질투한다는 사실이다.

어제 새로 '온에어'된 저 광고 카피를 내가 썼다면

저렇게 멋지게 쓰지 못했을 것 같아 부러워 죽을 것 같고,

시를 읽으면 내가 쓰는 카피는

속물적이고 얄팍한 글자에 불과한 것 같아 부끄럽고,

소설을 읽으면 저렇게 치밀한 구성과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내는 소설가가 천재 같고,

잡지를 읽어보면 젊은 에디터들의 재기에 속이 부글부글 질투가 난다.

칼럼을 읽으면 내가 쓴 카피 너무 유치하고 쓸모가 없는 것 같고,

만화를 보면 이런 기발한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아마 난 안 될 거야'라며 머리를 감싸고,

영화를 보면 내가 쓴 카피는 지나가는 엑스트라의 한마디보다도 평범하다.

 

고로? 열심히 읽고 보고 질투하시라.

이 모든 질투가 더 나은 카피를 고민하게 만든다.

 

세 번째, 동화 쓰기는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미 작가가 얘기한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뭐 하나 화려하고 특별한 문장도 단어도 없는데,

마음을 꾹 누르는 묵직한 감동을 받았다.

 

글은 말이 아니라 삶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글보다 앞서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삶, 오늘의 아이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현실을

정확히 보지 못한다면

어린이문학이든, 청소년문학이든 가능하지 않다.

 

이 말이 마음 깊숙이 와 박히는 건 작가가 그처럼 살아냈기 때문이다.

카피를 쓸 때 자신만의 문체보다는 자

신만의 생각과 발상, 삶이 필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작가는 또, 낱말이나 문장을 선택할 때는

될 수 있으면 간결하고 쉬운 말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끊어 치는 글쓰기의 다른 표현이다.

 

이 밖에 칼럼쓰기, 소설·시 쓰기를 비롯해

법조문 쓰기, 설교문 쓰기, 평론 쓰기와 등 독특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글쟁이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 여러 취향을 접할 수 있다.

장점이기도 단점이기도 하다.

 

얼마 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으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쓰는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여러 사람의 말을 듣고 나니,

그들은 하나 같이 작가의 인생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말한다.

 

그렇다면 나는 다시 '어떻게 쓸 것'인가를 알기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쓰는 일'과 '사는 일'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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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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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전 세계를 다니며 몸으로 부딪힌 경제 이야기란다.

서평에 끌려 책을 산 것이 1년 전이다.

 

이제서야 책을 편 것은 이 '경제'라는 용어 때문이다.

아무리 쉽다고 해도 경제는 난해하다.

아무리 재미있다 해도 경제는 머리 아프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소설보다 흥미진진하고 드라마만큼이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체험을 풀어쓴 글이라 할지라도 진부한 겨우도 많은데,

저자는 이야기꾼 기질이 다분해 보인다.

속으로 큭큭 거리며 세계 구석구석을 같이 돌아다닌 기분이다.

 

저자는 세계의 전통 시장을 이해하려고 직접 시장에 뛰어들었다.

과연 전통의 거래 방식은 쓸모 없어진 것인지 의문을 품은 것이다.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얻은 지식을 써 먹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모로코에서 시작한 그의 '전통시장에서 살아남기' 프로젝트는

수단과 잠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중국, 타이완, 브라질 등을 거쳐

영국으로 돌아오는 대장정이다.

 

그 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물건이나 다른 장소로 이동해 팔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것,

가공해서 비싸게 팔아야 하는 제품 등

그가 거래 품목으로 정한 것들은 현장에서 결정된다.

(물론 어느 정도의 사전 조사는 있었겠지만...)

 

경험을 풀어내면서 적절한 시점에 어떤 경제 이론을 접목하고자 했다면

중간쯤 읽다 지루해졌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그런 욕심을 버리고 재미를 택했다.

그냥 독자와 함께 호흡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신용 경색', '진입 장벽', '숨은 비용' 등

그다지 어렵지 않은 개념들을 언급하기도 한다.

 

시장에는 땀이 흐른다. 열기가 넘친다.

한 순간도 긴장이 멈추지 않으며 협상 기술도 도인의 경지다.

컴퓨터 앞에서 숫자 놀음만 한 경제 전문가들은 결코 당해내지 못할 수준이다.

 

저자의 배짱에 찬사를 보낸다.

이 도전은 성공이든 실패든 박수받을 만하다.

그러나 경제 세계는 냉철하다. 실패에도 박수를 보내줄 만큼 감성적이지 않다.

실패하면 굶는다. 실패하면 생활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먹고 사는 문제의 절박함이다.

 

저자는 처음 목표했던 수익을 달성했다.

나도 그만큼이나 기뻤다.

 

지인에게 이 책을 권하면서

"이제까지 읽은 책 중에 밑줄 그은 게 거의 없는데

마음 깊이 와 닿는 몇 안 되는 책"이라고 말했다.

 

그의 두번째 책, '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도

조만간 읽을 것이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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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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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근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세상이다.  

정의가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무엇'으로 사는지

대상에 대한 기본 개념, 그러니까 근본에 대한 목마름이 강했다.

 

최근에는 그러한 근본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궁금해한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 두 권이 우연하게도

이 '어떻게'를 제목에 쓰고 있다.

'나는 어떻게 쓰는가'와 '어떻게 살 것인가'.

 

과연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어떻게 살아야 후회가 없을까. 

이것조차 완벽에 대한 집착이다.

 

어찌 보면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다.

순간마다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묻고 비춰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고민 끝에 유시민의 책을 샀다.

누구보다 관심을 가졌으면서도구입을 한참 미뤘다. 

차라리 전작인 '후불제 민주주의'나 '거꾸로 읽는 세계사'처럼 

내가 무언가를 배워야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을 때는

주저 없이 이 지식 소매상의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에서 주는 느낌처럼 다분히 철학적이다.

이전의 유시민과는 확실히 다를 것이란 느낌에 망설였다.

나에게는 독특한 습관이 하나 있는데,

내가 푹 빠질 것 같은 것은 의도적으로 멀리한다.

여러 가지 과일 중 제일 맛있는 것을 아껴 먹는 것과 비슷하달까?

결국은 어찌할 수 없는 유혹에 책을 사서 이틀만에 독파했다.

 

책에는 인생에서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가 나온다.

일과 놀이, 사랑, 연대라는 삶의 중요한 네 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직업, 노화, 자살, 글쓰기, 육아, 두뇌 등

두서 없이 수다처럼 줄줄줄 얘기가 이어진다.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신문과 책에서 읽은 내용을

조근조근 전달하는 이야기꾼처럼 말이다.

 

문자로 정돈되어 있지만, 사고의 흐름은 수다를 떨듯 편안히 발전한다.

읽기에 부담이 없다. 그런데 읽다 보면 내 생각의 길이 뚫린다.

난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어느새 난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유시민의 힘이다.

이 책 역시 글쟁이로 살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는 책이니만큼

다분히 의도적이지만,

그 선언을 다루기 위해 최대한 자신의 내면을

솔직히 얘기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자신이 어떻게 살지를 차분히 정리한 이 글은,

나에게도 어서 어떻게 살지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라고 말한다.

자신이 50이 넘어서야 감행할 수 있었지만,

나는 좀 더 일찍 해 보라고 부추긴다.

 

서문에 나열한 질문들이 하나하나 마음에 와 박힌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은가?

의미 있는 삶, 성공하는 인생의 비결은 무엇인가?

품격 있는 인생, 행복한 삶에는 어떤 것이 필요한가?

이것은 독립한 인격체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이미 예감한 중년들도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답은 나에게서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시민의 해답은

방향을 잡아가는 매우 유익한 이정표이자

쉴 새 없이 자극을 던져주는 길동무다.

 

답을 얻으려기보다 그 이정표를 따라가면서

길동무의 수다에 귀 기울이면서,

나는 답을 찾아야 한다.

 

유시민처럼 이렇게 책 형태로 정리해 보아도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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