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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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동료와 차를 타고 가다가 어색한 침묵도 깰 겸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해야지 생각했다.

 

'무슨 얘기를 할까...아! 우체국 아저씨 얘기가 좋겠다.

우체국 아저씨가 책 오십 권을 능수능란하게 그것도 즐겁게 포장하는데,

이제 곧 퇴직을 하신다고 했던가?'

 

생각을 더듬고 있던 중에 '이 얘길 누구한테 들었더라?' 생각해 보니,

몇 시간 전에 읽은 신경숙의 짧은 소설이었다.

 

제목처럼 이야기들이 다들 짧아 아무리 독서 속도가 느린 사람이더라도,

10분이면 한 편을 다 읽지 싶을 정도다.

건성건성 휘리릭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책 속의 이야기들은 누군가에게 실제로 전해들은 내용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이것이 소설, 이야기의 힘일까?

 

자전적 소설이라 그렇든, 어투의 특징이라 그렇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마치 현실인 듯 느껴지는 이야기, 어젯밤 꿈에 나온 듯한 이야기,

즉 밀착된 공감이 느껴진다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라디오 사연으로 소개되는 이야기처럼 편안하지만

마지막에는 하나의 울림을 던져주는 내용이다.

읽기가 쉬워 마구 장을 넘기다가 이렇게 빨리 읽으면 즐거움이 가실까봐

중간부터는 속도를 조절하게 되는 책이다.

 

문득, 왜 작가는 달에게 이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었을까 궁금했다.

왜 해가 아니고 달일까?

답을 찾기 위해 내가 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상황을 상상해 봤다.

일단 너무 눈이 부신다. 찬란하고 꽉 차 있기 때문에

나의 초라한 이야기 따위는 해에 닿기도 전에 녹아 내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달은 편안하다. 커다란 보름달을 보면 그 안에 폭하고 안기고 싶고,

초승달을 보면 그 옆에 나란히 내 눈썹을 대어 보고 싶고,

반달을 보면 옆에 가서 반쪽을 채워주고 싶고,  

그믐달을 보면 괜시리 슬퍼져서 위로해 주고 싶다.

 

더욱이 달은 입이 무겁다.

달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다 받아들이기만 할 뿐,

다시 내뱉지 않을 것 같다.

 

<모르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라는 글을 시작하는

브레히트의 '나의 어머니'라는 시를 옮겨 적는다.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나의 엄마에게, 나의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봇물처럼 터졌다.

 

나에게도 '달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누군가의 '달 친구'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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