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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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전 세계를 다니며 몸으로 부딪힌 경제 이야기란다.

서평에 끌려 책을 산 것이 1년 전이다.

 

이제서야 책을 편 것은 이 '경제'라는 용어 때문이다.

아무리 쉽다고 해도 경제는 난해하다.

아무리 재미있다 해도 경제는 머리 아프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소설보다 흥미진진하고 드라마만큼이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체험을 풀어쓴 글이라 할지라도 진부한 겨우도 많은데,

저자는 이야기꾼 기질이 다분해 보인다.

속으로 큭큭 거리며 세계 구석구석을 같이 돌아다닌 기분이다.

 

저자는 세계의 전통 시장을 이해하려고 직접 시장에 뛰어들었다.

과연 전통의 거래 방식은 쓸모 없어진 것인지 의문을 품은 것이다.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얻은 지식을 써 먹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모로코에서 시작한 그의 '전통시장에서 살아남기' 프로젝트는

수단과 잠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중국, 타이완, 브라질 등을 거쳐

영국으로 돌아오는 대장정이다.

 

그 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물건이나 다른 장소로 이동해 팔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것,

가공해서 비싸게 팔아야 하는 제품 등

그가 거래 품목으로 정한 것들은 현장에서 결정된다.

(물론 어느 정도의 사전 조사는 있었겠지만...)

 

경험을 풀어내면서 적절한 시점에 어떤 경제 이론을 접목하고자 했다면

중간쯤 읽다 지루해졌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그런 욕심을 버리고 재미를 택했다.

그냥 독자와 함께 호흡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신용 경색', '진입 장벽', '숨은 비용' 등

그다지 어렵지 않은 개념들을 언급하기도 한다.

 

시장에는 땀이 흐른다. 열기가 넘친다.

한 순간도 긴장이 멈추지 않으며 협상 기술도 도인의 경지다.

컴퓨터 앞에서 숫자 놀음만 한 경제 전문가들은 결코 당해내지 못할 수준이다.

 

저자의 배짱에 찬사를 보낸다.

이 도전은 성공이든 실패든 박수받을 만하다.

그러나 경제 세계는 냉철하다. 실패에도 박수를 보내줄 만큼 감성적이지 않다.

실패하면 굶는다. 실패하면 생활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먹고 사는 문제의 절박함이다.

 

저자는 처음 목표했던 수익을 달성했다.

나도 그만큼이나 기뻤다.

 

지인에게 이 책을 권하면서

"이제까지 읽은 책 중에 밑줄 그은 게 거의 없는데

마음 깊이 와 닿는 몇 안 되는 책"이라고 말했다.

 

그의 두번째 책, '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도

조만간 읽을 것이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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