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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평점 :
삶의 근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세상이다.
정의가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무엇'으로 사는지
대상에 대한 기본 개념, 그러니까 근본에 대한 목마름이 강했다.
최근에는 그러한 근본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궁금해한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 두 권이 우연하게도
이 '어떻게'를 제목에 쓰고 있다.
'나는 어떻게 쓰는가'와 '어떻게 살 것인가'.
과연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어떻게 살아야 후회가 없을까.
이것조차 완벽에 대한 집착이다.
어찌 보면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다.
순간마다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묻고 비춰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고민 끝에 유시민의 책을 샀다.
누구보다 관심을 가졌으면서도구입을 한참 미뤘다.
차라리 전작인 '후불제 민주주의'나 '거꾸로 읽는 세계사'처럼
내가 무언가를 배워야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을 때는
주저 없이 이 지식 소매상의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에서 주는 느낌처럼 다분히 철학적이다.
이전의 유시민과는 확실히 다를 것이란 느낌에 망설였다.
나에게는 독특한 습관이 하나 있는데,
내가 푹 빠질 것 같은 것은 의도적으로 멀리한다.
여러 가지 과일 중 제일 맛있는 것을 아껴 먹는 것과 비슷하달까?
결국은 어찌할 수 없는 유혹에 책을 사서 이틀만에 독파했다.
책에는 인생에서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가 나온다.
일과 놀이, 사랑, 연대라는 삶의 중요한 네 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직업, 노화, 자살, 글쓰기, 육아, 두뇌 등
두서 없이 수다처럼 줄줄줄 얘기가 이어진다.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신문과 책에서 읽은 내용을
조근조근 전달하는 이야기꾼처럼 말이다.
문자로 정돈되어 있지만, 사고의 흐름은 수다를 떨듯 편안히 발전한다.
읽기에 부담이 없다. 그런데 읽다 보면 내 생각의 길이 뚫린다.
난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어느새 난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유시민의 힘이다.
이 책 역시 글쟁이로 살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는 책이니만큼
다분히 의도적이지만,
그 선언을 다루기 위해 최대한 자신의 내면을
솔직히 얘기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자신이 어떻게 살지를 차분히 정리한 이 글은,
나에게도 어서 어떻게 살지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라고 말한다.
자신이 50이 넘어서야 감행할 수 있었지만,
나는 좀 더 일찍 해 보라고 부추긴다.
서문에 나열한 질문들이 하나하나 마음에 와 박힌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은가?
의미 있는 삶, 성공하는 인생의 비결은 무엇인가?
품격 있는 인생, 행복한 삶에는 어떤 것이 필요한가?
이것은 독립한 인격체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이미 예감한 중년들도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답은 나에게서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시민의 해답은
방향을 잡아가는 매우 유익한 이정표이자
쉴 새 없이 자극을 던져주는 길동무다.
답을 얻으려기보다 그 이정표를 따라가면서
길동무의 수다에 귀 기울이면서,
나는 답을 찾아야 한다.
유시민처럼 이렇게 책 형태로 정리해 보아도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