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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프로이트 ㅣ 클래식 클라우드 39
김석.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 arte(아르테) / 2026년 2월
평점 :
* 이 서평은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인간’ 프로이트의 행적을 따라가는 친절한 안내서.
구스타프 말러, 반 고흐, 니체, 윤동주, 괴테, 아인슈타인 등 인류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에 대해 깊이 알아가는 아르떼의 시리즈 '클래식 클라우드'의 39번째 주인공은 '지그문트 프로이트'다.
국내 정신분석학 석학 김석 교수가 빈, 런던, 파리 등 정신분석학 창립자인 프로이트의 족적을 따라가는 여정이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담겨 있다.

20세기를 연 세 권의 책이 있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그리고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다.
생물학, 정치/경제학, 심리학 분야에서 기존의 인간에 대한 이해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갱신해낸 기념비적인 저작들이다.
『종의 기원』은 여전히 진화론에 있어서 성경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지만, 『자본론』이나 『꿈의 해석』은 등장 당시 안겨주었던 충격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진 못하는 것 같다.
정신분석학은 발전 과정에서 신경증, 히스테리, 억압, 그리고 무의식과 같은 개념으로 범위를 넓히며 신체적 증상의 원인이 심리적 기저에 자리잡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하지만 그 시작은 '꿈'이었다. 자연스럽게 프로이트 자신의 '꿈'이 주요한 해부의 대상이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꿈의 해석』이다. 그러나 지금은 몇 가지 기본 개념을 제외하고는 그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프로이트와 그의 학문을 완전히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다음과 같이 표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프로이트를 읽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나는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았다.

김석 교수의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단순히 정신분석학이나 프로이트가 주창한 '리비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같은 개념을 설명하는 이론서들과는 다르다.
대신, '인간' 프로이트의 행적에 보다 집중한다.
책에서도 언급되듯이, 창시자가 이토록 명확하게 알려져 있는 학문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 연유로 '정신분석학'은 곧 프로이트이며, 프로이트가 곧 '정신분석학'처럼 여겨진다. 인간이라는 종의 기원 때부터 꿔왔을 '꿈'에 대한 진지한 분석을 시도한 것은 분명 프로이트와 정신분석학의 업적이다. 그러나 때로 정신분석학은 그 학문적 성취나 역할보다는 창시자인 프로이트의 결함 때문에 저평가를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서두에서부터 저자는 불완전하고 모순투성이인 '인간' 프로이트에 대해 솔직하게 적는다. 자신의 딸을 평생 비서로 두게 만들면서 통제하는 모습, 수제자 융과의 불화, 아들러와의 갈등, 담배에 중독되어서 구강암으로 고생하게 되는 말년 등등. 프로이트는 이를 빗대어 '찬란한 고립'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세상과 불화하는 영혼을 가진 인간이 택할 수 있는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위와 같은 사실들을 종합해나가면서 책을 읽어나가자 희미한 결론 하나가 떠올랐다.
만약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결함이 없는 인간이 제시한 학문이라면, 정신분석학이 인간을 이토록 솔직하게 해부할 수 있었을까?
프로이트가 '문제적 인물'이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도 문제적인 인물에 크게 흥미를 느끼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읽어나가는 내내 그러한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나아가서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됐다. 우선, 이 책을 읽으면서 '정신분석학'에 대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정신의학과 비교해 정신분석의 가장 큰 차이는 임상의 본질을 내담자가 자신의 무의식을 마주할 수 있고, 그를 통해 새로운 주체로 정립하게 도와주는 것을 본질로 삼는 점이다. 카우치(소파)는 정신분석의 원리를 반영한다. 카우치는 환자 스스로 연상을 통해 자기도 모르는 진실을 탐구하고 분석의 끝에는 스스로 분석가가 되어야 한다는 정신을 보여준다.
김석, 『지그문트 프로이트』, 17-18쪽
프로이트의 소파는 굉장히 유명하지만, 단순히 환자의 편안한 기분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래 대화형 AI의 발전으로 인하여, AI를 심리상담사, 정신과 의사와 같은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AI는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하지만 상담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사용자인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AI에게 상담을 받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프로이트의 소파'가 아닐까 한다. 단순히 AI에게 위로와 공감을 받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무의식과 억압적 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치유하는 것. 프로이트의 이론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되지 못할지언정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불가해한 스스로와 더 깊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사람, 숨겨져 있는 고통을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프로이트는 유용한 도구가 되어줄 수 있다. 또한 저자도 책의 말미에 밝혔듯이, "아프고 연약한 나의 모습이야 말로, 나를 빛내는 아름다움의 원천"(236쪽)이므로 이는 한 번쯤은 대면해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에게 프로이트는 여전히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덮으며 그런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