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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일본 -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솔직하게 말하는 요즘 일본 ㅣ 지구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나리카와 아야 지음 / 틈새책방 / 2025년 5월
평점 :
먼나라 이웃나라, 가깝지만 또 먼 나라, 일본
『지극히 사적인 일본』의 저자 나리카와 아야는 오사카 태생이다. <아사히신문>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일본 곳곳으로 파견을 나가서 근무하면서 일본의 여러 모습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에 두 차례 유학을 와 한국 문화에도 친숙한 편이다. 근래에는 한국의 방송에 출연하는 등 한국와 일본 양국을 오가면서 한국에는 일본을, 일본에는 한국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지극히 사적인 일본』은 틈새책방이라는 곳에서 출간되었는데, "지극히 사적인" 시리즈를 밀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방송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이탈리아의 알베르토, 러시아의 일리야, 영국의 피터 번트가 각각 『지극히 사적인 이탈리아』,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지극히 사적인 영국』을 집필했다.
『지극히 사적인 일본』는 전체적으로 통통 튀는 문체로 구성되어 있다. 통번역도 할 수 있는 저자의 역량 덕분에, 번역체 느낌보다는 저자 고유의 언어가 살아 있는 것 같다. 『지극히 사적인 일본』을 읽는 내내, 한국말을 정말 잘하는 일본인 친구가 있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극히 사적인 일본』은 전반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비교한다. 당연하게도 그 무엇이 우월하고 열등하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종종 인터넷에서 한국은 "서일본", 일본은 "동조선"이라고 부를 때가 있다. 대체로 서로의 안 좋은 사회적 문화나 특성에서 공통점을 발견했을 때 사용한다. 그만큼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점이 많은 이웃나라다. 북한이나 중국, 대만과 함께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이웃이기도 하며, 안 좋은 역사로도 묶여 있는 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다르다는 점을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일본에 관심이 많아서 대체로 알고 있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이런 지점은 정말로 양쪽 문화를 깊숙이 체화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려줄 수 없는 내용 같았다. 호칭의 문제는 한국 사람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다른 문화권이라면 더 헷갈리기 마련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 사람 중에 '씨'와 '상(さん)'을 같다고 생각해서 쓰는 사람이 많은데 씨보다 상이 훨씬 쓸 수 있는 범위가 넓다. 상은 총리에게도, 사장님에게도, 후배에게도 쓸 수 있다. 한국에서 직원이 김 사장님을 "김 씨"라고 부르면 실례가 되겠지만, 일본에서는 직원이 다나카 사장님을 "다나카상"이라고 불러도 괜찮다.
『지극히 사적인 일본』, 392쪽
또한 일본에는 "2세대 대출"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한국에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생소한 개념이라 신기했다.
친척 중에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큰아버지 집 벽에 금이 갔다. 단독 주택이었는데 지진 몇 년 후에 '2세대 대출'을 받아 다시 집을 지었다. 큰아버지가 정년퇴직 때까지 갚고 그다음에 이어서 장남이 갚는 대출이다.
『지극히 사적인 일본』, 313쪽
"유도리"라는 말이 양국에서 가지는 뉘앙스 차이도 재밌었다. 유도리는 한국어에 남아 있는 일본어의 잔재라고 한다. 한국에서 "유도리 있게 하자.", "저 사람은 유도리가 없다."라고 하면, "융통성 있게 하자.", "저 사람은 융통성이 없고 꽉 막혔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물론, 이는 일본어의 원래 의미인 "여유"와도 의미는 대략적으로 통하긴 한다. "여유 있게 일을 하자.", "저 사람은 여유가 없다." 정도로 표현해도 말의 뉘앙스는 알아들을 수 있다. 정확한 의미는 "융통성"이 맞다.
한국에서는 '유도리'를 '융통성'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데, 원래 '여유'를 뜻하는 일본어 발음은 '유토리'에 가깝다. 일본에서는 1987년부터 2004년에 태어난 세대를 '유토리 세대'라고 부른다. (…) 유토리(여유)가 있는 학교 생활을 보낼 수 있게 한 것이다.
『지극히 사적인 일본』, 303쪽
일본만의 고유한 놀이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는데, 술게임이다. '기쿠노하나'라는 놀이라고 하는데, 술자리 인원에 맞게 술잔을 뒤집어 놓는다. 그 중 하나에는 '국화'를 숨겨놓는다. (상상해보자면 그러고나서 아마도 야바위 게임을 하듯이 잔을 마구 섞지 않을까?) 그때부터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잔을 뒤집는다. 국화가 있는 잔을 뒤집은 사람이 그때까지 뒤집어진 잔만큼의 술을 마셔야 한다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정말로 "어떻게든 마시게 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음주문화"다. (77쪽)
「여성 천황의 가능성」이라는 꼭지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선 역대 8명의 여성 천황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천황의 계보는 과거로 갈수록 정확한 편은 아니긴 하다.) 그러나 메이지 유신에 의해 공포된 '일본국 헌법', 그리고 미군정 시절 반포된 '일본국 헌법'에 의거한 '황실 전범'에서는 남성의 세습만을 인정한다.
지금 나루히토 천황에게는 딸밖에 없어서 만약 나루히토 천황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동생인 왕세제가 물려 받거나, 왕세제도 고령인 점을 감안하여, 승계 2순위인 왕세제의 아들이 물려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이 쓰여진 건 2025년 여름인데, 그 이후 2025년 10월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인 '다카이치 사나에'가 취임했다. 게다가 2026년 2월에는 의회를 해산하고 개헌 의석수까지 확보할 만큼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새로이 취임하면서 '황실기본법'도 고치겠다고 하는데, 근대화 이후 사상 첫 여성 총황이 탄생하게 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평화 헌법'이 얼만큼 고쳐질지를 예의주시하면서 같이 관심을 갖고 챙겨볼 만한 사안인 것 같다.
「외면하는 가해의 역사」 꼭지도 흥미로웠다. 우리는 피해자의 입장이어서 더 흥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지극히 사적인 일본』은 전체적으로 중립적인 관점에서 쓰여졌다.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편들지도 않고, 나리카와 아야 개인이 한일 양쪽에서 불편한 점은 솔직하게 말하고, 좋았던 점 역시 솔직하게 적었다. 하지만 회색 지대에 선다는 것은 언제나 양쪽 모두에게서 공격을 받을 여지가 있다. '적이 없다면 친구도 없다'는 말을 생각해본다면, 중립의 어려움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나리카와 아야는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 뮤지컬 영화 <영웅>의 팜플렛에 글을 기고했다고 한다. 이때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이라는 문구를 편집자가 수정을 요청했다. (363쪽) 저자의 말대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건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한 가해의 역사를 불편하게 여기고 숨기려는 모습이 일부 일본인들에게 보일 때마다 독일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특히 (한국의) 연예인들은 10대부터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대학에 안 가는데, 한국은 연예인도 대부분 대졸인 상황을 보면 일본인 입장에서는 신기한 일이다. 확실히 한국이 일본보다 학력 사회다.
『지극히 사적인 일본』, 322쪽
이 부분에는 사족을 달고 싶었다. 이 해석에서는 중요한 변수 하나를 빼먹은 것 같다. 바로 군대다. 물론 한국이 일본보다 대학 진학율이 높고, 연예인들도 대학에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새는 10대 때부터 활동하는 아이돌 가수나 배우들은 대학에 가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렇지만, 이건 여자의 경우다. 남자 연예인의 경우에는 크게 학업에 뜻이 없더라도 대부분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으면 한창 활동해야 할 시기에 영장이 날라오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징병제에 낯선 저자가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지극히 사적인 일본』은 한국에 사는 일본인 친구와 대화를 하는 기분이었다. 밤에 침대에 누워서 전화를 하거나, 아니면 카페에서, 이자카야에서 만나서 일본에 대해서, 한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죽 듣는 기분이었다.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호칭이 딱 맞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일상적이고 가볍게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