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농장
성혜령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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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을 조심하라







『버섯 농장』은 소설가 성혜령의 첫 단편소설집입니다. 「윤 소 정」으로 2021년 창비신인소설상을 통해 등단한 성혜령은, 「버섯 농장」으로 젊은작가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2024년에는 「간병인」으로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수상 이력만으로도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버섯 농장』의 표지는 울창한 수림 한 가운데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그림입니다. 하지만 이 그림의 색감과 소설의 분위기 탓인지, 열려 있는 하늘에 대한 개방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여기서 도망칠 곳은 바로 위 하늘밖에 없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리고 그건 실현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결국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절망적인 암시를 주는 그림 같습니다.



책을 설명하는 문구 중 눈에 띄는 것은 ‘하드보일드’입니다.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찾아보았습니다.



문학 장르 혹은 스타일. 영어로 hard-boiled. 일본에서는 비정파(非情派)라고 번역한다. 비슷한 단어로 느와르가 있다.


원래는 '(계란이) 완숙되는'이라는 의미의 형용사이지만 '비정·냉혹'이라는 의미의 문학용어로 변했다. 사전에서는 자연주의적인, 또는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감정이 들어가지 않은 냉혹한 자세로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쉽게 말해 비극적인 사건을 건조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묘사하는 작품을 하드보일드라고 부른다. 자극적인 갈등, 감정묘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몰타의 매〉를 쓴 대실 해밋,〈빅 슬립〉과 〈기나긴 이별〉을 쓴 레이먼드 챈들러,〈움직이는 표적〉을 쓴 로스 맥도널드를 크게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작가의 대표격으로 꼽을 수 있다. 또는 마이크 해머 시리즈의 미키 스필레인도 있다. - 출처: 나무위키





책을 읽기 전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기도 했지만, 다 읽고 나서 느낀 인상은 ‘하드보일드’의 설명에 부합했습니다. 『버섯 농장』에 묶여 있는 소설들에서는 비극적이거나 고통스러운 상황이 전개되는데 그에 따르는 감정의 묘사는 극도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괴로울 정도로 건조함을 느끼게 됩니다. 결말에 이를 때까지 한 겹씩 쌓이는 부조리와 불가해함은 끝내 해결되지 못한 채 불길함을 자아냅니다.





인상적인 소설들은 크게 3편이었습니다.



「사태」


「주말부부」


「마구간에서 하룻밤」



이 세 편의 단편소설은 하나의 원형을 공유하고 있는 듯합니다. ‘도무지 떠날 생각이 없는 불청객’들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초대받지도 않은 채 집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사정을 망각한 채, 그곳의 주인인마냥 떠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불청객과 함께 낯선 장소에서 고립되는 형식은 불편을 넘어서서 꽤나 공포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소설들에서는 우리가 가장 안락함을 느껴야 할 집도 그런 장소로 변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편 한 편 읽고 나면, 도대체 불편함과 불길함이라는 인상만 남게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소설까지 다 읽고 나서야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불청객을 조심하라, 그리고 가장 난처하고 불쾌한 불청객은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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