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을 넘어라 - 운명을 바꾼 개인과 조직의 일치된 메시지
김학재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운명을 바꾼 개인과 조직의 일치된 메시지

<임계점을 넘어라>


  


     임계점Critical point이란 어떤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바뀔 때의 온도나 압력을 말한다. 물질이 근본적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온도와 압력'이 있다. (24쪽)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얘기가 있다. 물은 99도에서 끓지 않는다고. 99도와 100도 사이도 아니고 딱 100도 -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온도' 충족 - 가 되어야지 끓게 되는데, 이때부터는 이전까지의 물과 전혀 다른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대략 국가고시 필기시험 합격기준이 60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59점을 맞으면? 맞다. 불합격이다. 겨우 1점 차인데 합격과 불합격을 가른다. 너무나 아깝고 억울(?)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임계점을 넘어라"라는 말은 그리 절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책 제목을 기준으로 볼 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임계점은 어디일까?

임계점까지 얼마간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할까?

사람은 변화 가능한 존재일까?

'뭔가 이상해...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 참 많았지. 이럴 때는 어떡해?

 
1부 처음에는 사람들이 어째서 임계점을 절박하게 받아들이지 않는지와 위의 질문들을 위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메시지를 차분하게 전달해 준다. 중요한 부분은 주황색 글씨로 쓰여 있고, 적절한 그래프와 사례들이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사실 나는 얼마 전, 어떤 모임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사람의 변화란 직선형인가. 아니다. 그럼, 계단형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발전은 <그림1>처럼 차곡차곡 순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계단식의 정체와 약간의 발전을 거듭하다 어느 순간 <그림2>의 특정 경계를 넘으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25쪽)


계단형까지는 나도 어디선가 들어본 얘기라서 그다음 얘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척 궁금한데 그분이 침을 한번 꿀꺽 넘기는 시간을 가진 뒤 새로운 이론(?)을 알려주셨을 때, '와우!' 속으로 놀라는 한편 침착하게, 그러면서도 신이 나서 히죽히죽 대면서 곡선을 뻗치는 대로 메모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계단형을 대체한 것은 바로 '스프링형'이다. 누가 주장한 이론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뒤로 한껏 기지개를 켜는 모양으로 후퇴하는 듯하다가 힘껏 뛰어오르는 모양새가 진짜인지 아닌지를 따지기 전에 뭔지 모르게 신이 났다. 그런 뒤라 나는 이 책에 대해 그렇게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요즘 자기계발서를 많이 못 보기도 했고 목차가 여느 책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아서 '한번 읽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계단형에서 스프링형으로의 인식 전환이자 놀람과 차원이 약간 다른, 자기계발서도 이렇게 감동적일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직선적이고 딱딱 끊어지는 듯한 이야기들이 아닌 약간 튕겼다가 유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들이 미미하지만 내 행동의 변화를 끌어내주었다. 그래서 뭔가 강렬한 한방을 바라는 분에게는 적당하지 않은 책이다. 

↑이 책 25쪽, 임계점의 원리


전반적으로 동전의 양면, 모순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메시지들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다다른 잠정적 결론은 이것인가 싶으면 저것이고, 저것인가 싶으면 이것이고 약간은 혼란스러운 잡탕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 자체로 내 그릇에 잘 담으면 된다는 힌트를 얻어서 흡족한 독서였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계발서의 모순 - '실제 현실과의 괴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나 예를 들면, "일도 잘하면서 분위기 메이킹까지 하는 사람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다"(69쪽)고 하시며 뒤에 가서는 외국의 사례로 "하지만 결국 해고의 기준은 다시 능력이었다"(108쪽)라고 말씀하시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분위기 메이커, 그러니까 사람들을 요리조리 어떤 방식으로든 잘 요리(?)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또 그런 사람이 오래 버틴다. "일만 잘하면 뭐해. 눈치 없고(이 말인 즉슨, 자기 마음에 안 든다, 자기 비위를 못 맞춘다. 이건 상사든 동료든 마찬가지임) 자기밖에 모르는데..."라는 식이 비일비재하다. 심하게 얘기해서 인간관계에 신경 쓰다가 일도 못하게 된다는 말까지 있다. 글이 길어져서 여기서 끊어야 할 것 같은데 한 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 책에서 자주 언급하는 '천재든 바보든 우리 모두는 대체로 평범한 사람이다'라는 말은 소위 잘 나가는 대학 출신들이 아주 싫어하는 말이다. 그런 분들은 좀 더 독하고 논리적으로 답을 정확히 콕 집어주면서 아랫사람들을 잘 다스리는 법을 알려주는 책을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초스피드하고 정보와 변화의 압박이 심한 이 시대의 조직에 속한 개인들 누구라도 본다면 삶에 대한 통찰력 "한 건"쯤은 거뜬히 잡아올릴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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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장의 기술
수 비숍 지음, 신승미 옮김 / 비즈니스맵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은밀하지만 강하게 나를 표현하는 방법!

<자기주장의 기술>

'NO'라고 말할 때 죄책감을 느끼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책!

 



     "도대체 적극적인 자기주장(assertiveness)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적극적으로 자기주장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는 수동적이거나 공격적이거나 교활한 행동을 배제하고, 스스로를 자신 있게 표현해내는 행동을 말한다." (이 책 '서문' 첫머리)

     "자기주장을 하는 의사소통이란 직설적이며 솔직하고 자발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간결하고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130쪽)

나는 내 주장을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살아보니까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주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랫사람은 아랫사람대로 윗사람이 잔소리를 길게 하지 않고 짧게! 가능하면 과묵하기를 바라며, 윗사람은 윗사람대로 아랫사람이 조용히 묵묵하게 윗사람 이야기를 따라주기 바란다. 그래서 내가 내린 잠정적인 결론은, 우리나라에서는 자기주장이 나쁘다고 인식되어 있고, 제대로 자기주장을 할 줄 아는 방법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풍토를 인정하고 그냥 조용히 살라고 하면 될까? 글쎄다, 나중에 꼭 자기주장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를 본다. 그래서 자포자기하고 입 닫고 살 것이 아니라면 이왕 할 자기주장을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이 책은 보통 자기계발서가 그러하듯 사회생활에서 어떻게 자기주장을 해야 하는지, 그 방법(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다. 직장 내 관리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고 말하는 책이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배우자나 가족, 부모나 친척과의 관계도 무척 중요한 문제라면서 그냥 지나치지 않고 10쪽 분량에 걸쳐서 알짜 기술을 알려준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기주장을 하기란 직장에서보다 훨씬 어렵다고 한다. 모르긴 하지만 집에서 자기주장을 제대로 할 줄 알고 자기주장이 먹힌 사람은 밖에서도 그런대로 무난한 관계를 이어갈 것 같다.

여기서 이 책의 한계가 드러난다. 내가 알기에는 자기주장 훈련이 제대로 된  집이 별로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말 안 해도 '내가 이만큼 희생했잖니.' 알아주기를 바란다. 화를 내는데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지 모르는 상황이 많았다. 머리가 다 커서 대충 때려 맞추어 보니 그렇고 그런 일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혼자 아무리 제대로 된 자기주장을 하려고 해도 '텅~' 소리가 나는 벽을 치는 기분이 들 때가 많을 것만 같다. 아는 분께 이와 비슷한 얘기를 했던 적이 있다. 그분 말씀이 이런다.

"있지. 사람들은 그냥 내 얘기를 하는 건데 뭘 바라는 줄 알아. 자기 생각만 한다고 해.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여."

물론 이 책에서는 제대로 자기주장을 하기 위해서 자세부터 표정, 동작, 몸짓, 시선, 목소리 성량·속도·리듬·어조·고저·고유특성, 독특한 버릇, 경청 등 다양한 기술 목록을 나열하기 때문에 나와 내가 아는 분이 자기주장을 할 때 무언가 잘못 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뭘, 그걸 말로 해야 아냐?'라는 식의 암묵적인 동의나 자신이 알고 싶은 구체적인 질문 말고 돌려서 질문해놓고 '아, 너 그런 거니?' 혼자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자기주장은 말하는 사람 자신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같이 잘 살아보자는 화해의 기술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한 대로 자기주장 기술은 저절로 습득되는 것이 아니므로 사람관계 속에서 꾸준히 배우고 익히고 훈련해야 한다.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꾸밈없이 말한다고 해서 괜히 기분 나빠하고 그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오해와 착각은 거두어주셨으면 좋겠다. 나 역시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은밀하지만 강하게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 여러 기술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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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셰익스피어는 웹에서 탄생한다 - 인터넷 글쓰기 시대에 꼭 필요한 지침서
최병광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21세기 셰익스피어는 웹에서 탄생한다>
이메일부터 블로그,
미니홈피, 트위터까지

인터넷 글쓰기 시대에
꼭 필요한 지침서





뒤늦게 책읽기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 1인이다. 인터넷이 이렇게까지 활성화되기 전, 처음에는 소설을 참 열심히 봤다. 확실히 소설을 많이 읽으면 표현력이 좋아지고 이럴 때! 저럴 때! 내 감정 상태를 적절하고도 기가 막히게 드러낼 수 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일반인들은 마음속에 자기감정이 있긴 있지만 글이라는 형태로 표출해내지도, 아니 자신이 표출할 줄 모르는 벙어리신세인지 모르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들... 내 감정을 꼭 문학적인 어휘로 그럴 듯하게 잘 표현해야지만 생존(生存)하는 것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지 자신의 감정이라는 꽃망울을 나름 화려하고도 속 시원하게 터트려보는 희열을 맛본 사람은 소설이라는 깊은 우물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이... 보는 사람이나 느끼는 사람이나 즐겁기만 하다. 내가 막 소설에서 자기계발서로 책읽기가 진전될 즈음, 우리나라에서 꽤 사방팔방 전방위로 활동하고 계신 어휘의 달인(샤샤샥- 포장)을 한 분 만났다. 그때 나는 작게나마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글 잘 쓰는 사람이 왠지 부럽고 잘나 보였다. 실제로 이성한테 반한 것 같은 눈빛을 보내기도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기도 하지.


글이라는 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가 쓰는 글이 곧 나다. 인터넷 글쓰기는 나를 가장 잘 알리는 방법"(12쪽)일 수 있다. 내 생각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튼 이 책에서 거듭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돈도 나오지 않는 블로그, 미니홈피, 트위터...따위, 킁~" 콧방귀를 날리는 사람은 보지 말라는 거다. 사람들은 다른 이에게 관심이 많다는 거다. 그리고 웹(Web-영어로 '거미줄')은 무한 에너지의 원천이고 나를 크게 살려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는 거다.


글쓰기, 그중에서도 인터넷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최카피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최병광 님이 이 책을 엮으셨다. 인터넷이라는 도구의 특성상 딱딱하고 장황하고 재미없는 글은 외면당하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짧고 강렬하면서 기억에 오래 남을 문구를 오랫동안 구상하고 떠올렸을 카피라이터가 인터넷 글쓰기에 대해 알려준다는 것은 참으로 적절하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의 특성, 처음 글쓰기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 기호학이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약간 이론적인 이야기들, 여행, 일기쓰기, 사전활용, 패러디, 역설, 리듬, 댓글 쓰기... 그밖에도 다양한 책 추천과 즐겨찾기를 잘 활용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청소까지 하면 좋다는 친절한 조언까지  아끼지 않는다.


웹이라는 공간에서 살아남으려면 개성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 책은 대체로 물 흐르듯이 무척 이해하기 쉽게 쓰여졌고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쑤!", 너무 악플·비판은 지양하자고 말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 정치가 박근혜의 미니홈피 어때? 너무 심한 욕설은 하지 말자구... 이런 식이다. 정치 쪽에는 무뎌서 '한국경제를 좌지우지했던 마력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는데 이 책에서 "매우 전문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가 새로 만들어낸 예측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모두 구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한다."(121쪽)라고. 글쓰기 모델 그리드에서 정보적 모델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정보적 모델이 꼭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남의 정보를 잘 버무리는 것도 능력이고 내 홈피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약간 심심한 맛이 나는 책이었지만-저자의 트레이드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힘 좋고 오래갑니다'라는 광고 카피에서 유행 안 타도록 "힘"보다 "오래"쪽에 크게 중점을 둔 듯-덕분에 내 블로그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직은 나만의 개성을 담은 블로그 관리법을 잘 모르겠다. 앞서 내가 말한 어휘의 달인이라는 분도 인터넷 글쓰기에 대한 책까지 쓰신 분인데 인터넷에서 개인공간꾸미기는 매번 실패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건 바로 "오지랖" 때문이다.


군더더기를 팍! 팍! 제거하고 특정 타겟을 겨냥한 자신만의 웹 공간을 꾸려보자. 당장! (나는 좀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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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선택, 뜻밖의 심리학 - 인간의 욕망을 꿰뚫어보는 6가지 문화심리코드
김헌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의외의 선택, 뜻밖의 심리학>
인간의 욕망을 꿰뚫어보는 6가지 문화심리코드


언어Language | 정보Information | 돈Money | 이익Interest | 시공간Time-Space | 선택Selection
 



요즘 재미있는 심리서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마음을 위로해 준다든지,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이렇게 저렇게 알려준다든지, 남녀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솔깃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이 책을 접하기 전, 나의 기대는 단연 재미였다. 그런데 웬걸...부제 '인간의 욕망을 꿰뚫어보는 6가지 문화심리코드'에서 '문화심리'라는 것이 이렇게나 학문적인 것이었나? 책의 재미나 내용 여하를 떠나서 이 책과 나의 기대가 어긋났던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심리를 기대했는데 심리보다 문화 연구에 치중한 심리라고 할까. 덧붙여서, 문화심리학의 탈을 쓴 경제행위와 소비연구서라고 말하고 싶다.

마음이 동(動)하는 심리를 기대했는데 이 책은 마음보다 뇌쪽에 많이 가까운 과학에 치중한 심리라고 할까.


'...라고 할까 '라는 불명확한 표현을 쓴 것은 내가 심리학(學)을 공부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쪽 분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일반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주류 경제학인지 뭔지에서 말하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너무나 뻔한 사실인데 이 책에서는 마치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다는 듯이 인간은 비합리적이고 무의식적인 방식으로 사고하고 선택한다면서... 이걸 참 어려운 말로 알려준다. 


   "집단과 무리의 영역에서 영향을 받는 개인들의 판단과 선택의 문제는 주류 경제학이나 행태경제학, 신경제학에서 잘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그것은 단지 독단적인 개인의 효용이나 이익이 아니라 무리 속 생존의 문제기 때문이다." (278쪽)


역시 같은 얘긴데 다른 쪽에,

   "따라서 주류 경제학에서 말하는 개인 단독의 판단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찰나적이고 즉흥적인 판단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뇌 과학이나 신경경제학, 행태경제학이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296쪽)


삐딱하게 보고자 하는 게 아니라 무슨무슨 학(學) 분야를 아무렇지 않게 열거하고 이 책은 그런 것들과 차별을 둔다고 하는데 글쎄... 그렇다고 하니 그런 것이겠지만, 아리송하기만 하다. 그래도 "책"이라는 거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인간의 진짜(?) 욕망을 꿰뚫어본다는 여러 사례와 연구 결과를 재미나게 보려고 노력한 것 같다. 결론은 인간 마음은 아무도 몰라, 며누리도 몰라, 귀신도 몰라 정도 되시겠다. 
 

이 책을 보면서 심리학자님들 참 많은 연구를 하고 계시구나... 참 다양한 사고와 감정을 지닌 사람이 있구나... 를 새삼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최근 출간된 『소유와의 이별』, 『굿바이 쇼핑』이나 『무소유』라는 책 제목들처럼 "난 소비 별로야. 없이 사는 거야"를 주장하고 예찬하고 싶은 마음까지는 아니지만 소비라는 것을 인생에 있어서 없으면 큰일 나는 것으로 보지도 않는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이 책과 내 기대(심리)가 어긋나는 점이 한 가지 더 추가가 되네.

 
      소비는 낭비나 소모가 아니라 창조다. 어떤 것을 소비해야 다른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인간의 창조는 소비를 통해서 이룩된다. 인간은 소비하며 창조하고, 창조하며 소비하는 존재다. 노자의 말대로 "비워야 채울 수 있다." 창조의 재료는 결국 소비를 통해 얻는다. (...)

     소비하는 사람의 마음은 항상 움직인다. 사람의 마음은 문화다. 문화는 움직인다. (이 책 '머리말' 가운데)
 

이 책에서는 인간을 소비하는 존재로 보고 소비를 인간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없어서는 안될 것으로 본다. 그래서 '지름신은 고독한 사람에게만 강림한다(203쪽)'라는 부분에서 여성의 쇼핑 행위는 자기실현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 맞긴 한데 왠지 좀 서글프다. 이런 딱딱한, 과학(學)적인 책들이 재미없어지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너무 들이댄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불안정한 수입은 비합리적인 소비를 만든다(117쪽)'라는 부분에서 남성들 직장이 안정되어야(=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어야) 결혼을 하고 가족계획을 세우는데 그게 안 되니까 결혼도 미루고, 한다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두 사람이 결혼해서 최소 두 사람은 낳아야 현상 유지가 된다. 그런데 하나만 낳거나 그 이하이므로 인구의 현상 유지도 힘들다."(118쪽) 맞긴 한데 왠지 많이 서글프다. 


  


글이 자꾸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은데 사실 재미있는 연구들도 참 많았다. 내가 특히 수긍하고 키득거리면서 본 심리 현상은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다. 아니라고 하면서 하는 것들, 싫다고 하면서 하는 것들, 알면서 하는 것들, 물으면 딴 얘기하고 뒤에 가서 정작 즐기는 것들, 귀찮음을 핑계로 무의식 속에 쏙쏙 집어넣는 것들... 이런 것들은 사람들이 "나도 나를 몰라"라고 하지만 사실 다 알면서 그런다. 알면서 모르는 척해주는 것도 미덕(?)인 것 같다.


이 책은 내가 오래전에 따분하게 본 책, 『대중문화의 겉과 속(강준만 저)』(전 3권)과 참 많이 닮았다. 『대중문화의 겉과 속』이 중딩인지 고딩, 필독서인지 추천도서였던 것 같은데 나로서는 왜 이 책을 어린 학생들이 읽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추천이유를 잘 살펴봐야겠다. 

문화심리학을 공부하는 합리적인 학생, 경제행위와 소비에 관해 관심이 많은 마케팅부서 직원들, 잘 속아 넘어가서 소비하고 땅을 치며 후회하는 학문적인 대중이 보면 좋은 책이다. 독후감은 이렇게 썼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하고 많은 심리연구와 학(學)의 발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에서는 외국인 연구 사례가 거의 99.8%에 가까워서 철학자 김용옥 님의 말씀이 너무 튀었주셨다. 원래도 튀는 분이긴 한 것 같지만 말이다. 


     "단순히 해외 심리학 실험 결과를 중심에 두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이면 국내 현실, 한국인의 문화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다만, 완결된 이론적 구조가 아니라 아이디어의 제공에 큰 무게를 두려 한다." (이 책 '머리말'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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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싸는 집 - 세계의 화장실 이야기
안나 마리아 뫼링 글, 김준형 옮김, 헬무트 칼레트 그림 / 해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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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화장실 이야기
<똥 싸는 집>
안나 마리아 뫼링 글 · 헬무트 칼레트 그림 · 김준형 옮긴이



 

앗! 똥이다. ♨♨♨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물질(?)이다.
아무 이유없이도 짧고 강렬한 이 한마디

"똥"
 

이면, 아이들을 자지러지게 만들 수도 있다.   

아이들 웃음소리만으로도 다 큰 나는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나다. 

 
이 책은 똥과 관련된, 그러니까 똥을 처리하는 장소인 화장실에 대해서 다양하게 살펴본다. 그래서 책 제목이 <똥 싸는 집>이다. 똥 싸는 집은 어디지요? 바로 화장실이다. 먼저, 우리집에 화장실은 어디 있는지부터 해서 학교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옛날 사람들은 어디에 똥을 쌌나요? 아이들이 궁금해할 만한 똥 정보가 한가득 들어 있고, 크고 선명한 그림들은 눈을 즐겁게 하고 옆구리를 간지럽힌다. 

 

굳이 체면 차리는 글로 쓰여 있지 않아서 더욱 큰소리로 깔깔 웃으면서 볼 수 있다.

옛날 시골에서 아이가 똥을 싸면 쏟살같이 달려와서 아이 똥을 싹싹 핥아먹은 개는 지금 어디에. (나의 호기심)

터키에서 온 에이네는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로 똥꼬를 씻는대요.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는지라 처음 '똥꼬'라는 글을 보고 "오잉? 이게 뭐지?".....했다.  

하긴 거기를 닦았다고 하기엔 뭔가 이상하고 어색해.

 

꼭 순서대로 볼 필요도 없고 무슨 목적을 가지고 보지 않아도 되는 책이다. 우리가 수세식 변기라고 불리는 똥돌이 21개가 이 책에 골고루 숨어 있어서 똥돌이 찾기 놀이를 할 수 있고, '아하!'라고 해서 따로 모서리가 둥근 네모박스로 처리한 부분은 어른들도 궁금해하는 똥 정보가 담겨 있어서 부모가 다정한 목소리로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예전에는(지금도 어떤 시골에서는) 냄새를 고려해서인지 화장실이 사는 집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지금은 무척 가깝지만, 예의상·체면상 가깝고도 먼 화장실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모르게 쌓였을지 모를 아이들의 배설욕구를 해소해 주고, 강아지를 키우는 집이 있다면 길거리에 우리집 개가 발사한 똥은 꼭 주인이 치워주어야 한다는 교육도 시켜주고, 지금은 똥세례(?)를 맞을 일이 없어서 얼마나 좋으냐...면서 짐짓 호탕하게 "카카카- 캬캬캬-" 시원하게 웃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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